음악 프로그램의 공개방송이 있을 때마다 방송국 앞에서 길게 늘어선 아이들이 있다. 좋아하는 아이돌을 보기 위해 새벽잠을 설치고, 하루 종일 서서 다리가 퉁퉁 붙는 고생을 마다하지 않는다. 스타의 집이나 사무실 앞에서 밤샘을 하며 스타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따라 다닌다.
‘팬덤 문화’는 우리 청소년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기획사에서 제작한 아이돌 굿즈를 소비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아이돌 스타의 생일을 외운다. 그러나 입시에 도움이 안 되어서 일까. 청소년문학에서도 청소년의 ‘팬덤 문화’는 깊이 다루어지지 않았다. 『반짝반짝』 은 스타를 쫓는 아이들을 따라간다. 그 속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
‘신이 덕력을 조금 넣으려다가 쏟아버린...’라고 본인을 소개하셨는데, 작가님도 덕후이신가요?
덕후 기질은 어렸을 때부터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것을 파고들 때는 밤을 새도 부족한데, 좋아하지 않는 것을 억지로 해야할 때에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는 했어요. 다양한 분야에서 덕질을 하고는 있는데 20대부터 가장 열성적으로 했던 건 한 아이돌 그룹의 덕질이에요. 또 야구도 좋아해요. 요즘은 딸 덕질을 하고 있습니다.
그럼 『반짝반짝』 은 덕후가 직접 쓴 덕후 이야기란 말씀이군요. 아이돌 덕후들의 어떤 모습에 초점을 맞춰 작품을 쓰셨나요?
아이돌은 만인의 사랑을 받기 위해 만들어진 문화 콘텐츠잖아요. 아이돌에게 ‘사랑’을 준다는 것은 그 누구의 지시나 명령에 의해서가 아니라 개인의 자율성에 의해 이루어지지요. 그런데 그 중에서, 대중 매체 속 모습에 열광하는 데에 멈추지 않고 현실에서 맞닿고 싶은 욕망을 가진 덕후들이 있어요. 아이돌 팬덤에서는 그들을 ‘사생팬’이라고 부르죠. 사실, 사생은 범죄이고 올바르지 않은 덕질 문화이므로 심각한 수준이라면 그들을 팬으로 불러서는 안 되다는 의식이 더 강해요. 하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트위터 같은 SNS에서는 사생들이 정보와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전파되고 있어요. 그렇다면, 왜 저들은 팬덤이라는 상상의 공동체의 룰을 파괴하는 행동을 할까. 저는 그 ‘왜’라는 질문에는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은 욕망과 타인보다 우월해지고 싶은 욕망이 섞여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 욕망을 가지고 움직이는 인물들을 픽션으로 만든 것이고요.
티켓팅하는 과정이나 기획사나 아이돌을 쫓아다니는 이른 바 사생이라고 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취재를 많이 하신 것 같은데, 어떻게 준비하셨나요?
예전에 가르쳤던 고등학교에서 만난 제자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그 당시 아이돌을 좋아했던 아이들에게 인터넷에 떠돌거나 직접 들었던 이야기들을 취재했어요. 사실, 이 소설에 담겨 있는 사생의 모습은 아주 미미해요. 더욱 깊게 파고 들수록 소설이 아니라 현장 르포를 만들어야 했거든요. 그래서 사생들의 모습을 담으려 노력하기 보다는 ‘왜 사생이 되었을까’를 생각했어요. 그들의 현실에 주목하려고 했습니다. 어느 아이돌의 팬이기 이전에 대한민국 10대로 살아야하는 그들의 모습을 담아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여겼어요.
소설 속에 등장하는 ‘썬플라워’, ‘어썸’ 같은 아이돌 그룹과 기획사에 대한 묘사도 재미있습니다. 특별한 설정이 있었나요?
정말 특별한 설정은 없고요. 아이돌 덕질을 조금이라도 해 본 학생들은 제가 어느 기획사를 모델로 삼았고, 어느 아이돌 그룹을 모델로 삼았는지 다 알거에요. 취재를 하는 동안,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세 기획사의 사옥 근처는 다 가보았거든요.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장소를 떠올리며 픽션으로 다듬었어요. 어느 아이돌 그룹이 모델인지는 노코멘트입니다. 실제 그룹을 거론하는 것은 아이돌 덕질 도덕에 어긋나니까요. (웃음)
작품에 ‘현타’ ‘일코’ ‘엄빠’처럼 청소년들이 실제로 쓰는 단어들이 많이 쓰였습니다. 특별히 의도하신 바가 있으시겠죠?
딱히 의도한 것은 없어요. 단지, 지금 이 시간에도 대한민국 10대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누군가가 이 책을 읽었을 때 “와, 내가 오늘 학교에서 했던 얘기네” 라고 말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아주 리얼한 모습을 담을 수는 없어도, 10대들의 언어로 그들의 마음을 표현하면 좀 더 즐겁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그래서 예전에 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던 걸 많이 떠올렸어요. 그리고 인터넷으로 여러 커뮤니티에서 쓰이는 단어들을 많이 익혔습니다.
소설 제목이 『반짝반짝』 입니다. 일상적인 언어로 제목을 지은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제목을 결정하는 과정이나 배경에 대해서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정말 오랫동안 제목을 고민했는데요. 글을 쓸 때 저는 메타포를 많이 써요. 클리셰를 좋아하거든요. 반짝임의 메타포의 대명사는 “반짝반짝 작은 별”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해요. 대중 매체 속 스타가 말그대로 ‘STAR’인 이유도 클리셰잖아요. 밤하늘에 떠 있는 별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성스럽거나 애틋하거나 사랑스럽거나 친근하게 여러 예술에서 표현되었고요. 저는 “반짝반짝”이 별을 꿈꾸는 아이들에게 해당된다고 생각했어요. 번쩍번쩍 화려한 빛이 아니라 순수한 이미지를 담고 있는 반짝반짝이 그 어떤 단어보다도 가장 인물들을 포용할 수 있다고 믿어요.
팬덤 문화에 낯선 어른들이 이 작품을 읽는다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신가요?
청소년 소설인데 과연 어른들이 읽으실까요. 만약 읽으신다면 사랑하는 자녀를 두고 계신 부모님이 아닐까 생각해요. 이 소설 속 아이들은 ‘사랑’을 꿈꿔요. 그 ‘사랑’은 흔히 말하는 남녀간의 에로스가 아니라 애정입니다. 따뜻함이지요. 아이들이 사랑을 찾아 밖에서 방황할지는 몰라도, 결국 따뜻한 애정은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곳’에 있을 거에요. 아이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 있는 곳’을 만들어주세요. 그리고 아이들의 별을 존중해주세요. 존중받는 별은 그 어떤 것보다도 밝게 빛날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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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차윤미 저 | 단비
공부를 해야 할 중차대한 시기에 쓸모없는 ‘팬질’이라는 이유로 아무도 중요하게 생각하려 하지 않았던 ‘빠순이’의 세계를 신예 작가 차윤미가 깊이 있게 파고들어 무게감 있는 소설로 형상화했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