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적인 음색과 맞춰 호흡을 꾸밀 줄 아는 싱어송라이터다.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특기는 단연 음색이다. 더블 타이틀 중 하나인 「Falling」을 비롯하여 모든 수록곡은 허스키하고 고음에서 신비롭게 빠져들게 하는 보이스와 만나 흡착력을 견인한다. 여기에 직접 짜낸 악곡은 이 같은 화합의 단계를 높인다. 본인의 장점을 잘 알고,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분명히 체화한 탓에 「죽어도 좋아」에서는 몰래 훔쳐보는 상대와의 야릇한 상상 사이 “잠깐만”이라는 읊조림 후 숨을 밀어붙일 줄 알고, 「I want you」에서는 발음을 일부러 흘러 부르며 곡의 맛을 살린다.
「1 to 2」의 고급스러운 멜로디와 힘을 뺄 때 완전히 풀어버려 곡을 삼키는 소화력, 타이틀 「Psycho」의 맑고 경쾌한 피아노 솔로와 명확한 훅 라인, 음반 내에서 가장 스트레이트 한 「Untitled」의 밴드 셋의 펼쳐지는 구성으로 확언컨대, 이 첫 번째 출세작은 분명 잘 만들어진 작품이다. 다만 한계는 그것이 곡 단위에서 끝나버린다는 데에 있다. 스피디한 드럼과 몽롱한 사운드를 엮어 이색적인 분위기를 끌고 가는 상기한 트랙 「Untitled」 정도를 제외하고 수록곡들은 그리 큰 차이를 갖지 못한다. 목소리의 힘, 선율에 기대기에 확실히 후반 기조는 비슷한 인상에 머물고, 때문에 에너지가 떨어진다.
특히 피아노, 어쿠스틱 기타를 포인트로 이어지는 「Raindrops」 「취한사람」 「I apologise」의 연이은 플레이는 소포모어의 주안이 어디에 실려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죽어도 좋아」의 스캣, 「Raindrops」의 애드리브를 듣자면 곡을 느끼고 이를 발성으로 드러낼 줄 아는 음악가이나, 이번 음반은 지나치게 한 면만을 두드린다. 섬세한 보컬, 음색, 재지한 선율. 무겁고 강한 감정적 어필보단 적당한 거리 두기와 그를 통한 세련된 감상의 유도. 이 방향성이 이번 음반이 끌어안은 모든 보폭이다.
좋은 등장이고, 훌륭한 자양분을 지녔음을 증명했다. 자신의 것을 직접 만든 선율과 진행, 그리고 보이스 칼라에 맞춰 다듬어냈고 때문에 이후의 행보를 기다리게 한다. 관건은 다채로움이다. 소포모어에서는 더 다양한 색깔과 매력을 보여줘야 한다. 강점만큼이나 적나라했던 취약점을 어떻게 극복하는가가 그의 음악 커리어 최대 과제가 아닐까.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