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어떤 책을 만들어야 하는가?
문광훈 교수와는 인연이 꽤 깊다. 물론 사적인 인연은 없었다. 책과 책으로 이어진, 출판사와 출판사와 이어진 인연이다.
글ㆍ사진 조현주(흐름출판 편집자)
2019.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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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란에, 출판 편집자라는 이름을 적으면서 살아가다보면 누구라도 이런 고민을 하게 될 때가 있다.(’누구라도’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출판 편집자야말로 나의 천직이다’라고 믿는, 앞으로 낼 책들이 머릿속에 가득한 몇몇의 뛰어난 편집자분들은 아마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라고 여지는 남겨두고 싶다.)

“대체 어떤 책을 만들어야 하는가?”

 

이 고민에는 많은 것이 함축되어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알고, (아직 고민해보지 않아서 잘)모르겠는 사람도, 대충 짐작은 할 것이다. 일단 이 고민의 근본적인 원인을 꼽아보자면,

 

1.  편집자는 책을 만드는 사람이다. 그걸로 월급을 받는다.
2.  아무 책이나 만들 수는 없다. 그걸로 월급이 바뀐다.

 

그러니까 이런저런 이유는 많겠지만, 이 두 가지 이유가 가장 크다.


어떤 책을 만들어야 할까.

 

약간의 우스갯소리였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출판 편집자는 월급을 위해 책을 만들지는 않는다. 출판 편집자는 자신만의 소신이 있고, 그 소신을 위해 신념에 따라 헌신한다. 이제껏 그런 편집자들을 수도 없이 보아왔고, 그렇지 않은 편집자들은 보지 못했다. (솔직히 말하면, 몇 명은 만났다.) 아무튼.

 

대부분의 편집자들의 “아, (빌어먹을) 대체 뭔 책을 만들어야 해”라는 고민은, 그러니까 자신의 소신과 신념으로 빚어진 책이 더 많은 독자의 손에 들리고, 이 세계에 어떤 의미가 전해지기를 바라는, 순수한 욕심의 다른 이름이다. 나는 적어도 그렇게 믿고 있다.

 

그러니까, 지난 겨울, 나는 그런 고민의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책을 만들고, 출간하고, 홍보와 마케팅을 서포트하고. 바쁜 시간이었지만, 뭔가 특별한 책을 만나고 싶다는, 그런 마음에 매일이 조급하게 느껴졌던 때였다. 신문과 잡지를 뒤적이고, 서점과 도서관을 드나들면서 아이디어를 찾는 나날이 이어졌지만, 뭐 하나 바뀌는 건 없었다. 그러던 중, 문광훈 교수의 책을 다시 만났다.

 

문광훈 교수와는 인연이 꽤 깊다. 물론 사적인 인연은 없었다. 책과 책으로 이어진, 출판사와 출판사와 이어진 인연이다. 나는 한때 문광훈 교수의 책이 출간되었던 출판사의 편집자였다. 하지만 그 출판사는 도산했고, 그것이 문광훈 교수와의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이 책  미학 수업』 은 그 당시 출간되었다가 곧바로 절판되어 사라져버린 『영혼의 조율』 이라는 책의 복간본이다. 『영혼의 조율』 의 원형은 유지하고 있지만, 많은 부분을 삭제하고 저자가 새로 원고를 보충했다.

 

사실, 이 책을 복간해야겠다는 생각은, 문광훈 교수를 처음 만난 자리에서 강하게 들었다. 문광훈 교수는 겸손하면서도 지적이고, 확고한 삶의 태도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유연하고 폭넓게 사고하는 저자였다. 솔직히 말하면, 그때 나는 문광훈 교수에게 매료되었다. 이런 저자와는 어떤 책을 해도 즐거울 것 같았다. 나의 소신과 신념을 담아 헌신해도 될 저자일 것 같았다. 이런 저자를 세상에 내놓고 싶다, 이 사람의 말과 글이 더 널리 퍼지게 해주고 싶다, 라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이 책 미학 수업』  에는 예술이라는 창을 통해 바라보는 문광훈 교수의 삶에 대한 태도와 사회를 향한 시선이 담겨 있다. 문광훈 교수는 예술이 가진 본연의 의미를 해석하면서 예술을 대하는 우리의 안목과 교양을 한 단계 높여준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성찰하는 기회를 갖게 되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진지한 사유와 사색의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아무튼,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건, 편집자로서 문광훈 교수와 작업한 시간은 충분히 즐겁고 행복했다라는 것이다. 그건, 어떻게 보면 놀라운 행운이지 않았을까, 하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다.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결국,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다시금 느끼게 된 시간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요즘에는 약간 다른 고민에 빠져 있다. 편집자로서의 고민이기도 하지만, 독자로서의 고민이기도 하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의 고민이기도 하다.

 

“이번에는 어떤 저자를 만나볼까?”

 

 

 


 

 

미학 수업문광훈 저 | 흐름출판
이 예술과의 공감과 교감의 경험은 일상에 생기를 불어넣고, 즐거움을 주며, 궁극적으로 삶을 새롭게 이끄는 지혜와 지성, 사유의 순간을 선사한다. 새롭게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는, 수준 높은 교양 수업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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