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헤이즈’를 돌아볼 시간
점차 그의 색깔이 갖춰지는 것처럼 보였으나, 정규 1집에서는 그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글ㆍ사진 이즘
2019.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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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차 그의 색깔이 갖춰지는 것처럼 보였으나, 정규 1집에서는 그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이번에는 「비도 오고 그래서」 「Jenga」를 함께 만든 작곡가 다비와 더불어 다양한 뮤지션과 작업했다. 가수에게 첫 번째 정규 음반은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기 마련이나, 헤이즈는 자신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여배우라는 페르소나를 앞세웠다. 피처링 참여 비율이 높다는 것 역시 타인의 목소리와 함께 앨범을 다채롭게 만들겠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다른 가수가 했다면 무난하게 다가왔을 재료들이 헤이즈를 만나 특별함을 획득한다. 「이유」에서는 ‘내가 행복한 사람 되어 / 널 웃게 해 줄게’라는 고백이 이별을 말하던 그간의 노래들과 대조되어 신선하게 다가온다. ‘사랑한 것을 모르니 / 설명할 필요도 없는 이별이죠’라는 가사가 알려주듯, 비밀 연애를 소재로 하는 「Dispatch」에서는 애절한 헤이즈의 음색과 사이먼 도미닉의 담담한 래핑이 청자의 감정 이입을 돕는다.

 

첫 순서인 「She’s fine」에서는 주제를 제시하고, 마지막 「숨겨둔 편지」를 통해 다시 모든 곡을 복기하게 한다. 음반 끝자락에 자리한 「E.T」에서는 ‘가수 헤이즈’의 모습으로 찾아와 자신의 음악을 들어주고, 아껴주는 이들에게 인사를 전한다. 실제로 앨범 디자인이나 스토리텔링 등에서 헤이즈의 아이디어가 강하게 묻어나온다. 이런 구성 능력은 싱어송라이터에게 필요한 요소다. 그러나 보컬이 강조되는 음악은 여전히 곡이 더 중요하다. 노래가 먼저 대중의 마음에 파고들어야 전체가 보인다. 견고한 콘셉트와 형식도 중요하지만, 좋은 곡이 판을 뒤엎는다.

 

새로운 뮤지션들과의 협업은 좋았으나 헤이즈 보컬과 잘 붙지 않아 허공에 떠도는 곡들이 있다. 이는 앨범의 매력을 낮추는 원인이다. 알앤비 뮤지션과 특히 잘 어울리는 보컬인 헤이즈가 주영과 함께한 「너의 나무」는 스팅의 「Shape of my heart」가 연상되는 선율이 노랫말과 어우러지지 못하고 겉도는 곡이다. 선우정아와 작업한 「숨고 싶어요」에서는 가장 돋보여야 할 헤이즈가 없다. 곡 분위기에 어울리는 보컬을 들려줘야 한다는 생각에 핵심을 놓쳤다.

 

대중의 관심과 높은 차트 성적까지 거둬 ‘음원 퀸’이라는 타이틀을 얻었지만, 정작 더 중요한 ‘가수 헤이즈’를 돌아볼 시간을 마련하지 못했다. 음반 콘셉트를 구상하는 능력, 진솔한 가사와 잘 어울리는 장르 선택, 대중과의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은 분명 그의 강점이다. 그러나 정규 음반은 뮤지션의 긴 호흡으로 이뤄진 작품이기에 정교함과 개성이 돋보여야 했다. 차분히 숨 돌릴 시간을 갖고 앨범을 매만졌다면 좋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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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즈 #she`s fine #Jenga #비도 오고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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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