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후 "100세까지 유쾌하게 나이 들고 싶다면"
어려운 상황이라도 사소한 즐거움을 가능하면 많이 찾아내 만끽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내 인생은 ‘재미있는 인생’이기보다 ‘재미있기를 바라는 인생’에 더 가깝습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19.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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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40대에 이르면 다시 한 번 ‘어떻게 살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한다. 지금까지 성취와 업적, 책임과 의무 위주로 삶을 꾸려 왔다면, 이제는 본인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 가치 있는 삶에 주의를 기울이기 때문이다.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에 잠 못 이루는 그들에게 50년간 15만 명을 진료한 정신과 의사가 일, 자아, 인간관계 등의 문제를 통틀어 매우 실질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조언을 건넨다. 40만 부 베스트셀러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의 저자이자 이화여자대학교 명예교수인 이근후 박사가 전하는 나이 듦에 관한 가장 솔직하면서도 유쾌한 심리 수업. 그는 이 책을 통해 무엇을 전하고 싶었던 걸까?

 

50년간 15만 명이 넘는 환자들을 진료하셨습니다. 어떤 사람들을 가장 많이 만나셨나요?

 

제가 가장 많이 만난 환자의 연령군은 40대였습니다. 그들은 ‘죽도록 일만 할 필요가 없었는데’ ‘그렇게 희생하면서 살 필요가 없었는데’ 하며 지나온 삶을 후회합니다. 인생의 절반에 이르러 지난 삶을 돌아보는 것이 매우 자연스러운 과정이고, 어느 정도 후회스러운 마음은 들게 마련입니다. 다만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이 너무 심하면 관리가 필요하죠. 그런 그들이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어요. 열심히 일한다는 것, 누군가를 돌본다는 것, 그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일에서 오는 보람이 있었기에 그토록 일에 매진했던 겁니다. 누군가를 기르며 한정 없는 보람을 느꼈기에 기꺼이 희생했던 겁니다. 후회하는 마음이 들더라도 열심히 일한 자신을 칭찬해 주는 게 먼저입니다. 열심히 일한다는 것은 자기가 누구인지를 알고, 일에서 행복을 찾을 줄 아는 자에게만 허락된 보람이자 성취이니까요.

 

40만 부 베스트셀러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출간 이후 방송 출연, 강연, 기고 등 활발하게 활동해 오셨습니다. 사람들이 어떤 질문을 가장 많이 하던가요?


“어떻게 그렇게 재미있게 사셨습니까?”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들어요. 그러면 나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내가 언제 재미있게 살았다고 했습니까? 재미있게 살고 싶다고 했지요.” 내 인생이라고 해서 특별히 재미있는 일이 많이 일어나거나 행복이 가득하지만은 않았습니다. 남들처럼 먹고사느라 억지로 일해야 하는 시기도 있었고, 아이 넷을 키워야 하는 형편인데 뜻하지 않게 감옥과 군대를 다녀오느라 경제적으로 매우 궁핍했던 시절도 있었어요. 일상의 지루함과 소소한 시련이 번갈아서 찾아오는 평범한 인생이었습니다. 또 나이가 들어서는 나아질 기미가 없는 일곱 가지 병을 앓고 있으니 행복해 봐야 얼마나 행복하겠습니까? 다만 어려운 상황이라도 사소한 즐거움을 가능하면 많이 찾아내 만끽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내 인생은 ‘재미있는 인생’이기보다 ‘재미있기를 바라는 인생’에 더 가깝습니다.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을 찾는 능력이 삶에 있어서 중요한가요?


매우 중요합니다. 젊었을 때는 인생을 뜻대로 이끌어갈 수 있다고 믿기 쉽습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살아 보니 인생은 필연보다 우연에 의해 좌우되었고, 세상은 생각보다 불합리하고 우스꽝스러운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다행스러운 점이 있습니다. 인생의 시련은 자력으로 어찌해 볼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는 심정으로 눈을 씻고 찾아보면 주변에는 작은 즐거움들이 늘 존재합니다. 그런 즐거움을 찾아내서 누리겠다고 마음먹으면 인생은 어떤 시련이 와도 크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람은 마지막까지 유쾌하게 살겠다고 결심해야 합니다. 그것이야말로 미약한 인간이 인생 앞에서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삶의 태도이기도 하고요.

 

3대 13명이 한 집에서 사는 이야기가 화제가 되었습니다.


2003년부터 네 자녀의 가족들과 전부 모여 살기 시작했습니다. 육아 문제와 부모 봉양 문제를 함께 모여 살며 해결해 보자는 장남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어요. 우리 부부는 집터를 내놓았고, 자식들은 각자의 경제적 능력과 취향에 따라 집을 다르게 설계했습니다. 각 가정의 독립성 보장을 제일 중요하게 여겼어요. 그런데 우리 가족의 사는 모습이 사람들에겐 매우 이상적으로 보이나 봅니다. 하지만 우리 집이라고 언제나 화기애애하지는 않고 오히려 서로에게 무덤덤한 편입니다. 다만 17년째 대가족을 꾸려 살아 보니, 대가족은 기쁜 일을 나눌 때보다 아픔과 어려움을 나눌 때 그 빛을 발합니다. 2010년에 장남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졌습니다. 그때 가족들이 모여 살았기에 응급상황에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었어요.

 

만약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져 살았다면 어땠을까를 떠올리기만 해도 몸서리가 쳐집니다. 함께 사는 17년 동안 모든 가족이 나름대로 크고 작은 우환을 겪었어요. 그럴 때마다 우리는 서로에게 조금씩 신세를 졌습니다. 그래서 가족이란 불안한 사회에서 중요한 안전망이 되어 준다고 생각해요. 가족이라고 어렵고 불편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가족이 가진 지식과 에너지도 중요한 자산으로 여기면 좋겠습니다.

 

30년 넘게 네팔 의료봉사를 하고, 40년 넘게 광명보육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어떻게 오랫동안 지치지 않고 봉사를 해 오셨는지요.


정말로 하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워낙 산을 좋아해 언제나 히말라야를 꿈꾸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1982년 마칼루 학술원정대에 뽑혀 처음으로 네팔에 가게 됐어요. 그 후로 네팔은 마음의 고향이 되었습니다. 받은 게 많으니 보답하고 싶은데, 제가 네팔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의료 활동뿐이었어요. 네팔이화의료봉사단을 조직해 봉사해 온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마음먹고 시작했다면 오래 못 했을 겁니다. 반대로 할 수 있는 만큼만 찾아서 즐기겠다고 생각하니 꾸준할 수 있었습니다. 큰 즐거움은 얻지 못하면 큰 불행이 됩니다. 그러나 소소한 즐거움은 마음만 먹으면 얻기도 쉽고 쌓이면 큰 재미가 되죠. 또 저 혼자 나서서 해 온 일도 아닙니다. 저는 작은 일이라도 주변에 도움을 구하는 편입니다. 뭔가 거창한 계획을 세우고 접근하는 게 아니라, 당장 해야 하는 일을 다른 사람들에게 부탁하고 나누어요. 그러다 보니 오랫동안 할 수 있었습니다.


제 주변에 사람들이 많으니, 인간관계가 좋다고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데 제가 인격자라서 사람들이 모이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먼저 손을 내미는 편입니다. 그것도 도와달라고 하는 편이에요. 내가 당장 하려는 일, 당장 가지고 있는 것을 함께하다 보니 서로 부담이 적고, 자연히 사람을 오래 만나게 되고, 봉사도 오래 할 수 있었어요. 다 내 주변인들 덕분입니다.

 

책에 보니, 아드님이 페이스북에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제사는 안 지낸다’라고 하셨다던데요.


큰아들은 천문학자입니다. 또 저는 의학자입니다. 둘 다 검증 가능한 사실만 믿고 사는 처지지요. 그래서 제사란 죽은 사람을 위한 의례가 아닌 산 자들을 위한 행사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내가 죽고 나서 제사를 지내고 안 지내고는 전적으로 자식들 몫이죠. 아들이 먼저 나서서 내 제사 문제를 해결해 주었으니 속이 시원할 뿐입니다. 저는 집안 대소사 걱정할 거 없이 남은 인생에 몰두하며 즐겁게 살아도 될 테니까요.


요즘 다 자랐는데도 독립하지 않는 자식들 때문에 고민하는 부모들을 많이 봅니다. 그런 마당에 자식이 리더가 되어 집안을 이끌고 나가겠다고 선언했다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죠. 저는 자식 문제에 대해서는 부모가 먼저 자식에게서 독립하라고 조언하는 편입니다. 혁신을 이끄는 미래 세대의 개막은 부모 세대와의 단절로부터 시작됩니다. 그러므로 자식이 제대로 서고 나서 독립시키겠다는 순서를 바꿔서, 부모가 먼저 끈을 놓아주세요. 자녀가 사춘기가 되면 30퍼센트를 놓아 주고, 성인이 되면 30퍼센트를 놓아 줍니다. 그리고 결혼과 동시에 30퍼센트를 놓아 주고, 나머지 10퍼센트의 관심으로 다 큰 아이들과 교류하면 서로 탈이 날 일이 없습니다.

 

여든다섯 해의 인생을 사셨습니다. 인생 후배들을 위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요.


지금까지 책임과 의무 위주로 인생을 꾸려 왔다면, 이제는 본인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 위주로 살아 보세요. 사람은 누구나 제멋대로 살고 싶은 본능이 있습니다. 그리고 나이 들어 가장 좋은 점이 바로 자유입니다. 그 자유를 마음껏 누려 보라는 말입니다.


그렇다고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살라는 말이 아닙니다. 불가능하니까요. 또 거창한 계획을 세워서 살라는 뜻도 아닙니다. 계획은 언제나 어그러지기 마련입니다. 게다가 나이 들수록 신체적 심리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위축될 텐데, 그 또한 절대로 피해갈 수 없습니다. 다만 어떤 상황에 처하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는 심정으로 눈을 씻고 찾아보면 충분히 누릴 만한 즐거움이 있습니다. 그 사실을 인지하고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면, 어떤 시련이 와도 크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미래가 덜 불안하고, 쉽게 좌절하지 않으며, 함부로 서운해지지도 않습니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자유라고 생각해요. 어려운 상황에서도 나를 지킬 수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즐겁게 살 수 있으니까요. 마지막까지 내 곁의 즐거움을 찾아보겠다는 심정으로 유쾌하게 살기를 권합니다. 저도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웃음)

 

 

 

 

*이근후

 

1935년 대구에서 태어나 일제 강점기에 초등학교를 다니고, 중학교 때 6?25 전쟁을 겪었다. 고등학교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가세가 급격히 기울어 단칸방을 전전했고, 대학 시절 4?19와 5?16 반대 시위에 참여해 감옥 생활을 하는 바람에 한동안 취직이 어려웠다. 하지만 그는 결코 미래를 두려워하거나 절망하지 않았다. 전쟁과 가난이 사람의 의지로는 어찌해 볼 수 없는 시련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자, 그제야 비로소 자기 힘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 결과 그는 이화여자대학교 교수이자 정신과 전문의로 50년간 환자들을 돌보고 학생들을 가르쳤다. 또 국내 최초로 폐쇄적인 정신 병동을 개방 병동으로 바꾸었고, 정신 질환 치료법으로 사이코드라마를 도입했으며,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우리나라 정신의학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

 

퇴임 후에는 사단법인 가족아카데미아를 설립해 청소년 성 상담, 부모 교육, 노년을 위한 생애 준비 교육 등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더불어 30년 넘게 네팔에서 의료봉사를 해 오고 있고, 복지법인 광명보육원 이사로 40년 넘게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또 그를 주축으로 결성된 ‘예띠 시 낭송회’는 무려 20년 넘게 이어지며 문학 공부와 봉사 활동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2013년에 출간해 40만 부가 판매된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를 비롯해 35년간 모두 20여 종의 책을 썼다.


사람들은 그에게 자주 묻는다. “어떻게 그렇게 많은 일을 오랫동안 지치지 않고 할 수 있었습니까?” 이에 대한 그의 대답은 단순하다. “하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인생에는 뜻대로 이룰 수 있는 일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더군다나 삶은 예기치 않은 시련에 가장 크게 흔들린다. 그런데도 어쩔 수 없는 일을 해결해 보겠다고 집착하면 인생이 힘들어진다. 오히려 인생의 시련은 일상의 작은 기쁨들로 인해 회복된다. 그러므로 우리가 취해야 하는 유일한 삶의 태도는 어쩔 수 없는 일들은 받아들이되,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여기에서 누릴 수 있는 작은 기쁨들을 최대한 많이 찾아 누리는 것이다. 그런 사소한 즐거움이 쌓여 결과적으로 만족스러운 인생이 된다.

 

그래서인지 그의 인생은 유독 사람들의 부러움을 샀다. 2011년 76세의 나이로 고려사이버대학 문화학과를 최고령으로 수석 졸업하면서 세간의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2003년부터 17년째 3대가 함께 한집에서 살아가는 가족 이야기가 여러 매체를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겉으로 보기에는 특별해 보일지 몰라도, 실상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일 뿐이라고 말한다.

 

 

 

 

 

백 살까지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이근후 저 | 메이븐
50년 경력의 정신과 의사답게 인생의 중반에 이르러 진지하게 마주하게 되는 일, 자아, 인간관계 등의 문제에 대해 매우 실질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조언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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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