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건축가 김선아 "좋은 공간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공간을 이루는 건축은 의식주 중 ‘주’에 해당하잖아요. 우리가 먹고, 입는 것만큼이나 공간은 우리 기분을 좌우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19.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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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의 활성화 때문일까? 아니 그 전부터인 것도 같다. 한국 사람들이 유난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계속해서 좋은 공간을 찾아 다닌다. 분위기 좋은 카페, 괜찮은 전시를 하고 있는 미술관, 소위 핫 하다는 장소들. 인터넷에서 계속 쏟아지는 수많은 공간의 정보에서 헤엄치다 보면 어느 순간 아찔해진다. 좋다는 게 어떤 거지? 그게 나의 기준일까? 어떤 공간에 들어가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또 어디는 오래도록 머무르고 싶다. 그런 감상에는 반드시 이유가 존재할 텐데, 뜬구름 잡는 것처럼 희미하기만 하다. 

 

 『여기가 좋은 이유』 는 공간을 쪼개 보고 분석할 줄 아는 건축가 김선아가 공간의 좋은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해주는 책이다. 마치 공간 감상문이라고 할까? 이 책을 쓴 사진 찍는 건축가, 김선아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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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건축가 선아키’라는 재미있는 필명을 갖고 계신데요, 이름에 얽힌 사연이 있을까요? 설명 부탁드려요.

 

브런치와 인스타그램에 글을 조금씩 쓰기 시작하면서 영어로도 한글로도 어색하지 않게 써지는 닉네임이 필요했어요. 제 이름(김선아)은 아무래도 연예인 이름으로 더 많이 소비되니까, 예전에 친구들과 장난스럽게 부르던 별명을 가져다 썼죠. 제 이름인 ‘선아’에 ‘아키텍쳐’를 연결해 만든 단어인데 제 사진과 글에 어느 정도 어울린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진 찍는 건축가’는 제 첫 회사 명함에 적혀 있던 제 직함이었어요. 소장님이 당시 회사 사람들 모두의 명함에 직급 없이 딱 ‘건축가’라고만 적자고 하셨는데, 그때 제가 “저는 ‘사진 찍는 건축가’로 써주세요!” 그랬죠.

 

직업이 곧 취미이신 것 같아요. 직업과 취미가 일치한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해요. 공적으로 또는 사적으로 좋은 공간을 방문하는 일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공간을 좋아해서 건축을 시작했냐, 건축을 시작해서 공간을 좋아하게 되었냐,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질문인데요. 저에게 묻는다면 후자에 더 가까워요. 건축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공간을 더 자세히 뜯어보게 되었고 그러면서 좋아하는 공간들이 생기기 시작했죠.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공간을 방문하는 일의 좋은 점은 그것이 제 취미인 동시에 일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이에요. 아마 대부분의 건축가가 그럴 것 같은데, 답사를 다니며 그곳은 어떻게 공간을 나눴고, 어떤 마감재를 사용했고 어떻게 조도를 맞췄고 어떤 디테일을 사용했는지 계속 배우게 됩니다. 노하우도 쌓고, 자극도 받고 그렇죠. “나도 좋은 공간 만들고 싶다!!” 하면서 돌아오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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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공간이라는 표현이 계속 반복되는데, 어떤 공간을 좋다고 표현할 때 주관적인 느낌 이외에 객관적인 지표가 되는 기준이 있을까요? 예를 들면 층고가 높다거나 빛이 잘 들어온다거나.


‘좋다’라는 개념은 언제나 개인적이고 상대적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층고가 높다거나, 빛이 잘 드는 것도 어쩌면 취향일 수 있어요. 층고가 낮은 곳에서 아늑함을 느끼고, 빛이 잘 들지 않는 어두운 공간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객관적 지표라고 하면 ‘일관됨’일 것 같아요. 공간뿐 아니라 어떤 콘텐츠든 마찬가지겠죠. 기획 단계에서 잡은 목표와 컨셉이 있으면, 그걸 끝까지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해요. 딴 길로 새지 않고, 중간에 다른 것들이 더 좋아 보여도 끈질기게 초심을 잃지 않는 것. 일관된 이야기 안에서 사람들 마음이 움직인다고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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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공간을 찾아 다니는 이야기를 하다 보니 궁금해졌습니다. 우리는 왜 계속 좋은 공간에 나를 데려놓고자 하는 걸까요? 왜 계속해서 좋은 곳, 편안한 곳을 찾아 다니는 걸까요? 왜 우리는 자기 취향을 명확히 정의 내리려고 하는 걸까요?


공간을 이루는 건축은 의식주 중 ‘주’에 해당하잖아요. 우리가 먹고, 입는 것만큼이나 공간은 우리 기분을 좌우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마음에 드는 옷을 입고, 입에 맞는 음식을 먹었을 때 느낄 수 있는 행복이 공간에서도 있죠. 그런 기분 좋은 감정을 느끼려고 새로운 곳에 가보고, 좋은 곳엔 몇 번이고 또 가는 것이 아닐까요?


취향을 정의 내리려는 것은 조금 다른 이야기일 수 있겠어요. 예전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설명할 때, 그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거든요. 나이가 몇이고, 어느 지역 출신이고, 어떤 직업을 가진 사람인지가 중요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아니거든요. 나이와 지역, 직업보다 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특징은 무엇인지 끊임 없이 찾고 있는 것 같아요. 그 중 하나가 취향이 아닐까요? 이제 사람들은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가 나 자신을 규정한다고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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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시점에서 여긴 꼭 가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서울의 공간이 있다면? 몇 곳만 소개 해주세요.

 

책에 수록된 곳에서 고르자면, 아주 많이 더워지기 전에 얼른 피크닉에 다녀오세요. 언덕길이라 날이 덥지 않고 춥지 않을 때 좋아요. 피크닉이 아니라면, 카페 진정성에 가서 잔디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보면서 밀크티를 마셔도 좋겠습니다. 원고가 책이 되어 나오기까지의 시간 동안 서울에 새로 생긴 공간들도 있어요. 호텔은 대표적으로 두 곳이 새로 오픈했는데, 홍대의 ‘라이즈호텔’과 을지로에 있는 ‘레스케이프’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둘 다 아주 다른 기획방향으로 계획되었는데, 완성도는 모두 뛰어난 것 같아요.


카페도 꽤 가볼 만한 곳이 많이 생겼어요. 어니언 안국, 앤트러사이트 연희와 펠트커피 도산공원점, 대충유원지 인왕산점이 요새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이야기가 많이 되고 있어요. 또 어쩌다가게에서 혜화동에 새로 오픈한 어쩌다산책도 가보고 싶은데, 저도 아직 가보지 못했네요.

 

이 사람들을 주목하고 있다, 하는 좋아하는 건축가(사무소), 인테리어 디자이너(사무소)가 있을까요?

 

좋아하는 건축사사무소라면, 저는 ‘푸하하하프렌즈’의 오랜 팬이에요. 2014년도 김해에 지어진 ‘흙담’의 포스팅부터 지금까지 빼놓지 않고 포트폴리오의 새 글들을 정독하고 있어요. 건축가들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무겁고 진지한 면을 내려놓은 사진과 글이 압권인데, 가벼운 어투와 농담 사이에 묵직한 개념들이 녹아 있어요.  『여기가 좋은 이유』  에서는 ‘옹느세자메’가 그들의 작업이에요.


인테리어 디자인이라면 ‘더퍼스트펭귄’을 빼놓을 수 없죠. 몇 년 사이에 따라올 수 있는 스튜디오가 없어진 것처럼 느껴져요. 요새 소위 핫한 카페들 중 많은 수가 펭귄의 작업인데, 전체적으로는 굉장히 절제되고 면과 선을 강조한 공간들을 많이 만들어서 건축가들도 모두 좋아하는 회사에요. 책에 소개된 공간 중에서는 ‘카페 진정성’이 펭귄 작업입니다.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하실 건지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하고 싶은 일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최근에는 친구와 뉴욕으로 열흘 조금 넘게 여행을 다녀왔는데, 뉴욕이라는 도시를 다른 여행자들과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싶었어요. 『밤의 뉴욕』이라는 제목으로 독립출판물로 텀블벅을 노려보고 있습니다. 잠들지 않는 도시인 뉴욕의 밤에는 어떤 공간을 찾아가 볼 수 있는지 이야기하는 책을 기획하고 있어요.


또 공간을 찾아다니고, 글을 쓰는 일 이외에도 이제 직접 공간을 직접 만들어 보려고 계획하고 있어요. 친구와 함께 에어비앤비를 작게나마 운영하는 것을 올해 안에 시도해보려고 합니다. 잘 되면, 좋은 공간들을 더 많이 만들어내고 싶어요.

 

 

*김선아

 

사진 찍는 건축가. 눈에 보이고 손에 닿는 것들을 디자인합니다. 좋은 것을 나누고 싶어서 사진을 찍고, 글을 씁니다. @seonarchi


 

 

여기가 좋은 이유김선아 저 | 미호
사람들이 좋아하고 즐겨 찾는 여러 공간들을 방문해 마치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듯 공간 독후감을 써내려갔다. 그녀의 글에서는 공간과 건축을 사랑하는 마음, 그리고 그것을 누구에게라도 알려주고 싶은 다정함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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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