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사관고등학교, 듀크대학교를 거쳐 지금은 하버드대학교 로스쿨에서 공부하는 저자의 이력만 보면
매사에 명석하고 냉철하며 논리적인 결정만 내릴 것 같지만, 사실 윤 지 작가는 유난히 여리고 감성적인 성격 때문에 남들보다 훨씬 쉽게 상처받고 눈물도 많이 흘린다. 중학생 시절에는 따돌림을 당했고, 자기소개를 하는 자리에서는 어느 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인사까지만 들은 사람들의 시선이 180도로 달라지는 것을 숱하게 느끼기도 했다. 결코 출세하기 위해 하버드 로스쿨로 진학한 것이 아닌데, 드라마
작가는 자신을 특별하게 또는 편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느낄 때마다 받는 스트레스를 어떤 책을 통해 어떻게 해소했는지 찬찬히 보여준다. 해도 해도 끝이 보이지 않는 공부에 지칠 때는 재미있는 소설을, 외로운 유학 생활로 누군가의 온기가 그리울 때는 따뜻한 에세이를, 아무리 고민해도 답이 보이지 않는 질문이 엄습할 때는 고전문학에서 실마리를 찾으며 묵묵히 걸어온 작가의 시간이 페이지마다 새겨져 있다.
책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는 이력이 심상치 않습니다. 민족사관고등학교, 듀크대학교를 거쳐 하버드대학교 로스쿨에서 공부 중이라니. 스펙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좀 더 구체적인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25살 윤지입니다.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는데, 어쩌다 보니 운이 좋게 작가가 되었어요. 유학 생활이 늘 외롭고 심심했는데, 책이 출간되니 하루하루가 참 알차고 행복합니다. 원래는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고 제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기 위해 한국에 돌아가고 싶어 했는데 이제는 독자분들을 직접 만나고 싶어서 한국에 하루 빨리 돌아가고 싶네요.
책 읽을 시간은커녕 쉬는 시간도 부족할 것 같은데요. 이렇게 치열하게 살 수 있었던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또 이렇게 살 수 있는 원동력은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합니다.
한 가지 이유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것 같아요. 자존심이 강해 남들보다 몇 배 더 노력할 때도 많고 사랑하는 이들에게 자랑스러운 존재가 되고 싶은 마음도 있고, 빨리 유학을 끝내고 한국으로 가고 싶은 마음도 큰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저에게 독서는 휴식이에요. 그래서 따로 시간을 낸다기보다 공부하다 지칠 때 책에 파묻힙니다. 그래서 책을 읽을 때 평온해지는 것 같아요.
책은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좋아하게 되었나요? 그때 읽었던 책 중에 기억나는 것이 있다면?
본격적으로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미국 고모 댁에 두 달간 머물렀을 때 같아요. 아는 사람이 없으니 오후 캠프가 끝나고 집에 오면 할 일이 없었거든요. 그때 처음으로 극심한 외로움을 느꼈어요. 그러자 고모가 저를 근처 도서관에 데리고 가셨는데 그때부터 책을 읽으며 외로움을 달랬던 것 같아요. 당시 읽었던 책 중에 지금도 기억나는 시리즈물이 있는데 하나는 『Magic tree house』 라는 청소년 탐험 소설이고, 다른 하나는 『Encyclopedia brown』 이라는 청소년 추리소설입니다. 두 시리즈 모두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법학, 법조인 하면 아무래도 차갑고 냉철한 이미지가 연상되는데 책을 읽어보면 작가님은 굉장히 감성적이고 섬세한 분인 것 같아요. 그런 성격이 로스쿨에서 공부할 때 한계나 걸림돌로 작용할 때는 없었나요? 현실과 법학, 현실과 실제 판결의 온도 차이도 많이 느끼실 것 같아요.
법조인이란 결국 사람의 권리, 때로는 기본권을 다루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냉철한 분석 능력도 중요하지만 타인과 공감할 수 있는 능력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클라이언트가 저를 믿어야 법률 과정이 훨씬 수월하게 흘러가는 것 같거든요. 실제로 인턴으로 일해보니, 클라이언트를 세심하게 배려하면서 상대의 마음을 먼저 얻으니 법률 자문에 필요한 중요한 정보를 저에게 더 빨리 이야기해주더라고요. 저는 법조인이야말로 냉정한 머리와 따뜻한 가슴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책발전소 김소영 대표님과 이종범 작가님의 추천사가 인상적이었어요. 힘들고 외로울 때 책이 나를 회복시켜주고 안전한 갑옷이 되어준다면 참 든든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작가님처럼 책을 가까이하고 싶지만 아직은 책 읽기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본인만의 팁을 주신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앉은 자리에서 책 한 권을 다 끝내는 게 좋은 사람이 있고, 일상 생활 틈틈이 읽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죠. 그래서 우선 본인의 독서 스타일을 찾아보기를 추천해요. 간혹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상담을 요청하는 분들이 있는데, 저는 그분들의 취향과 기억에 남는 책, 요즘 자주 하는 생각이나 걱정을 물어봐요. 베스트셀러나 고전이 모든 사람의 취향에 맞을 순 없잖아요. 꼭 제가 아니어도 주변에 책을 많이 읽는 분이 있다면 이런 방식으로 추천을 받는 건 어떨까요? 독서의 즐거움을 알기 위해서 수백 권을 읽을 필요는 없어요. 취향에 맞는 단 한 권의 책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믿어요.
20대라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 작가의 꿈을 이루었어요. 법조인이 되는 것 외에 또 이루고 싶은 꿈이 있나요? 있다면, 그 꿈을 이루는 데 책 읽기가 어떤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한국 교육제도를 개선하는 일에 동참하고 싶어요. 제가 교육학이나 행정학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우리나라 학생들이 얼마나 힘들게 공부하고 경쟁하는지 정말 잘 알아서, 학생들이 받는 스트레스와 불안감, 우울감을 조금이라도 줄여주고 싶어요.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교육은 어릴 때부터 다름의 미학을 가르치는 거예요. 친구와 나는 생각도, 취향도, 관심사도 다를 수 있으니 상대의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법을 가르치는 거죠. 요즘같이 혐오가 들끓는 시대일수록 꼭 필요한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책을 고를 때 제가 경험해보지 못한 삶을 사는 작가들에게 관심을 많이 가져요. 독서를 통해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음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이런 습관이 훗날 우리나라 교육제도를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요.
독자들이 작가님의 책을 어떻게 읽기를 바라시나요? 독자들을 직접 만난다면 무엇을 나누고 싶으세요?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저에게 인사를 해주셨어요. 누구인지도 모르는 분들이 저에게 책을 써줘서 고맙다고 말씀하실 때마다 눈물이 고이더라고요. 저는 독자분들이 친구와 맥주 한잔을 기울이며 오순도순 대화하듯 제 책을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 책이 때로는 가슴 따뜻해지는 미소를, 때로는 속 시원하게 울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드릴 수 있기를 바라요. 독자분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저는 제 이야기를 하기보다 독자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어떤 삶을 사시는지, 요즘 어떤 고민을 하시는지,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한 분 한 분의 눈을 바라보며 가만히 경청하고 싶어요. 그런 소중한 기회가 생긴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윤지
199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유난히 여리고 감성이 풍부하다. 많이 울고 상처도 자주 받지만 그보다 몇 배로 잘 웃고 쉽게 감동받는다. 초등학교 시절 해외의 친척 집에서 몇 주 지냈던 일을 계기로 책에 빠져들었다. 힘들고 지칠 때, 외롭고 막막할 때마다 책을 읽으며 위로와 용기를 얻었다. 책에서 받은 힘으로 민족사관고등학교에서 공부했고, 듀크대학교에 진학해 심리학을 전공했다.
책도 좋아하지만 사람을 더 좋아한다. 특히 감정과 의견을 주고받으며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순간의 온기를 사랑한다.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삶을 살고 싶어 심리치료사가 되기로 결심했다가, 법조인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듀크대학교를 1년 조기 졸업하고 하버드대학교 로스쿨에 진학, 2020년 5월 졸업할 예정이다.
책을 읽을 때마다 떠오르는 생각과 감상, 고민과 의문 등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어느 날 문득, 이 글들을 책으로 엮어보자는 생각을 했고 원고 투고를 통해 작가가 되었다. 언젠가 내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했으나 이렇게 빨리 꿈이 이루어질 줄은 몰랐다. 꽂히면 시도해야 하고, 목표를 세우면 미친 듯이 몰입하는 성격 덕분이라 생각한다.
겁도 많고 소심해서 실패하면 어쩌나 자주 두려워하지만, 그래도 도전하는 쪽이 훨씬 낫다고 여긴다. 앞으로도 많이 도전하고 부딪히며 배우면서 살 계획이다.
인스타그램 @warmthruout
블로그 https://warmthruout.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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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버드에서도 책을 읽습니다윤지 저 | 나무의철학
외로운 유학 생활로 누군가의 온기가 그리울 때는 따뜻한 에세이를, 아무리 고민해도 답이 보이지 않는 질문이 엄습할 때는 고전문학에서 실마리를 찾으며 묵묵히 걸어온 작가의 시간이 페이지마다 새겨져 있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