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면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한 해가 아닐까. 영화부터 전시, 콘서트까지 디즈니 100년의 역사를 풍성하게 즐길 수 있다.
아흔 살 미키마우스가 함께 한 디즈니 100년
디즈니가 오랜 세월,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는 남녀노소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린이만 좋아할 것 같은 만화영화를 어른들도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디즈니와 함께 한 추억 때문은 아닐까?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상당수 캐릭터가 동화 속 주인공이라서 친근한 데다 어른이 되기 전 꿈과 희망을 함께 키운 디즈니 캐릭터가 누구에게나 한두 명은 있을 법 하지 않은가.
실제로 디즈니의 마스코트, 아이들의 영원한 친구인 미키마우스가 태어난 지 벌써 90년이 지났다. 1928년 최초의 유성 애니메이션 영화인 <증기선 윌리>에 등장한 미키마우스는 1세기에 가까운 시간 동안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사랑받으며, 캐릭터 최초로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이름까지 올렸다. 미키 마우스를 시작으로 <피노키오>, <밤비>,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등을 통해 ‘만화영화’가 시작됐다면 디즈니의 르네상스 시대로 불리는 1990년대에는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알라딘>, <라이온 킹>, <뮬란> 등 인기 애니메이션이 쏟아졌고, 2000년대 들어서는 최첨단 그래픽 기술의 정점을 보여주는 <모아나>, <겨울왕국> 등으로 모든 세대를 사로잡고 있다. 친숙한 스토리에 세계적인 뮤지션들이 작업한 음악, 빼어난 영상미로 시대와 함께 발전하며 과거 디즈니의 팬이었던 지금의 어른 세대와 새로운 어린이 관객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고 있는 셈이다.
극장에서 만나는 디즈니
올해 극장가에서는 디즈니의 인기 영화를 잇달아 만날 수 있다. 지난 3월 <덤보>를 시작으로, 5월 <알라딘>, 6월에는 <토이 스토리 4>도 개봉했다. 7월에는 <라이온 킹>, 10월에는 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마녀로 변신한 <말레피센트 2>, 12월에는 <겨울왕국>도 두 번째 이야기로 극장을 찾을 예정이다.
이 가운데 <알라딘>과 <라이온 킹>은 라이브 액션, 실사 영화다. <알라딘>의 경우 국내에서는 지난 5월 23일 개봉해 누적관객 800만 명을 돌파하며 6월을 마무리했다. 애니메이션을 그대로 재현한 화려한 영상미와 윌 스미스(지니 역), 메나 마수드(알라딘 역), 나오미 스콧(자스민 역) 등의 호연, 뮤지컬을 연상케 하는 배우들의 빼어난 노래와 춤도 볼거리로 꼽힌다. 디즈니가 실사 영화를 만드는 이유는 시대적인 한계를 뛰어넘기 위함일 것이다. 실제로 <알라딘>과 <라이온 킹>은 각각 1993년과 1994년에 개봉했다. 두 작품 모두 뮤지컬로도 제작돼 큰 인기를 얻고 있지만, 이미 스무 살을 훌쩍 넘긴 캐릭터들은 지금의 아이들에게 낯설다. 게다가 왕자의 도움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공주, 아시아나 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차별적인 메시지 등을 담은 그릇된 시선도 개선이 필요하다. 이미 흥행이 입증된 탄탄한 스토리와 캐릭터를 바탕으로 새로 태어나야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에 대한 향수가 짙을 경우 실사 영화가 달갑지만은 않다. 그런 관객들을 위해 디즈니는 올해 새로운 후속영화도 빼놓지 않는다. 4번째 시리즈로 돌아온 <토이 스토리>는 전편에서 우디의 주인이 된 보니와 새롭게 등장하는 장난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토이 스토리 3>에서 사라진 우디의 여자친구 보핍도 만날 수 있어 반가울 것이다. 지난 2014년 개봉해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았던 <겨울왕국>도 두 번째 이야기로 돌아온다. 전작에 이어 배우 크리스틴 벨, 이디나 멘젤, 조시 게드가 각각 안나, 엘사, 울라프 역의 목소리 연기를 맡는다. 5년 만의 후속작이 전편의 폭발적인 인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 혹은 뛰어넘을지 전 세계 영화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무대에서 만나는 디즈니
올해 국내에서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대형 스크린과 오케스트라의 라이브 연주로 감상할 수 있는 공연도 풍성하다.
디즈니픽사필름콘서트
먼저 <디즈니 픽사 필름 콘서트 페스티벌>이 7월 24일부터 26일까지 사흘간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다. 24일 무대에서는 지난해 국내에서만 350만 명이 관람한 애니메이션 <코코>의 OST를 오케스트라 연주로 만날 수 있다. 25일 ‘픽사 인 콘서트’에서는 <토이 스토리1>을 비롯해 <니모를 찾아서>, <라따뚜이>, <인크레더블 2> 등 픽사 애니메이션의 영상과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마지막 날인 26일 ‘판타지아 라이브’에서는 베토벤, 차이콥스키, 스트라빈스키 등의 유명 작품을 디즈니의 친숙한 애니메이션으로 시각화한 클래식 음악 애니메이션 대표작 <판타지아>의 음악을 만날 수 있다. 1940년에 제작돼 된 <판타지아>는 월트 디즈니가 만든 세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1969년 이후 지속적으로 재생산됐고, 후속작으로 <판타지아 2000>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이들 애니메이션의 하이라이트 영상과 음악을 만날 수 있다. 참고로 디즈니가 미키마우스를 시작으로 다양한 프린세스 시리즈로 이어지는 2D 애니메이션의 강자였다면 픽사는 뛰어난 입체감으로 사실감을 높인 3D 애니메이션의 열풍을 일으켰다. 재정난으로 지난 2006년 디즈니에 인수됐지만, 여전히 ‘픽사’라는 이름을 내걸고 자체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있다.
겨울왕국 : 디즈니온아이스
<겨울왕국>을 좀 더 실감나게 얼음 위에서 만날 수 있는 아이스 뮤지컬 <겨울왕국 : 디즈니 온 아이스> 는 7월 31일부터 8월 11일까지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진행된다. 해외 오리지널 팀의 내한 공연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국제대회에서 수상 경력이 있는 스케이터들이 참여해 고난도 피겨 기술과 대규모 아이스 군무를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아렌델 왕국을 재현한 무대 세트와 화려한 의상, 제설기 20대가 동원되는 눈보라 장면 등이 볼거리로 꼽힌다. 1일 2회 이상 공연되며, 오전 공연은 한국어 더빙으로 진행돼 아이들도 편하게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디즈니인콘서트
지난 5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렸던 <디즈니 인 콘서트> 는 9월 5일 대전 예술의전당에서 이어진다. <디즈니 인 콘서트> 는 디즈니의 대표작을 대형 스크린에 펼쳐지는 영상과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라이브 연주, 브로드웨이에서 활동하는 디즈니 콘서트 싱어즈의 노래로 만나는 공식 라이선스 공연이다. 한국에서는 2014년 이후 해마다 진행되고 있다.
데케이드인콘서트
디즈니의 1세기 역사가 너무 광범위하다면 지난 10년으로 좁혀보자. <라푼젤>, <주먹왕 랄프>, <볼트>, <빅 히어로 6>, <겨울왕국>, <모아나> 등 최근 작품들의 하이라이트 영상과 애니메이션에 삽입된 음악을 풀편성 오케스트라 연주로 감상하는 월트 디즈니 <데케이드 인 콘서트> 가 11월 30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지휘자 이병욱 씨가 이끄는 디토 오케스트라가 함께 한다.
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