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클럽 마지막으로 함께 읽은 책은 과학이 우리 삶과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될 수 있는지, 또 그걸 왜곡하는 게 얼마나 쉬운 일인지 알게 해준 책이었습니다.”
김겨울 작가와 함께하는 예스24 오프라인 독서 모임 북클러버 1기의 세 번째 모임에서 함께 읽은 책은 과학전문 저널리스트인 데이브 레비턴의 『과학 같은 소리 하네』 다. 개인적 신념이나 정치적 이득을 위해 과학을 자기주장의 근거로 ‘조작’하는 정치인들의 말을 열두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정리했다. 정치인들의 말도 안 되는 주장이 정치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는지 볼 수 있다.
‘상관관계는 인과관계가 아니다’를 기억하기
『과학 같은 소리 하네』 에 등장하는 정치인들은 자신이 원하는 정보만 취하고, 그와 반대되는 정보는 완전히 무시해버린다. 철 지난 정보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가 하면, 지구온난화는 조작이고, ‘진짜 강간이라면 임신할 리 없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정책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과학적인 근거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 알 수 있어요. 책에 나오는 미국의 예시뿐만 아니라 미세먼지나 사대강, 원전 등에 대해서도 떠올릴 수 있었어요.”
이어 김겨울 작가는 참가자들에게 과학을 근거로 하는 주장이나 신문 기사, 정치인들의 말 등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함께 생각해보자고 권했다. 지금도 우리 주변에는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들, ‘안아키’로 대표되는 비과학적인 의료 행위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있다.
“흔히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구분하지 못할 때 속게 되는 것 같아요. 인과관계는 매우 엄격한 관계예요. 원인변수의 발생이 결과변수보다 앞서야 하고, 원인과 결과 간의 상관성이 있어야 하고, 해당 결과가 원인으로 꼽은 변수만으로 설명이 가능해야 하죠. 또 다른 변수에 의한 영향은 배제되어야 인과관계가 성립할 수 있어요. 반면에 상관관계는 ‘아이스크림이 많이 팔리면 폭력 범죄가 많이 발생한다’처럼 어느 정도 관련성이 있다고 추측되는 관계를 말해요. 아이스크림이 많이 팔린다는 건 너무 더우니까 사람들이 예민해지고, 폭력적으로 될 수 있는 거죠. 하지만 이게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신뢰할 수 없어요.”
그러나 많은 정치인이 상관관계로 인해 벌어졌을 뿐인 ‘결과’를 두고 마치 인과관계인 것처럼 설명하거나 주장한다.
김겨울 작가는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따져보지 못했기 때문에 속았던 예시로 ‘마시멜로 실험’을 들었다. 마시멜로 실험은 1960년 스탠포드 대학의 연구진이 3~5세 아동을 대상으로 아이의 자기 통제력과 절제성이 미래의 성공과 연결되는지 여부를 실험한 것이다. 마시멜로를 눈앞에 두고 참았던 아이와 참지 못한 아이를 30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참았던 아이는 자라는 과정에서 학업 성적이나 태도 등이 훌륭한 것으로 나타났고, 참지 못한 아이는 사회 부적응 등의 문제점을 보였다는 결과를 도출해 화제가 되었다.
“마시멜로 실험은 결국 여러 가지 상황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죠. 실험에 참여한 아이들의 가정환경이나 형제 관계, 실험을 행한 지역이나 인종, 성별 등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은 거예요. 예를 들어 형제가 여덟 명이 있다면, 그 친구는 지금 당장 먹는 게 현명한 선택이에요. 기다렸다가 보상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게 확실하잖아요. 그럼 그 친구가 참을성이 없는 건가요? 이렇게 어떤 결과에 질문하기 시작하면, ‘어? 잠깐만?’하고 멈추게 돼요.”
통계의 허점 찾기
통계 자료가 활용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과학 같은 소리 하네』 에서는 정치인들이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통계 자료를 활용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하나의 통계로도 상반된 주장을 펼칠 수 있다. 이것은 우리가 평소 자주 보는 신문 기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취업률이 떨어졌다는 기사를 뒷받침하는 통계 자료를 살펴보면 이전보다 취업 전선에 뛰어드는 사람이 늘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죠. 그런데 배경은 무시하고, 취업률이 떨어졌다는 것만 가지고 기사를 쓸 수 있는 거죠. 그것만 놓고 보면 거짓은 아니잖아요. 통계 자료를 그렇게 활용할 수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말장난처럼 되는데, 이걸 그대로 받아들이면 그런 줄로만 알게 되는 거죠.”
이어 참가자들도 책을 읽고 생각해보았던 질문을 종이에 적었다. 네 개의 테이블에서 꼽힌 질문은 “책 속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정치인의 전략에 대응할 수 있는 국민의 전략은 무엇이 있을까요?”, “이해관계가 개입되어 있지 않음에도 순수하게 잘못된 과학을 믿는 사람들과 대화는 가능할까요?”, “계속 새로운 연구와 주장이 나오는데 그걸 다 습득하고 알아야 하는 걸까요?”, “책에서 많은 정치인이 기후변화와 관련해 과학적인 것들을 조작하기도 했는데, 어떤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걸까요?” 등이다.
관심 갖고 전문가에게 요구하기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소음이다.’라는 말을 어느 강연에서 들었어요. 그 말이 인상적이어서, 그때부터 알고 싶은 게 있으면 인터넷이나 뉴스보다는 좀 더 깊이 있게 찾아볼 수 있는 콘텐츠를 찾아보자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첫 번째 주제인 “다양한 정치인의 말도 안 되는 전략에 대응할 수 있는 국민의 전략은 무엇이 있을까요?”라는 질문에 관한 대화를 나누며, 한 참가자가 이야기를 더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어릴 때부터 제대로 교육을 받아야 할 것 같다는 의견을 말하기도 했다.
이에 김겨울 작가는 얼마 전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김상욱 교수의 강연장에서 사회를 보며 나누었던 대화를 들려주었다.
“사람들이 왜 과학에 관심이 없는 것 같냐고, 김상욱 교수님이 제게 질문하셨어요. 그때 저도 너무 쉽게 떠올리는 답이 ‘교육’이었거든요. 과학에 흥미를 잃기 좋은 환경인 것 같다고 말했어요. 그런데 김상욱 교수님은 ‘교육’은 너무 쉬운 답인 것 같다고 하셨어요. 모든 게 다 교육 탓이 될 수 있잖아요. 너무 거대해서 당장 고칠 수 있는 게 없어보이니까 변화의 시작조차 두려워지고요. 그래서 교육 말고 지금 할 수 있거나 바꿀 수 있는 걸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김상욱 교수님은 시민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하고, 전문가 집단에 계속 요구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연구 주체는 대다수가 정부다. 그러나 정부의 관심은 한정적일 수 있다. 이때 시민사회가 정부의 관심을 넓혀 주어야 한다. 관심을 갖고 요구하고, 목소리를 낼 때에야 다양한 존재가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렇게 해야 전문가들의 연구 범위도 좀 더 다양해질 수 있다.
또 시민사회가 연구 주체가 되는 방법이 있다. 그 예로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보건과학과 역학 연구실에서 김승섭 교수와 박사 과정을 밟는 대학원생들이 ‘레인보우 커넥션 프로젝트 연구팀’이라는 이름으로 연구한 ‘트렌스젠더의 건강’에 관한 연구가 있다. 연구팀은 연구를 시작하면서 다음 스토리펀딩을 통해 연구 후원 비용을 마련했다. 이후 연구 내용을 『오롯한 당신』 이라는 책으로 묶어 출판했다.
“과학과 과학 토론을 정상화하면 정치적 과오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한 오류 중 다수는 과학적 합의를 화두로 삼기만 하면 간단히 피할 수 있다. 물론 과학적 합의는 광범위한 이해가 우선돼야 한다. (중략) 하지만 국민들이 해당 쟁점을 많이 접할수록 정치인들의 시도는 그리 쉽게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251쪽
모르면 모른다고 말하기
“이해관계가 개입되어 있지 않음에도 순수하게 잘못된 과학을 믿는 사람들과 대화는 가능할까요?”라는 질문에 참가자들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인 <그래도 지구는 평평하다>를 추천했다. 평면지구설을 믿는 사람들과 공동체에 대해 다루는 다큐멘터리로 지구는 평평하고 그 위를 거대한 돔이 감싸고 있다고, 진심으로 믿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사람들을 단지 이상한 사람이라고 취급하고 말아버리면, 사회에서 그들을 영원히 배제하고 격리하는 일밖에는 안될 것 같아요. 그런 사람들과 어떻게 대화할 수 있을지, 대화하려고 노력하는 게 필요한 건지, 정말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 같아요.”
세 번째 질문인 “책에서 많은 정치인이 기후변화와 관련해 과학적인 것들을 조작하기도 했는데, 어떤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걸까요?”에 참가자들은 그렇기 때문에 단절되지 않고, 주변인들과 대화하고 의견을 나누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네 번째 질문인 “계속 새로운 연구와 주장이 나오는데 그걸 다 습득하고 알아야 하는 걸까요?”라는 질문에는 책 속의 문장이 인용되기도 했다.
““우리는 정답을 모른다”라는 말이 패배 선언은 아니다. 과학은 어려운 학문이며, 생물학ㆍ화학ㆍ물리학이 늘 단 하나의 명쾌한 정답을 내놓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이런 불확실성을 좋아하지 않는다.“ -31~32쪽
전문가를 신뢰하기
“결국 우리가 모든 걸 의심하기 시작하면, 세상에 진실이란 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저는 학문마다 치열한 과정에서 쌓인 진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걸 존중하는 것도 중요한 태도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그 가설에 반박하는 또 다른 연구도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김겨울 작가의 이야기다. 직장에 다니거나 공부를 하는 등 자신을 위해 살아야 하는 모든 개인이 어떤 정보나 학문을 끊임없이 업데이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학자나 과학자들이다. 자신의 이익이 아니라 학문을 중요시하고, 근거 있는 결과를 도출하는 전문가들을 신뢰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4월 30일 시작한 북클러버 1기 모임은 6월 25일 세 번째 모임을 끝으로 마무리했다. 석 달 동안 참가자들은 김겨울 작가와 『블랙 어스』 , 『데미안』 , 『과학 같은 소리 하네』 까지 세 권의 책을 함께 읽었다.
북클러버 2기 모임은 예스24 홈페이지(www.yes24.com)에서 7월 중 모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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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같은 소리 하네데이브 레비턴 저/이영아 역 | 더퀘스트
과학을 탈을 쓴 거짓말과 헛소리를 12가지 유형으로 나눠 일반 대중이 조작된 과학을 쉽게 간파하고 이에 반박할 수 있게 돕는다.
이수연
재미가 없는 사람이 재미를 찾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