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너를 기억할게
첫사랑, 이라는 말은 언제 들어도 아련하게 감정을 자극하는 말이다. 서툴고 투박했지만 그랬기에 더 순수했던 그때 자신의 모습, 또 나와 닮아 있던 상대방의 모습은 어딘가 모르게 몽글몽글한, 애틋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뮤지컬 <리틀잭> 은 가슴 한 켠에 자리잡은 첫사랑의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황순원 소설가의 ‘소나기’를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은, 기본적인 설정만 유지하되 배경, 등장인물, 내용 등을 완전히 새롭게 각색했다. 2016년 초연 이후 많은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았으며, 올해 삼연으로 다시 찾아왔다.
1967년 영국 사우스 웨스트의 오래된 클럽 마틴. 이곳에서 데뷔무대를 가졌던 잭은, 오랜만에 마틴에서 공연을 가진다. 관객들과 호흡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이야기 하던 잭은 자신의 운명적인 사랑 줄리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고, 작품은 극중극 형식으로 잭과 줄리의 뜨거운 사랑이야기를 옮겨낸다.
공연 직전 펑크를 내버린 키보드 연주자로 인해 공연를 하지 못하게 될 상황에 놓인 잭 앞에 운명처럼 줄리가 나타나고, 줄리가 키보드를 연주해주며 잭은 공연을 무사히 마치게 된다. 영화 같은 첫 만남을 시작으로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사랑을 시작하지만 줄리의 아버지는 두 사람의 사랑을 반대한다. 줄리의 아버지 몰래 사랑을 이어오던 두 사람은, 아예 먼 곳으로 떠날 계획을 세우지만 약속장소에 줄리가 나타나지 않으며 둘의 사랑은 다소 허무하게 끝나버린다.
이후 잭은 오직 음악에만 집중하며 줄리를 잊기 위해 애쓰고, 두 사람은 완전히 다른 길로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 연결된 운명의 실은 쉽게 끊어지지 않고 오해와 엇갈림, 아픔과 이별 끝에 두 사람은 처음 만남처럼 다시 영화 같이 재회를 한다.
사실 <리틀잭> 의 스토리는 원작이라 언급한 소나기와는 다소 다르게 진행된다. 소나기 속의 두 주인공과 다르게 잭과 줄리는 다시 재회하고, 사랑을 이어가기 때문이다. 잭과 줄리의 이야기는 다소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조금은 유치하다. 하지만 첫사랑이 다 그렇지 않은가. 순수하고 투박해서 더 애틋한 그 감정. <리틀잭> 은 첫사랑을 하는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을 아름답게 무대 위로 옮겨내며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가수인 주인공이 클럽에서 공연을 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에피소드와 함께 노래를 부르는 전개 답게 <리틀잭> 에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등장한다. 어쿠스틱으로 시작해 셔플, 블루스, 부기우기, 하드락, 팝 발라드까지. 여기에 서정적인 가사가 더해지며 <리틀잭> 특유의 아련한 분위기를 한껏 살린다. 4인조 라이브밴드가 함께 하며 생생한 연주를 들려주는 것 또한 <리틀잭> 에서 만날 수 있는 특별함이다. 4인조 밴드는 때론 잭과 줄리의 친구로 설정되어 소소한 웃음을 유발한다.
첫사랑의 아련함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 <리틀잭> 은 오는 9월 8일까지 대학로 TOM에서 공연된다.
임수빈
현실과 몽상 그 중간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