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한낮의 카페’ 1984Books 계정 의 첫인상이다. 강렬한 톤 보다 낮은 채도의 색, 테이블 위에 올려진 단정한 책 사진이 절제되었지만 감각적인 1984Books의 표지와 잘 어우러진다. 출판사 계정이지만 해당 출판사의 책만 올라오는 것이 아니다. 계정지기도 홍보하는 사람이기 이전에, 함께 책을 읽는 독자다. “저희가 출간하지 않았지만, 이 책이 알려진다면 기쁠 것 같다”는 책 리뷰에 “마음이 나뭇잎 흔들리듯 움직인다”는 댓글이 달린다. 책 내용 보다 한 권에 담긴 ‘기억’을 나누고 싶다는 1984Books 신승엽 대표를 서면으로 만났다.
계정을 만드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2016년 출판사를 시작하며 책을 소개하고 이야기를 나눌 공간이 필요해서 SNS를 시작했어요. 일방적으로 책을 홍보하는 ‘출판사’만의 공간이 아니라, 책을 좋아하는 ‘보통의 한 사람’의 공간으로 여겨지기를 더 바랐던 것 같아요.
카페에서 책 읽는 콘셉트의 사진
사진들이 1984Books 출판사만의 일관된 감성을 담고 있어요.
특별한 기준이 있지는 않아요. 사진도 따로 시간과 공간을 들여 찍지는 않고 그때마다 제가 있는 곳, 작업실이나 좋아하는 카페 같은 곳에서 책을 놓고 사진을 찍어요. 물론 그때마다 최대한 예쁘게 담으려고 나름의 노력은 하고 있어요. (웃음) 출판사의 계정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출판사를 운영하는 저 자신의 시선과 이야기가 담긴 공간이기도 해서 어떤 일관성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해요.
1984Books 계정의 감각적인 피드
책 한 권 한 권 공들여 소개하는 느낌이 듭니다. 책의 느낌을 잘 전달하는 노하우가 있다면요?
출판사 계정이긴 하지만, 단순히 1984Books 출판사에서 출간된 책만을 소개하는 것은 아니에요. 읽고 좋았던 책이라면, 함께 나누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거든요. 책 전체에 대한 소개보다는 책을 읽다 좋아하는 구절이나, 그것과 연관된 저의 어떤 기억들을 함께 적어요. 아무래도 인스타그램은 짧은 글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고, 이미지가 더 중요하게 여겨지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생각에 긴 글이 되는 경우도 잦네요.
아니 에르노의 원서와 한국어판 책
운영하시면서 가장 일할 맛 났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2019년 4월, 아니 에르노의 『세월』 이 맨부커상 최종 후보에 선정되었다는 소식 을 전할 때예요. 사실 쉽지만은 않은 책이어서 만들면서도 어려움이 많았고, 출간하고도 걱정이 많았던 작품이에요. 그런데 제 걱정과는 다르게 많은 분들께서 『세월』 을 좋아해 주셨어요. 축하 댓글도 많이 달렸고요. 실제로 서로 만난 적이 없는 사이임에도, ‘좋아하는 작가’의 ‘좋아하는 작품’이라는 연결점이 생기고, 상을 받게 되기를 함께 응원한다는 사실에 기분이 좀 묘하더라고요.
요즘 가장 재밌게 보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추천해주신다면요?
책의 만듦새에 있어서 가장 닮고 싶은 출판사에요. 새롭게 출간된 책과 또 책과 함께 기획되는 전시 같은 것들을 보면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습니다.
개, 고양이와 함께 사시며 원목 가구를 만드시는, 『무탈한 오늘』 의 저자이기도 하신 문지안 작가님의 계정이에요. 만드시는 가구와 반려동물이 담긴 따뜻한 사진 그리고 무탈한 오늘의 이야기들을 듣고 있으면 출판사가 아닌 한 사람으로서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됩니다. 언젠가 꼭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웃음)
신유진 작가의 소설 『그렇게 우리의 이름이 되는 것이라고』
이 책은 내가 홍보하지만 참 좋다 하는 책을 추천해주신다면요?
신유진 작가의 소설 『그렇게 우리의 이름이 되는 것이라고』 를 추천할게요. 작가의 이전 산문집 『열다섯 번의 낮』 과 『열다섯 번의 밤』 을 통해서 ‘신유진’ 작가와 ‘1984Books’라는 작은 출판사 이름이 조금씩 독자님들에게 익숙해졌어요. 그만큼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셨고, 그녀의 소설이 나오기를 기다려주셨거든요. 상실을 마주하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담긴 다섯 편의 소설을 작업하면서, 저 역시 많은 문장들 앞에서 머뭇거렸어요. 소설을 읽으며 제가 경험했던 머뭇거림을 독자님들도 같이 느끼실 수 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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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우리의 이름이 되는 것이라고신유진 저 | 1984Books(일구팔사북스)
이제 없는 것들의 부재를 기록하며 그것이 언젠가는 분명히 존재했음을, 그것들을 잃었으나 결코 잊지는 않았음을 말한다. 그러니 아주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비록 보잘것없는 얼룩으로 남았을지라도.
김윤주
좋은 책, 좋은 사람과 만날 때 가장 즐겁습니다. diotima1016@yes24.com
kirkir
2019.09.30
kei982289
2019.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