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
알면서도 잘 해내지 못하는 것, 알면서도 자꾸 잊어 버리게 되는 것, 알면서도 우선 순위에서 잠깐 미루게 되는 것, 바로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과 모든 순간을 의미 있게 보내는 일. 각자의 바쁜 삶을 살다 보면 가족, 친구, 연인 그 어떤 관계이건 나를 사랑해주고 나의 곁에 머물러 주는 소중한 이들에게, 가깝다는 이유로, 늘 곁에 있을 거라는 이유로, 다 이해 해줄거라는 자만으로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내게 되고, 함부로 대하게 되는 날들이 생긴다.
연극 <메모리 인 드림> 은 그런 삶 속에서 후회하고 반성하면서도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평범한 우리들에게, 사랑하는 사람의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 하는 작품이다.
뉴욕 최고의 미술관 큐레이터를 꿈꾸며 대학 졸업 이후 뉴욕으로 오게 된 앨리스는, 우연히 미술관 앞에서 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그는 바로 밴드의 리더로 활동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이든. 이든은 앨리스에게 첫 눈에 반해 앨리스에게 자연스럽게(?) 접근하고, 두 사람은 급속도로 서로에게 빠져든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앨리스와 이든은 부부가 되고, 조금은 빠듯한 신혼 생활 속에서도 서로에 대한 사랑과 친구 앨런, 유진과의 우정을 통해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낸다. 하지만 두 사람의 짧은 행복은 오래가지 않는다. 비오 던 어느날, 사소한 말다툼에서 시작된 싸움은 감정이 격해지며 서로를 향해 날선 말들을 내뱉게 하고, 다툼 끝에 집을 나간 이든은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만다.
<메모리 인 드림> 은 사랑하는 남편이자 동반자, 평생의 친구, 가족을 잃은 이후 죄책감과 슬픔 으로 가득한 앨리스의 삶과, 이든의 살아생전 두 사람이 함께여서 눈부셨던 나날들을 교차시키며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이든과 앨리스가 함께 했던 순간은 이제 현실이 아니다. 이성적으로는 그 사실을 알지만 감정적으로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앨리스는 이든의 부재를 좀처럼 받아들이지 못하고, 모든 인간관계와 사회 생활을 거부한 채 혼자 외로운 삶을 살아간다. 앨리스와 이든의 꿀 떨어지게 행복했던 시간, 친구인 유진과 앨런과 함께 하며 철 없이 웃고 떠들던 네 사람의 우정, 그 모든 것들은 앨리스의 꿈 속에서만 존재할 뿐이다. 꿈에서 깨어나면 어린 아이처럼 우는 앨리스의 모습은 관객들의 가슴 깊은 곳에 시큰한 슬픔을 함께 전달한다.
<메모리 인 드림> 은 모든 것을 잃고 나서야 그 가치를 깨닫게 된 앨리스의 이야기를 통해,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 누구도 지키기 어려운 일, 곁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잊지 않는 일, 에 대해 역설한다. 작품에는 예상치 못한 반전이 있다거나, 긴장감을 늦추지 않게 하는 흥미로운 사건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그저 말 그대로, 앨리스와 이든의 행복했던 모습을 보여주고, 이든의 죽음 이후 슬퍼하는 앨리스를 보여주고, 현실감 넘치는 둘의 대사를 보여주며, 평탄하게 스토리를 전개 시킨다. 1시간 30분의 시간 동안 작품은 큰 파도를 만나는 일 없이 스토리 라인의 극적 변화 없이, 그렇게 담백하게 흘러나간다. 그 잔잔한 항해가 다소 단조롭게 느껴지기도 하고 대 놓고 대사를 통해 주제를 전달하는 방식이 다소 상투적이긴 하다. 하지만 배우들의 현실감 넘치는 연기가 작품의 단조로움을 조금이나마 해소시킨다.
앨리스와 이든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다. 우리 주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보통사람들이다. 사랑이 막 시작 되었을 때의 설렘 가득한 연인 일 때도, 평생을 함께 하기로 약속할 때도, 유치하고 사소한 것들로 자존심 싸움을 이어나갈 때도, 둘의 모습은 우리들의 모습과 닮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랑스러운 연인 사이에 일어난 비극을 통해, 관객들은 깊은 몰입속에서 작품이 주는 메시지에 더 크게 공감하게 된다.
<메모리 인 드림> 은 너무나 상투적이지만 너무나 중요한 메시지를 작품 자체가 온 몸을 통해 관객들에게 던진다. 후회하지 말라고. 지금 옆에 있는 소중한 사람을 잃고 나서 후회하지 말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 그 사람을 사랑하라고. 뻔하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렇기에 더 지키기 어려운 그 메시지는, 그렇기 때문에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임수빈
현실과 몽상 그 중간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