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의사를 키우는 의과대 교수 예병일. 그의 책 『세상을 바꾼 전염병』 은 출간한지 몇 년이 흘렀지만 전염병이 유행할 때마다 주목을 받는다. 코로나19가 유행하고 있는 요즘, 전염병이란 무엇이고 인류는 어떻게 전염병을 극복해 오늘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다시 물어보자.
예병일 교수는 연세대학교 의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C형 간염바이러스를 연구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텍사스 대학교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에서 전기생리학적 연구 방법을,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의학의 역사를 공부했다.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에서 16년간 생화학교수로 일한 후 2014년부터 의학교육학으로 전공을 바꾸어 경쟁력 있는 학생을 양성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
2019년 12월에 발견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가 2020년에 들어서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새로운 전염병이 계속 나타나는 걸까요?
이번 신종코로나바이러스는 유전자 변이가 원인입니다. 1859년에 다윈이 이야기했듯이 ‘자연선택’ 개념에 따르면 어쩌다 생겨난 미생물이 환경(자연)에서 선택적으로 살아남으면 그 미생물은 많이 번식하고 비슷한 다른 종류의 미생물은 도태된다고 합니다. 바이러스는 DNA 바이러스와 RNA 바이러스로 구분할 수 있는데 모두 사람에게 침입하면 세포로 들어가서 DNA를 복제하여 다시 개체를 형성함으로써 그 수가 늘어나야 합니다. 그런데 바이러스가 DNA를 복제하는 과정이 완벽하지 못해서 잘못 복제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변이가 생기는 원인입니다. 변이가 잘 생기려면 사람과 동물을 왔다 갔다 하면서 자꾸 복제를 하는 것입니다.
사람이 동물에 접근하지 않으면 새로운 전염병 발생 가능성을 줄일 수 있을 텐데 요즈음은 집 안에서 야생동물을 반려동물로 키우시는 분들도 있으니 사람들이 새로운 전염병이 만날 가능성을 스스로 높여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변이가 생긴 바이러스가 자연계에서 살아남으면 새로운 전염병이 나타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한 번도 경험 못한 새로운 전염병에 대해서는 정보가 없으므로 불안하기는 하지만 앞으로도 새로운 전염병이 나타날 가능성은 언제든지 있습니다. 지구는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 아니라 모든 생명체가 조화를 이루고 살아야 하는 곳입니다.
책의 제목을 보면 전염병이 세상을 바꾸었다고 되어 있습니다. ‘세상’이라는 것이 역사와 사회 중 정확히 무얼 의미하는지요?
역사와 사회는 물론이고 모든 걸 다 바꿀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2세기 로마에서는 말라리아에 걸려 세상을 떠난 황제가 여러 명 있어서 국력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나폴레옹이 아메리카 대륙에서 철수한 것은 보내는 지도자나 병사들이 황열에 걸려 죽는 일이 잦아서 포기한 것이며, 1900년경에 미국이 남아메리카에 영향력을 끼치기 위해 파나마 운하를 건설하는 데 성공한 것은 공사에 가장 장애물이라 할 수 있는 황열 퇴치법을 찾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찾은 퇴치 방법은 황열이 모기에 의해 전파되므로 모기 유충이 서식할 수 있는 웅덩이를 없애고, 모기장을 설치해 모기가 물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19세기 후반에 전염병의 원인을 찾기 위해 노력한 독일의 코흐는 자신이 정립한 네 가지 원칙으로 전염병의 원인이 되는 세균을 증명했고, 이를 후대 학자들이 따르면서 과학적 연구방법을 이용한 의학이 발전하기 시작했으니 전염병은 과학 발전에도 영향을 미친 셈입니다. 전염병이란 사람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니 사람이 마주치는 모든 일에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부제가 “세균과 바이러스에 맞선 인간의 생존투쟁”이라 되어 있습니다. “생존투쟁”이란 용어가 약간 섬뜩한 느낌을 주는데 세균과 바이러스가 그렇게 위험한지요?
세균과 바이러스의 대부분은 위험하지 않습니다. 일부가 위험한데 때로는 인류를 몰살시키려는 듯한 기세로 공격을 하기도 합니다. 인류에게 가장 공포가 되었던 것은 중세를 멸망시켰다는 이야기를 듣는 페스트와 1918년에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에 유행하기 시작해 전쟁보다 더 많은 목숨을 앗아간 독감이 대표적입니다.
인류는 지구의 주인이 자신인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사실 인류는 유인원부터 치더라도 지구에서 산 기간이 수백만 년밖에 되지 않으므로 35억 년을 살아오며 지구환경에 적응한 미생물과는 비교가 안 됩니다. 지구온난화가 지속되거나 소행성이 지구에 부딪혀서 인류가 생존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더라도 세균과 바이러스는 살아남을 것이며, 사람 몸속에도 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지금이야 인류가 세균과 바이러스에 맞서 싸울 정도가 되었지만 과거에는 생존을 위해 투쟁을 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위험한 미생물을 대상으로 인류가 투쟁을 벌여 지금 이렇게 지구의 주인인 것처럼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은 어떤 이유입니까?
18세기 말 영국의 제너는 바이러스가 원인인 두창의 백신을 만들었고, 19세기 후반 프랑스의 파스퇴르는 세균이 원인인 탄저와 바이러스가 원인인 광견병 백신을 만들었습니다. 이들 덕분에 지금은 많은 종류의 전염병에 대한 백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리 맞으면 예방이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1910년과 1932년, 독일의 에를리히와 도마크는 각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물질인 살발산 606호와 술폰아마이드계 약물을 합성했습니다. 또 영국의 플레밍과 미국의 왁스만은 1929년과 1944년에 각각 페니실린과 스트렙토마이신을 발견했습니다. 이 둘은 모두 곰팡이 내부에 존재하면서 곰팡이보다 작은 단세포 생물체가 내부에 가지고 있는 물질입니다. 곰팡이에 세균이 감염되면 곰팡이가 잘못하면 죽게 되므로 세균을 죽일 수 있는 물질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합성한 약을 화학요법제, 곰팡이같은 미생물이 보유하고 있는 세균 억제물질을 항생제라 합니다. 이 두 가지 외에 사람들의 영양상태가 좋아지면 몸에 해로운 미생물이 침입했을 때 맞서 싸울 항체를 잘 만들 수 있게 되고, 또 위생상태가 좋아지면 전염병은 자연적으로 줄어들게 됩니다. 백신, 약, 영양상태, 위생이 모두 사람에게서 전염병 발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인류는 이 네 가지 방법을 모두 이용해 세균과 바이러스와의 투쟁에서 비교적 승리를 거두어 가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소제목 중에 “전염병도 진화한다”가 있습니다. 전염병이 생물체도 아닌데 진화를 한다는 게 무슨 뜻입니까?
오래전에 남겨 놓은 병에 대한 기록을 보면 무슨 병인지 잘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무슨 병인지를 알아내기 위해 의견이 맞지 않는 전문가들이 모여 적극적으로 의견 교환을 하곤 합니다. 과거의 기록으로 무슨 전염병인지를 알아내는 과정에서 마주치게 되는 또 하나의 어려움은 그 때와 지금 질병 양상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지금이야 전염병에 대한 지식이 과거와는 비교와도 안 되게 많고, 찾기 쉬워졌지만 과거에는 무슨 병인지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약을 쓰다 보니 대부분의 경우는 효과는 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를 기록으로 남겨놓았더라도 오늘날의 용어 설명이나 글 쓰는 방법이 과거와 같지 않으므로 제대로 된 정보를 얻기가 어렵습니다. 게다가 미생물이 계속해서 진화를 거듭하면 새로운 종류를 자꾸 만들어 내므로 원인이 무엇인지를 알아내기 어려운 겁니다.
바이러스를 예로 들면 숙주세포에 들어가지 않으면 혼자 생존이 불가능합니다. 사람세포에 감염되면 사람세포 내 DNA 복제기전을 이용해 증식하면서 살아남아야 하는데 사람에게 너무 치명적이어서 빨리 죽어버리면 바이러스도 함께 죽게 됩니다. 따라서 바이러스는 사람에게 덜 치명적인 것으로 바뀌어져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전염병이 진화해 가는 과정입니다.
백신은 흔히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백신이 암을 예방할 수도 있는지요?
백신으로 암을 예방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여성에게서 잘 생기는 자궁경부암은 거의 100퍼센트가 인체유두종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합니다. 이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은 이미 개발되어 있으므로 인체유두종바이러스의 백신을 접종하면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으므로 자궁경부암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이와 다른 기전으로 진짜로 암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 연구되고 있기도 합니다. 백신은 만드는 방법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고, 효과가 달라지므로 이미 백신이 개발되어 있더라도 더 효과가 좋고 사용하기 편리한 백신을 만들기 위해 의학자들은 계속 노력하고 있습니다. 미생물 감염이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암을 제외하고 다른 암에 사용하기 위한 암 백신은 전염병과는 상관이 없고, 사람 몸이 가지고 있는 면역능력을 이용하여 암을 해결하기 위한 백신입니다.
전염병이 유행하는 이유는 위생이 청결하지 못한 더러운 주변환경이 가장 큰 문제라 알고 있습니다. 깨끗하지 않으면 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이 많이 자라 있으니까요. 그런데 환경파괴나 지구온난화가 전염병을 유행시킨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이건 무슨 뜻입니까?
예를 들어서 새로운 도시나 큰 공원을 만들기 위해 숲을 파괴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사람이 숲을 파괴하면 숲에서 살고 있는 큰 동물은 살 곳을 잃고 어딘가를 찾아나설 것입니다. 요즈음 수시로 도시에 멧돼지가 나타나는 것도 살 곳을 잃었기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크기가 워낙 작아서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들은 어디로 가겠습니까? 어디로 가든 상관이 없지만 사람에게서 가까워지는 건 분명합니다. 사람은 도시에, 미생물은 숲에 산다면 서로 마주칠 일이 없을 텐데 환경을 파괴하면 사람이 처음 마주치는 미생물과의 거리가 짧아지고, 그래서 그 미생물이 사람을 감염시킬 가능성이 커집니다. 또 지구온난화는 모기가 생존하는 지역을 넓혀 줍니다. 모기는 말라리아와 다양한 바이러스를 매개할 수 있으므로 모기가 많아지면 사람에게 해가 되는 전염병이 전파될 가능성이 증가하게 됩니다. 사람 몸속과 피부 표면, 주변 환경에 수많은 미생물이 존재하고 있듯이 사람이 아직 접근하지 않은 곳에도 새로운 미생물이 있으므로 이들이 사람에게 침입하면 우리가 모르는 새로운 전염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올라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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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전염병예병일 저 | 다른
대책도 없이 오랜기간 동안 전염병과 부딪혀야 했던 인류에게 전염병은 다양한 영향을 끼쳤다. 전염병으로 중세가 몰락했으며 유럽인은 아메리카 대륙의 새 주인이 되엇다. 전염병 때문에 병원이 탄생했으며 인류의 일상이 바뀌었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