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주 “나를 추리소설가로 만들어준 한 사람”
얼핏 보기엔 인간답지 않은 냉철한 지식인의 표본이지만 이렇듯 크게 보자면 너무나 인간다운 인간으로서 하나의 캐릭터가 된 셜록 홈즈, 그런 셜록 홈즈에게 반하지 않기란 어려운 일일 듯합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0.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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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주 작가의 세 번째 에세이 『나를 추리소설가로 만든 셜록 홈즈』는 독특하다. 조영주 작가는 처음에 이 책에 ‘작법 에세이’라는 부제를 붙이려고도 했다. 조영주 작가가 어떻게 ‘작가’라고 불리게 되었는지를 진솔하게 이야기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다른 작가 지망생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은 말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책의 본질이 에세이인 것은 맞다. 다른 사람에게 ‘너희는 이렇게 해라’가 아니라 ‘나는 이랬는데, 이게 정답은 아닐지도 몰라’라고 자신의 생각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려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추리소설가로 만들어준 사람이 무려 셜록 홈즈라니… 조영주 작가에게 직접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세 번째 에세이인데, 이번 에세이의 특징을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면?

셜록 홈즈가 없었으면 지금의 추리소설이라는 장르도, 나라는 추리소설가도 생기지 않았다!

어떤 사람이 이 책을 봤으면 좋겠어요?

나 빼고 딴 사람은 다 잘사는 거 같고, 나는 대체 왜 이러고 살아야 하나, 정말 미래가 있긴 한 걸까 갑갑하기 짝이 없을 때, 우연히 들른 커피숍에서 들은 음악에서 작은 희망을 발견해 “그래, 조금 더 버텨볼까” 하고 자신을 타이르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습니다. 

홈즈의 어떤 면에 반했나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캐릭터 세 개를 꼽으라면 산타 클로스, 미키 마우스, 그리고 셜록 홈즈입니다. 이 셋 중 성인이 아닌 ‘인간’은 셜록 홈즈뿐입니다. 얼핏 보기엔 인간답지 않은 냉철한 지식인의 표본이지만 이렇듯 크게 보자면 너무나 인간다운 인간으로서 하나의 캐릭터가 된 셜록 홈즈, 그런 셜록 홈즈에게 반하지 않기란 어려운 일일 듯합니다. 

작가로서 코넌 도일과 조영주의 공통점과 다른 점?

코넌 도일의 삶에서 가장 동질감을 느꼈던 것은 자신이 쓰고 싶은 진지한 소설은 잘 안 되는데 반해 딱히 힘을 들이지 않은 셜록 홈즈가 잘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사실 어렸을 때는 코미디 장르를 쓰고 싶었어요. 하지만 이쪽은 어떻게 해도 풀리지 않고, 대신 딱히 열심히 쓰지 않는 미스터리 장르만 인정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마음을 바꿨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내가 잘하는 것은 다르구나, 그 사실을 깨달은 후 마음을 다잡았달까요.이 점이 코넌 도일과 다른 것 같습니다. 코넌 도일은 뛰어난 작가였지만 그보다는 추리소설에 더 탁월했죠. 하지만 그는 추리소설을 쓰는 자신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거든요. 

추리소설 작가는 다들 자신만의 트릭을 감추고 있나요? 비기가 있다면요?

대학생 시절, 작가가 되려면 관찰력이 좋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뼛속까지 써라』에서 봤습니다. 그 후 관찰력을 키우기 위해 어딜 가든 사소한 것까지 일일이 기억하려는 집착에 가까운 습관을 키웠는데요, 이후 이 습관이 좀 지나쳐진 것 같습니다. 저한테 필요한 사소한 것은 잘 기억하는 반면, 중요한 것들, 예를 들어 가족의 얼굴 등을 잘 기억하지 못하게 되었달까요. 물론, 유리한 것만 기억하고 불리한 건 기억하지 못하다 보니, 주변은 불편하지만 저는 편합니다. 

추리소설가를 꿈꾸는 사람에게 한 말씀 해준다면?

『비숍 살인사건』 등 파일로 밴스 시리즈로 명성을 날린 반다인은 병상에서 추리소설을 독파하면서 “나도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후 추리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저 역시, 추리소설가가 되겠다고 결심한 후 가장 먼저 한 것은 글을 쓰는 일이 아니라 좋은 추리소설, 고전의 반열에 오른 책들을 섭렵하는 일이었습니다. 물론 모든 소설이 그렇지만, 추리소설은 특히 자료 조사가 중요한 장르입니다. 그렇기에 추리소설가가 되겠다고 결심했다면, 일단 고전에 이른 추리소설을 읽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카페 홈즈에 가면 만날 수 있을까요?

이번 에세이에는 카페 홈즈에서 있었던 이야기가 꽤 큰 챕터를 이루고 있습니다. 서교동 카페 홈즈 시절 사장님께 처음 인사를 드린 사연, 봉준호 감독을 만나고 그 이야기를 소설로 적기까지 한 사연, 망원동으로 이전한 카페 홈즈를 오가다가 영감을 받아 적은 단편 <우비 남자>도 실려 있죠. 그 인연으로 카페 홈즈에서 작년, 잠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사실, 두 번째 에세이 『어떤 작가』에 적었다시피, 제가 사실 남양주에 삽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카페 홈즈에서 아르바이트도 했고, 자주 서울 나들이를 해서 카페 홈즈에 들르는 것을 좋아했었는데요, 펜데믹 상황 이후로는 거의 칩거 중이라 카페 홈즈뿐만 아니라 서울에 거의 가질 못하고 있습니다. 

이 상황이 갑갑해서 7월 출간 예정인 『카페 홈즈에 가면?』 두 번째 이야기에 실을 단편 <추집운상 : 추리소설가의 집요함과 운명의 상관관계에 대하여>에서는 자가격리에 들어가는 바람에 카페 홈즈에 거의 못 가게 된 작가 윤해환을 깜짝 등장시키기도 했습니다. 



* 조영주

성공한 덕후, 만화가 딸내미, 글 쓰는 바리스타 등 다양한 별명으로 통하는 추리소설가. 1979년 서울에서 태어나 숭실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중학교 시절 아버지의 만화 콘티를 컴퓨터로 옮기는 작업을 하며 자연스레 글 쓰는 법을 익혔다. 셜록 홈즈에 꽂혀 홈즈 이야기를 쓰다가 홈즈 패스티슈 소설 『홈즈가 보낸 편지』로 제6회 디지털작가상을 타며 소설가로 데뷔했다. 제2회 김승옥문학상 신인상, 예스24, 카카오페이지 등 순문학과 웹소설을 넘나들며 각종 공모전을 섭렵하다가 『붉은 소파』로 제12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본업이었던 바리스타를 졸업하고 전업 소설가로 거듭났다. 『흰 바람벽이 있어』로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작소설 창작과정 및 스토리마켓에 선정되었다. 

그밖에 에세이 『좋아하는 게 너무 많아도 좋아』를 출간하는 한편, 채널예스에서 ‘조영주의 성공한 덕후’ 이후 ‘조영주의 적당히 산다’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반전이 없다』는 CJ ENM과 카카오페이지가 주최하는 ‘제2회 추미스(추리,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 공모전’에서 금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안면인식장애를 얻은 형사가 책에 깔려 압사하는 의문의 연쇄살인 사건을 추적한다는 이야기로 카카오페이지 연재 당시 추리소설 마니아들로부터 평점 10점 만점에 10점이라는 보기 드문 극찬을 받았다.




나를 추리소설가로 만든 셜록 홈즈
나를 추리소설가로 만든 셜록 홈즈
조영주 저
깊은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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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