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마케터는 왜 외로움에 대해 썼을까?”
현대사회의 가장 큰 화두는 ‘외로움’이라 생각한다.
고로 나는 소비자를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눈다.
외로운 소비자와 외롭지 않은 소비자.
전자에게서는 외로울 때 그들이
어떤 소비를 하는지 관찰하고,
후자에게서는 그들은 왜 외롭지 않은지를 관찰한다.
#마케터의소비자분류법
『외로움을 씁니다』의 첫 번째 글이다. 제목과 표지에서 느껴지는 외로운 예쁨(?)은 어디로 가고 저자의 건조한 독백 같은 글을 보며 피식 웃게 된다. 자세히 살펴보니 '이 책을 읽기 위한 짤막한 안내'도 실려 있다. 짧은 글과 긴 글을 왜 다르게 썼는지, 이 책을 이렇게 읽어주면 좋겠다는 저자의 당부 같은 글이다.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책을 읽다 저자에게 뒷이야기를 묻고 싶어졌다.
첫 책을 『마케터의 여행법』이라는 경영서로 기억하고 있는데요. 이번에는 에세이를 쓰셨어요. 심지어 외로움에 대해서요. 외로움이라는 주제로 책 한 권을 쓰기란 쉽지 않았을 텐데, 동기가 궁금합니다.
저자인 제 입장에서는 사실 두 책이 크게 다르지 않아요. 『마케터의 여행법』은 ‘투자’라는 필터로 유럽에서의 모든 경험을 재해석한 책이고, 『외로움을 씁니다』는 ‘외로움’이라는 필터로 일상에서 듣고 느낀 모든 경험을 재해석한 책이거든요. 처음 『마케터의 여행법』을 쓸 때 투자라는 필터를 차용한 이유는 여행이라는 소비활동이 투자라는 생산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반전 요소를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어서였는데요. 이번 책에서는 외로움이라는 필터를 차용해, 이 감정에 좀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면 외려 덜 외로워질 수 있다는 반전의 묘미를 살려보고 싶었습니다. 조금 엉뚱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남들과 다른 관점으로 생각하는 행위 자체만으로 즐거워하는 타입이기에 외로움이라는 주제로 에세이를 써보는 모험(?)을 감행할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책에서 받은 가장 큰 느낌은 외로움에 대해 썼지만, 사실 글들이 외롭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거예요. 여행책 같기도 하고, 말 그대로 마케터의 에세이 같기도 하고요.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외로움 그 자체에 관한, 다시 말해 제가 겪은 외로움을 모두 쏟아부은 글은 아니니까요. 그저 제 일상에서 먹고, 마시고, 여행하고, 생각하고, 경험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모든 것들을 외로움이라는 ‘관점’에서 기록해 본 글들에 가깝습니다. 그러다 보니 마케터로서, 투자자로서, 기획자로서 살아가는 저의 자아와 전문성이 글에 반영되어 덜 외로운 글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어쩌면 제가 그렇게 외로운 사람은 아니기에 제 해석이 덜 외롭게 느껴졌을 수도 있고요.
긴 글도 제법 되지만 짧은 글들을 인스타그램처럼 쓴 것이 흥미롭습니다. 에세이지만 해시태그와 정보성 각주를 단 것도 재미있고요. 이렇게 쓰신 이유가 있을까요?
스마트폰으로 글을 쓰면 노트북으로 글을 쓸 때보다 훨씬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진다는 심리학 논문을 읽은 적이 있거든요. 사실 스마트폰은 우리 자신과 가장 가까운 디바이스잖아요. 잘 때를 제외하고 늘 곁에 두는 기기죠. 외로움이라는 감정의 특징은 자기 자신과 가깝다는 거라 생각했기에, 외로움에 관한 짧은 글들을 스마트폰으로 기록해보는 게 이 책의 시작이었어요. 실제 인스타그램에 계정을 만들어서 썼습니다. 개인적으로 인스타그램은 다양한 SNS 중에서 가장 사적인 감정을 남기는 플랫폼이라 생각해서, 외로움에 관한 제 생각들을 남기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했어요.
책에서 ‘1%의 외로움은 나 자신을 위한 감정’이라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일까요?
원래 외로움은 누군가에게 털어놓기 조금 어려운, 왠지 민망한 감정이잖아요. 하지만 동시에 그 외로움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은 욕망도 분명 존재한다고 믿어요. 책에서 말하는 ‘1%의 외로움’은 다른 사람에게 드러내도 부끄럽지 않은, 아니 어쩌면 한 번쯤은 털어놓고 싶은 그런 외로움인 것 같아요. 누구에게도 말 못할 비밀을 털어놓았을 때 속이 후련해지는 것처럼, 말하지 못하고 고여 있던 외로움을 쓰는 순간 오히려 마음이 편해집니다. 1%의 외로움을 나 자신을 위한 감정이라 표현한 이유죠.
책에 디지털 손맛이라는 말이 나오는데요. 외로움만이 아닌 ‘쓰기’에도 초점을 맞춘 책이라는 게 실감나요. 벌써 두 번째 책을 내셨고 평소에도 쓰는 걸 좋아한다고 하셨는데요. 작가님에게 글쓰기란 어떤 행위이고, 앞으로 어떤 글을 쓰고 싶으신가요?
원래 글을 많이 쓰던 사람은 아니었어요. 가장 외로웠던 시기에 시작한 쓰기가 습관이 되었고 지금은 제 삶의 일부를 차지할 정도로 의미 있는 행위가 되었는데요, 시작은 사실 단순했습니다. 글을 쓰다 보면 누구나 자신의 글을 읽게 되잖아요. 공들여 쓸수록 여러 번 읽게 되고요. 글을 쓰는 자신만큼 내 글을 꼼꼼히 읽어주는 사람이 없기에, 글을 쓴다는 건 내 이야기에 높은 관여도를 갖고 들어주는 한 사람이 생기는 일이에요. 외로움을 해소하려 시작한 글쓰기가 결과적으로는 제 자신을 깊이 알아가는 계기로 이어졌던 건 보너스죠. 혹여 또 한 번 책을 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마실 것’에 관한 글을 써보고 싶어요. 커피, 차, 맥주, 와인 등이요. 제 하루를 차지하는 음료랄까요? 전 늘 무언가를 마시는 사람이거든요. 좋아하는 것을 마시는 순간의 기쁨과 슬픔에 관해 한 번쯤 써보고 싶습니다.
스스로 외로움을 타지 않는 편이라 했지만, 이제껏 가장 외로웠던 순간은 언제인지, 그리고 외로움을 느낄 때 주로 어떻게 해소하는지도 궁금합니다.
사실 외로움을 많이 타는 성격은 아니라고 스스로 생각해 왔는데, 그런 사람조차 해외 생활을 할 때는 외로움을 인지하게 되죠. 제 경우는 해외에서 생활했던 경험이 많다 보니 그 시간에서 외로움을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일단 외국에 사는 것만으로도 누구나 소수자가 되잖아요. 그것만으로도 외로운데, 문제는 그런 외로움은 공감을 얻기 어렵다는 거예요. 가령 파리처럼 사람들이 동경하는 도시에 살 때는 특히 그래요. ‘이렇게 아름다운 파리에서 사는데 뭐가 외로워?’ 하는 친구들의 반응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전 나름의 해법을 만들었는데요. 스스로를 경계인으로 정의하고 경계인처럼 살아가는 방식이에요. 가령 파리에 사는 건 외롭지만 파리에 여행을 가는 건 너무나 즐거운 일이잖아요. 파리라는 사회에 무리해서 적극적으로 유입하려고 노력하는 대신, 파리를 오랫동안 여행하는 사람처럼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했던 것 같아요.
이 책을 어떤 분들이 읽기를 바라시나요? 그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이 책은 특정 독자층을 염두에 두고 쓴 책은 아니에요. 외로우신 분들은 외로운 대로, 덜 외로우신 분들은 덜 외로운 대로, 나름의 방식으로 재미있게 읽어주시길 기대하면서 썼으니까요. 다만 읽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외로움, 아니 외로움이 아닌 다른 감정이라도 좋으니 무언가를 써보는 계기를 만들어보셨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인색하잖아요. 그런데 제 경험상 내가 느끼는 감정을 짧게나마 써보는 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나를 알게 되고, 나아가 나를 표현할 줄 알게 되면 삶이 훨씬 풍성해지죠. 이 책을 읽으신 분들이 덜 외로워지기보다 더 재밌어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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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