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오은): 지금 녹음을 진행하고 있는 곳은 예스24 본사에 위치한 스튜디오입니다. 마치 내 집 마련의 꿈처럼 점점 평수를 넓혀가고 있어요.(웃음)
캘리: 홍대 스튜디오와 너무 정신 없이 헤어진 것 같아요. 작별인사를 제대로 해줬어야 하는데 아쉽기도 하네요.
불현듯(오은): 오늘 주제는 청취자 ‘exitdoor’님께서 제안한 주제예요. ‘휴일 아침에 눈 뜨자마자 읽으면 좋을 책’입니다.
불현듯(오은)이 추천하는 책
이지은 글그림 | 사계절
어제 밤에야 용단을 내리게 됐는데요.(웃음) 후보에 있던 책이 정말 많았어요. 그랜트 스나이더의 카툰 에세이 『책 좀 빌려줄래?』, 다니엘 페나크의 에세이 『소설처럼』, 김개미 동시집 『오줌이 온다』, 사이하테 타이의 시집 『사랑이 아닌 것은 별』, 제임스 설터의 산문집 『그때 그곳에서』 등이 있었는데요. 그 중 가장 경쾌한 책을 골랐습니다. 올해 읽은 책 중 이렇게 즐거움을 가져다 준 책이 있었을까 싶어요. 처음에는 아기자기하다가, 반전도 있고요. 언어유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마지막 대목을 읽고는 정말 폭소를 하고 말았던 책이기도 합니다. 이 책을 읽어보시면 주변에 선물하고 싶은 마음이 들 거라고 확신해요.
주인공들은 ‘마시멜롱’이라고 하는 마시멜로예요. 마시멜롱들의 마을은 평화롭죠. 매일 즐겁게 이야기하며 지내는데 어느 날 멀리서 “이파라파냐무냐무”라는 괴성이 들려와요. 까맣고 거대한, 산 같은 ‘털숭숭이’가 외치는 거죠. 마시멜롱들은 “냐무냐무”가 “냠냠”처럼 들려서 털숭숭이가 우리를 잡아먹겠다는 것 같아 걱정을 해요. 그리고 꾀를 냅니다. 우리가 선제공격을 해야겠다고요. 여러 가지를 시도하는데 아무런 타격을 주지는 못했어요. 그러다 이 책에서 제가 제일 좋았던 부분이 나옵니다. 마시멜롱들이 털숭숭이를 없애려고 하잖아요. 그런데 한 마시멜롱이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저기요. 정말 털숭숭이가 우리를 냠냠 먹으려는 걸까요? 털숭숭이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요.”라고요.
이제 마시멜롱들은 직접 털숭숭이한테 가보기로 하는데요. 알고 봤더니 “이파라파냐무냐무”는 잡아 먹겠다는 뜻이 아니었던 거예요. 그리고 도움이 필요했던 털숭숭이를 마시멜롱들이 돕게 되죠. 이 책을 읽고 났더니 편견과 고정관념이 사람을 어떻게 몰아갈 수 있는지, 얼마나 위험한 동기가 되는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어요. 게다가 그림이 정말 귀여워요. 그림만 보시고도 많은 분들이 사랑에 빠질 겁니다. 휴일 아침에 책 읽고 한바탕 웃으며 시작하면 좋잖아요. 오늘 하루, 근사할 것 같고 좋은 일이 벌어질 것 같은 기분도 가질 수 있으니까 휴일 아침에는 그림책으로 시작하면 어떨까 해요.
프랑소와 엄이 추천하는 책
이원흥 저 | 좋은습관연구소
사실 휴일에는 일 생각을 안 하는 게 현명하죠. 하지만 제목을 이렇게 응용해볼게요. ‘좋은 책은 주말에 읽어도 다 좋다’고요. 저자는 현재 농심기획 대표고요. 28년 차 카피라이터입니다. 저자 소개글에 저자 분이 썼던 카피를 몇 개 소개해두었는데요. 읽어볼게요. ‘장애라는 말이 장애가 되지 않는 사회’, ‘열지 않고도 본다’, ‘다르게 생각해서 바르게 만듭니다’ 등이 있어요. 그리고 저는 생각이 다르지만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라는 카피도 있었죠. 혹시 나는 카피라이터도 아니고, 글 쓰는 사람도 아닌데 굳이 카피에 관한 책을 읽어야 할까 생각할 수 있지만요. 기획자, 마케터, 편집자나 여러 회사와 여러 관계 속에서 일하는 분이라면 이 책이 일에 대한 인사이트를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다른 사람은 어떻게 일하는지, 어떻게 새로운 생각을 하는지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에요.
가장 흥미로웠던 에피소드가 안경원에 간 이야기였어요. 저자의 안경이 고장 나서 급박하게 고쳐야 하는 상황이 생겼어요. 안경을 구매한 곳이 아닌 길 가다가 마주친 안경원에 들어간 거죠. 안경을 잘 고쳤대요. 사장님이 돈을 안 받고 고쳐주셨나 봐요. 저자는 워낙 급해서 감사하다는 인사도 못하고 그곳을 나섰는데요. 안경원 사장님이 불러 세워서 이렇게 말했대요.
“우리 안경원에서 산 안경이 아니더라도 테를 잡아주는 정도의 일은 얼마든지 서비스로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일이 당연하게 해줘야 하는 의무는 아닙니다. 고맙다는 인사도 없이 그냥 가는 것은 무례한 행동 아닙니까.”
그 말을 듣고 사과를 하고 나왔지만 그 안경원에 다시 가게 되지는 않았대요. 그리고 이렇게 말해요.
“안경원 사장님의 틀리지 않은 지적에 나는 그렇게 수긍을 했지만 그날 이후 단 한 번도 그 안경원을 찾아가진 않았다. 하지만 나는 종종 마음 속으로 그 사장님을 떠올렸다. 차가운 표정과 함께 할 말은 해야겠다는 그의 태도. 그에게서 나를 보았기 때문이다. 나는 시비에 집착하는 인간이었다. AE들이 애써 만들어온 기획서에 허술한 지점이 보이면 그 사람이 국장이든 본부장이든 날카롭게 지적을 서슴지 않았다.”
그 일로 자신을 반성하게 된 거예요. 저도 잘못을 지적하는 편인데요. 살면서 넘어가야 하는 일도 있다는 걸 이제야 깨닫게 됐거든요. 그래서 이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내가 일할 때 해야 할 말이라고 생각해도 조금 참는다면 그 사람이 나중에 깨닫게 되기도 한다는 걸 다시 한 번 생각했어요. 카피 책인데 이렇게 반성하는 이야기도 많고요. 오랜만에 내가 평소에 중요하게 생각한 것들을 비슷하게 보고 계시는 분이 있다는 생각에 반가웠어요. 내 삶, 내 일상을 돌아볼 좋은 습관이 될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휴일에 이 책 읽고 다시 월요일 힘차게 출발하면 좋겠어요.
캘리가 추천하는 책
최우리 저 / 어반비즈서울 감수 | 나무연필
일상을 잠시 잊을 수 있는 책이지만 너무 일상과 멀리 떨어지진 않는 책, 일상에 작은 변화를 상상하게 하는 책을 골랐습니다. 책을 통해 도시양봉을 처음 알게 됐는데요. 몰랐지만 서울시청 옥상에서도 양봉을 한 적이 있고요. 호텔 옥상 등에 양봉장을 조성해둔 곳이 몇 있다고 하더라고요. 벌의 비행길과 인간의 보행길이 겹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거예요. 알지 못하는 곳에 새로운 세계가 있다는 상상을 하는 게 정말 새로웠어요.
기자이기도 한 저자는 취재로 알게 된 양봉을 계기로 두 해를 주말마다 양봉을 했다고 해요. 책은 양봉 경험을 사계절 순서대로 풀어냈고요. 양봉을 하면 할수록 벌이 궁금해져서 공부한 벌의 생태학적 지식도 같이 담았어요. 저자는 ‘물리적으로 무언가를 생산’하는 양봉이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하고요. 그렇게 설레서 처음 양봉장에 갔는데요. 설렘과 달리 첫 대면은 긴장과 공포였대요. 사실 상상도 안 돼요. 아무리 우주복 같은 방호복을 입고 있어도 작고 수많은 벌이 눈 앞에 있다니 말이에요. 그런데 책을 읽으면 벌이 정말 매력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저자 역시 처음의 긴장과 공포는 완전히 사라지고요. 곧장 덕심이 폭발합니다. 심지어 “벌의 똥은 자기 몸처럼 예쁜 노란색이다.”라는 말을 하기도 해요.(웃음) 그리고 내 주변의 꽃들을 살피는 습관이 생겼대요. 꽃이 중요하거든요.
책은 양봉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다루고요. 뒷부분에서는 이야기가 지구 생태로 연결되는데요. 저는 그게 좋았어요. 벌들이 잘 지내려면 벌이 살아가는 환경도 좋아야 하잖아요. 책에 나온 표현인데요. 벌을 생태계의 카나리아라고 하거든요. 그런데 지금 벌이 사라지고 있죠. 전문가들 연구결과를 보면 2007년 이미 북반구의 25% 사라졌다고 하더라고요. 벌이 사라지는 게 무슨 문제가 있는지, 딱 와 닿는 점이 이런 거였어요. 아몬드는 100% 벌이 수분을 한다는 것. 또 사과도 90% 벌에게 의지한다는 거예요. 벌이 없다면 사과를 먹을 수 없겠죠. 예전에는 양봉가들이 사과 농원에 가서 꿀을 얻곤 했는데 이제는 바뀌었대요. 벌이 너무 없어서 사과 농가에서 인근 양봉가에게 벌통을 빌려와야 한다고 합니다. 책을 읽고 당장 양봉은 못하더라도 꽃은 좀 심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 오디오클립 바로 듣기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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