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독서 생활 탐구
[요즘 독서 생활 탐구] 책과참치, 독서하는 모든 사람이 서평가다
“책이라는 대양 아래 질주하는 참치가 되고자 한다.” 서평 뉴스레터 <책과참치>가 보는 요즘 독서.
글: 메르치 (책과참치 기획위원)
2025.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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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독서 생활 탐구

우리는 요즘 책을 통해 어떻게 만나고 있을까요? 온갖 종류의 콘텐츠가 범람하는 오늘날 변함없이 책을 읽고, 책을 통해 연결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고유한 방식으로 독자를 만나고 있는 뉴스레터, SNS, 출판사와 서점, 북페어 운영자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뚱딴지같다. <책과참치>라니. 연결이 낯설어 이해를 도모하기보다 오히려 스파크를 일으킨다. 책이 참치랑 왜 연결되냐! 그걸 노린 것이다. 그러니까, 한참 먼 거리에 있을 것만 같은 두 언어가 한자리에 있을 때 발생하는 전기적 자극과 새로이 번성할 생각들이 중요하다. 더군다나 뚱딴지는 여러해살이풀인 ‘돼지감자’를 일컫기도 하고, 세라믹 재질로 만들어져 전봇대와 전선 사이에서 전기가 잘못 흐르지 않도록 하는 장치인 ‘애자’의 별칭이기도 하다. 요컨대, <책과참치>는 ‘책’과 ‘독서’를 기반으로 독자들과 더불어 번성하고 흐르고자 한다. 어디에서나 읽을 수 있고 누구에게 도달할 수 있도록 말이다. ‘캔’보다는 ‘대뱃살’급 ‘서평’으로 풍성한 독서의 맛을 제공하고자 만들어진 레터다. 피로에 도달하기 직전의 그 분량과 호흡으로, 독서 호흡법을 익힐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책과 독서 환경이 이토록 급변하는 시대도 없었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책에 대한 감각이 현저히 달라지고 있다. 특히 책을 향유하는 방식에 큰 변화가 초래되었다. 이를테면 근대 독서법의 핵심이었던 개인적 독서 혹은 묵독을 훌쩍 뛰어넘어 다양한 독서법이 출현하고 있다. 물론 이런 향유방식이 이전에도 전혀 없지는 않았다. 숱한 독서회는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이며 최근의 독서 향유 방식으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교환독서도 그러했다. 그럼에도 이전과 달라진 것은 책이 ‘문자’나 ‘지식’의 차원에 고정되지나 한정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사운드와 이미지가 더 이상 부차적인 것이 아니라 온라인으로 매개되어 독서 자체를 가능하게 만들거나 독서 경험 자체가 온라인으로 재생산되어 독서 공동체를 구성하는 원리가 되기도 한다. 그러니까, 독서인들의 ‘목소리’가 각각의 맥락을 통해 가시화되거나 가청되고 있다고 해도 좋다. 독서인 모두가 자신이 읽는 책의 서평가로 책을 더욱 다양하게 확대재생산하고 있는 셈이다. 

 

요컨대, 독서인들의 책 향유 과정에는 책을 (재)발명하는 과정과 겹쳐 있다. 독후감조차도 책을 고스란히 받아쓰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심지어 출판사나 저자의 ‘의도’와 무관하게 책은 해변이나 숲에서 또는 카페 테이블 위에 배치되어 이미지로 재생산된다. 또 거기에 사운드가 결부되어 독서인 자신의 느낌이 책에 입혀지기도 한다. 문자, 이미지, 사운드 이외에 책을 경험하는 숱한 굿즈들도 책의 (재)발명에 기여하며, 각각은 위계적으로 종속되지 않고 자율성을 구성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SNS에 업로드 되는 책 이미지와 글, 또 누적되는 책들은 작은 책장이자 도서관을 이루고 있으며 알고리즘의 우연성을 통해서 또 다른 독서인들과 연결되어 새로운 앎과 의미로 재편성되는 일이 일상적이다. 그러므로 책과 독서의 경험이 ‘축소’되었다는 세간의 평가와 달리 책이 우리 삶을 이전보다 훨씬 더 다양하게 둘러싸고 있으며 독서와 독서 경험이 즉각적으로 서평으로 재생산되고 있다고 해도 좋다. 

 

문제는 산만한 읽기를 초래하는 ‘노동 관습’에 있다. 일터에서의 격렬한 노동은 쉽사리 책에 접속하기 어렵게 만드는 핵심적인 요인이다. 퇴근과 더불어 터져 나오는 숨비소리가 다음 잠수를 예비해야 하는 만큼, 집중적인 에너지를 투여하는 읽기는 결코 쉽지 않다. 저 노동관습을 바꾸는 것이 핵심인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다만 <책과참치>가 출근 시간(오전 8시)에 서평 레터를 읽도록 한 것은 이 때문이라는 것을 부기하고 싶다. 어떤 철학자는 프롤레타리아트의 ‘밤’을 이야기했으나, 차라리 노동의 ‘새벽’에 책이 함께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욱 요긴하고 여겼던 셈이다. 물론 이 새벽을 창안하기 위해선 책과 필자 선정, 원고 수발과 편집, 책과 서평에 대한 기획위원들의 상시적인 대화가 있었다는 것도 남겨 두어야 한다. 언제나 그렇듯, 원고료와 기획위원에 대한 회의비가 너무 약소해 민망할 따름이다. 후원부터 지지까지 여러 가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하여, <책과참치>도 숨비소리가 필요하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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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치 (책과참치 기획위원)

뉴스레터 <책과참치> 기획위원, 반년간지 <문학/사상> 편집위원. 문학비평과 미술비평을 하면서 로컬문화사를 새로 쓰는 작업을 하고 있다. 2024년 5.18기념재단의 30주년 기념전시 <불의 연대기>와 2025년 익산예술의전당 기획전시 <싸움의 계보>를 기획/협업기획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