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기자가 육아책을 낸 특별한 이유
육아책을 냈다고 했더니, 친구가 '성찰이 가능한 육아라니 대단하다'라고 말해 줬어요. '성찰'이라는 표현은 좀 과분하지만 최소한 육아에 매몰되지 않고 한 발 떨어져서 생각하려 노력해 왔어요. 그래서 책을 써보라는 제안을 받아들 일 수 있었습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0.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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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님에 대처하는 유능한 아빠양성』은 어쩌다 딸 육아를 맡게 된 아빠가, 아직은 엄마의 영역이라고 여겨지는 일들을 꿋꿋이 해내며 겪었던 에피소드와 해결의 노하우를 풀어낸 책이다. ‘딸이나 아들이나 뭐가 달라?’, ‘딸은 너무 어려워!’ 등 딸을 대하는 여러 유형의, 그러나 하나같이 어리둥절, 어설픈 아빠들을 위한 책이다. 아빠의 육아, 엄마가 하는 것과 다를까? 더 힘들까? 그런 것은 없다. 이 책은 육아라는 분야에 있어 ‘관전자’에서 ‘주체’로 신분을 바꾼 아빠들에게, 미숙하고 어려움이 많을 아빠들에게, 약간의 가이드를 얻고 싶은 아빠들에게, 며칠이라도 앞서 딸육아를 해본 선배가 경험담을 들려주고 고민을 나누려는 의도에서 기획됐다. 

『따님에 대처하는 유능한 아빠양성』의 저자 김정용의 본업은 축구기자이다. 본인보다 조금 더 바쁜 아내를 둔 덕분에, 본의 아니게 딸과 둘만의 시간이 많아진 아빠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여자의 어릴 적은 아빠들(남자)의 어릴 적과는 많이 다르고, 딸이라는 존재에 대해 새롭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축구기자가 본업이고, 축구 관련 책도 출간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번에 '육아'를 주제로 책을 출간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육아책을 냈다고 했더니, 친구가 '성찰이 가능한 육아라니 대단하다'라고 말해 줬어요. '성찰'이라는 표현은 좀 과분하지만 최소한 육아에 매몰되지 않고 한 발 떨어져서 생각하려 노력해 왔어요. 그래서 책을 써보라는 제안을 받아들 일 수 있었습니다. 

육아는 '엄마'의 영역이라는 것을 여전히 당연시하는 세상에서, 아빠 양육자로서 곤란하거나 힘들었던 경험이 있나요?

보호자가 도와야 용변을 볼 수 있던 시절, 공중화장실 이용이 늘 난감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남자 화장실에 데리고 들어가야 하는데, 남자용 소변기를 지나쳐 좌변기로 향하는 것이 서로 불편했어요. 가족 화장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미국에서 퍼지고 있는 '성 중립 화장실'도 남녀 구분 없는 육아에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요즘에는 김재인 혼자 공중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는데, 지금도 조금 어색해요. 여자 화장실 앞에 제가 서 있으면 다들 불편하니까 멀리 떨어져야 하는데, 그러면서도 김재인이 저를 소리쳐 부를 때는 들릴 정도의 거리에 있어야 하거든요.

그냥 '육아'가 아니라 '아빠의 딸 육아'라는 점이 신선합니다. 책에 딸아이와 함께 했던 에피소드가 굉장히 많은데요. 아이를 양육할 때, 특히 딸이기 때문에 '이것만은 꼭 지키자'라고 하는 원칙이 있나요? 있다면 무엇인지,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아이를 납득시키려고 늘 노력합니다. 부모의 권위로 찍어누르는 것도 문제가 있고, 반대로 아이를 통제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필요할 때는 제 지시에 따르게 하되, 아이의 의견이 다를 때는 반론의 여지를 주려고 합니다. 아이가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별것도 아닌 문제 제기를 하면 솔직히 우스울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 비웃지 않고 진지하게 들어주는 자세를 유지하려고 합니다.

"공주로 키우고 싶으신가요?" 파트가 인상 깊었습니다. 딸을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여성으로 키우기 위한 팁이 가득 담긴 유익한 글이었는데요, 이 주제를 책에 담으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부모라면 누구나 자기 딸이 스스로 인생의 행로를 정하길 바랄 겁니다. 훗날 애인을 만날 때, 직업을 선택할 때, 삶의 방식을 결정할 때 불필요한 고정관념에 사로잡혀서 상상력이 제한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우리 사회에 퍼져 있는 남아와 여아에 대한 고정관념이 과연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건지, 아니면 사회적으로 학습되는 결과인지 김재인을 키우며 늘 고민했어요. 고민해 온 내용이 자연스럽게 책에 반영됐습니다. 가장 쉽게 쓸 수 있는 파트였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로는 아이와 주로 무얼 하며 시간을 보내시나요?

재택근무가 가능한 기간 동안 일과 육아를 번갈아 하느라 정신이 없었죠. 모든 부모가 가장 고생한 기간이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어린이집은 긴급 보육 제도가 있어서 코로나19 기간에도 대부분 등원이 가능했지만,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은 훨씬 고생이 많더라고요. 

새로운 놀이를 고안하는 건 주로 아내의 담당이라, 아내의 참신한 아이디어로 다른 일정을 만들어낼 수 있었어요. 또 김재인 스스로 상상한 다양한 역할놀이에 동참하다 보면("아빠는 해적 선장이고, 엄마는 해적 둘째고, 난 해적 막내야. 알았지?") 시간이 훌쩍 지나 있기도 했어요. 유치원에 가지 않는 아이들이 아파트 마당에 모여들면서 이웃 친구가 늘어났고요.

원래 '하루 종일 집에 있는 날만 만화 시청'이 우리 집 원칙이었어요.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매일 집에 틀어박혀 있다 보니 만화 시청 날짜를 새로 정하기 위한 조정 절차가 필요했어요. 



책이 나온 뒤에도 아이가 더 자란 만큼 육아의 모습이 달라졌을 것 같아요.

요즘에는 잠드는 데 오래 걸리는 게 저의 고민거리입니다. 자려고 불을 끈 뒤 한참 시간이 지나도 눈을 말똥말똥 뜨고 있어요. 그럴 때 온갖 상상을 한다고 해요. 재미있는 상상(나와 어린이집 친구들이 만화영화 속 주인공이 됐다면)도 하고, 무서운 상상(거대한 악어가 우리 동네 앞에 출몰한다면)도 합니다. 특히 무서운 상상이 많아서 두고 나갈 수도 없어요. 그럴 때 가만히 잠들기를 기다리는 것이 제 입장에선 엄청나게 답답합니다. 그런데 저도 딱 그랬어요. 자기 전에 온갖 귀신과 괴물에 대한 상상을 하느라 무서워하다 잤거든요. 이제 여섯 살이니 상상력이 늘었나 보다, 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참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아빠가 되고 싶으신가요? 그리고 세상의 모든 아빠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간섭하지 않지만 친구인 아빠. 지금은 김재인과 제가 확실히 친구 같은 관계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같이 놀아서 그런 거고, 앞으로는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들겠죠. 제발 좀 줄어들었으면 합니다. 제발. 그래도 여전히 친구로 남을 수 있는 관계이길 바랍니다. 여성으로 태어난 딸을 이해하되, 세상에 존재하는 여성의 모습에 맞추지 않고 있는 대로 키우는 아빠가 됐으면 합니다.




따님에 대처하는 유능한 아빠양성
따님에 대처하는 유능한 아빠양성
김정용 저
브레인스토어(BRAINst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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