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원 칼럼] 소총으로 무장한 병사들이 이길 수도 있을 거야 (Feat. Alexander23)
사회적 격리가 길어지고 깊어지면서 이전에 알던 세상을 그리워하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우리가 만나지 못한 것들을 그리워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ㆍ사진 윤덕원
2020.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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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5일에 있었던 광화문 집회 이후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더욱 높은 수준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하게 되었다. 우리 집 어린이는 방학이 끝났지만 그나마 일주일에 한번 등교하던 학교도 쉬게 되었고, 혹시나 하는 생각에 다니고 있던 방과 후 교실도 잠시 나가지 않게 되었다. 집 안에서 나름대로 시간을 보내며 아이가 찾은 놀이는 점토로 꼬마 병사들을 만드는 일인데, 처음에는 작은 창을 든 병사를 만드는 것으로 시작해서 대포나 칼, 총 같은 다양한 무기와 비행기나 탱크와 같은 탈것들 낙하산과(민들레 홀씨 모양이라 아주 귀엽다) 보급품까지 다양한 구색을 갖추게 되었다. 전쟁의 참혹함에 대해서 여덟 살 아이가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주고 있는데, 아이에게는 역사 속에 나오는 전투에 대한 이야기라든가 무기의 원리와 어느 것이 더 강한지가 아직은 마냥 흥미로운 모양이다. 

아이는 오늘도 새롭게 만든 작품들을 열심히 설명한다. 그리고 나서 뭐가 그렇게 궁금한지 물어보는 이런 저런 질문들에 ‘응, 대포가 더 강력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소총으로 무장한 병사들이 이길 수도 있을 거야’ 같은 확신 없고 신빙성도 없는 대답들을 해 주다가, 이대로는 내가 너무 지칠 것 같아서 마침 새로 발견한 『세상을 뒤흔든 전투의 역사』를 읽어주기로 했다. 이 책은 인류의 역사에서 전쟁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전투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고 그 배경과 의미에 대해서 알려주는 책이다. 최근에 『먼나라 이웃나라』『곰브리치 세계사』 같은 책들을 읽으면서 어떤 전쟁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조잘조잘 신나게 이야기하곤 했던 우리 집 어린이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 같았다. (물론 너무 잔인하거나 어린이가 보지 않았으면 하는 부분은 읽어 주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그 결정은 좋은 선택이었다. 이제껏 알던 역사 속에서 간략히 넘어갔던 전쟁과 전투의 상황을 상세히 설명한 내용은 그 자체로 흥미로웠으며, 전쟁을 둘러싼 역사적인 사실과 그 배경에 대해서도 더욱 깊이 있게 이해 할 수 있었다. 전투가 일어난 대형을 그림으로 설명해서 이해하기가 쉬웠으며, 세력권을 표시한 지도를 통해서 역사가 지역적으로 어떤 공간에서 이루어졌는지 알게 되어 좁았던 세계사적인 인식이 조금은 확장되는 느낌을 받았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아이는 언젠가 친구들과 장난감 군사들로 대결하게 될 때 알렉산더 대왕의 ’망치와 모루‘ 전략을 쓰겠다던가 하는 계획을 제시했고, 나는 ’혹시나 만약에 ㅁㅁ장군이 ㅇㅇ전투에서 XX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좀 더 구체적이고 답하기 어려운 질문 앞에 놓이게 되었지만 말이다.



오늘은 한창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미국 일리노이 시카고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Alexander 23의 노래 ‘IDK you yet’를 오늘의 추천곡으로 골라보았다. 『세상을 뒤흔든 전투의 역사』에서는 과거 대제국을 건설했던 알렉산더 대왕을 가장 위대한 영웅으로 꼽기도 하는데, 그래서인지 그의 이름은 지금까지도 남아서 누군가의 이름이 되었다. 비록 ‘Alexander 23’가 본명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IDK you yet’ 은 ‘I don’t know you yet’ 의 약자로 아직 만나 본 적도 없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내용이다. 사회적 격리가 길어지고 깊어지면서 이전에 알던 세상을 그리워하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우리가 만나지 못한 것들을 그리워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을 볼 때면 더욱 그렇다.  



세상을 뒤흔든 전투의 역사
세상을 뒤흔든 전투의 역사
유필하 저
들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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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원

뮤지션. 인디계의 국민 밴드 브로콜리너마저의 1대 리더. 브로콜리너마저의 모든 곡과 가사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