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클럽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책은?
저 자신을 알아가는 최고의 대화예요.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으면 ‘그제야’ 생각이 선명해질 져요. 내 의견을 보태면서, 생각이 정리되거든요. 뿌듯함이 켜켜이 쌓여요.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0.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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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함께 읽기다』 『서평 글쓰기 특강』 『질문하는 독서의 힘』 등 작문 및 독서 관련서로 전국 강연을 해온 김민영 저자가 ‘책과 사람’을 주제로 첫 에세이 『나는 오늘도 책 모임에 간다』를 출간했다. 15년간 북클럽을 운영하며 ‘책’을 중심에 두었던 저자가 ‘사람’을 중심에 두기 시작하며 일었던 내적 변화를 생생하게 기록했다. 북클럽 회원이나 모임을 희망하는 독서 초보자에게 가닿을 이야기가 가득하며, 운영자가 공감할 에피소드가 실감 나게 묘사돼 있다. 독서와 글쓰기로 새 일상을 영위하는 이들의 실제 이야기가 저자의 담담하면서도 위트 있는 묘사로 전달돼 큰 즐거움을 준다. 모임 장소, 언택트 시대의 새로운 운영법, 운영자의 기본자세, 책 모임에 적정한 도서 등의 힌트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다.




책 모임을 15년 동안 운영하셨다고요. 

책을 혼자 읽다 보니 비슷한 책만 봤어요. 편견이라는 껍데기로 단단히 둘러싸인 채 살았어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는 사람들과 북클럽을 하면 나아질 것 같았어요. 취미로 시작한 북클럽이 일과 업이 될 줄은 몰랐어요. 정말 책 모임에 미쳐 산 15년이에요.

다양한 사람이 오가는 책 모임에는 어떤 매력이 있나요? 15년간 운영하게 될 정도로 빠진 이유는요?

저 자신을 알아가는 최고의 대화예요.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으면 ‘그제야’ 생각이 선명해질 져요. 내 의견을 보태면서, 생각이 정리되거든요. 뿌듯함이 켜켜이 쌓여요. 다른 사람의 견해를 듣다 보면 내 고정관념의 무게가 딱! 나와요. 아, 정말 세상에 당연한 건 없구나!

요즘은 오프라인 책 모임을 하기 힘든 시기인 것 같아요. 온라인에서 진행하는 책 모임 분위기는 어떤가요? 오프라인 모임 때와 어떻게 다른가요?

저는 2015년부터 온라인 책 모임을 해왔기에 언택트 환경이 익숙해요. 메신저 창에 모여 책 읽은 소감을 나누는 모임을 오래 했어요. 자판 치는 게 귀찮지만, 글쓰기 연습도 할 수 있고 자료가 남으니 복습도 가능해요. 요즘은 줌 북클럽을 많이 해요. 서로 얼굴도 보고 목소리도 들으니 생생해서 좋아요. 

책 모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너무 많은 순간이 오버랩되는데요.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북로그컴퍼니, 2017) 책 모임이 떠올라요. 영화와 원작을 읽고 모였는데, 영화가 길다고 안 본 사람들이 많았어요. 저는 영화를 이야기하고 싶어서 속상했어요. 그럼 다 보고 만나자며 연기를 유도했죠. 그때 한 분이 개인 메시지로 왜 마음대로 일정을 바꾸냐고 다른 약속도 취소하고 준비했는데라고 했어요. 순간 너무 부끄러웠어요. 내 이기심이 들킨 느낌이었어요. 운영자의 권위로 이리저리 시간을 옮기거나 책을 정하진 않았나 싶어서요.

책 모임 회원들끼리 동일한 책을 읽고 감상이 엇갈리는 경우 중간에서 난처한 경우도 많으셨을 것 같아요.

책에도 썼는데 소설 『책 읽어주는 남자』(시공사, 2013)를 읽고 두 분이 부딪혔던 순간이 생각나요. 설정 자체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한 분이 화를 냈어요. 자신의 중학생 아들이 주인공 나이와 똑같다며, 아들의 일로 생각하니 화가 난다고요. 그럼 내 딸이 중학생이면 소설 『은교』에 대입해서 화를 내야 하냐고. 왜 소설을 그렇게 읽느냐고 다른 분이 받았어요. 냉전이 흐르다, 다른 논제로 이야기하며 풀렸어요. 진행자인 저는 아찔했지만 누구 편도 들지 못했어요.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책 모임, 어려운 점도 많으셨을 것 같아요. 책 모임 운영자의 고충이 있다면요?

제가 좋아했던 책이 혹평을 받는 자리는 괜찮아요. 다양한 견해를 들으며 저만의 콩깍지를 벗길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책을 아예 읽지 못한 사람들이 많을 때가 애매한데요. 이미 그날을 위해 열심히 책을 읽고 준비한 소수의 사람들도 있을 때. 연기를 해야 하나 진행할 것인가 난감해져요. 연기 후에 완독률이 높아진 경우도 있지만, 아닐 때도 있었으니까요. 또 한참 후에 모임을 하면 읽은 내용을 잊어버리고 다시 봐야 하니, 열심히 책을 본 회원들에게 미안해지니까요. 정말 난감해요.

독서 모임 중 모두가 좋아했던 책과 모임원들의 호불호가 제일 심했던 책을 꼽아주신다면요?

다수가 좋아했던 책으로는 김금희 작가의 『경애의 마음』이에요. 이 책은 특정 연령층만이 아닌 20대부터 60대까지 참여한 00구청 독서토론아카데미 필독서였을 때도 대부분이 호평했어요. 묵직한 장편인데도 거의 다 읽어오고 작가의 팬이 되었다는 분이 많았어요. 호불호가 제일 심했던 책은 최근 모임 책이었던 김영민 교수의 『공부란 무엇인가』예요. 공감하는 부분이 많고 가독성이 좋았다는 쪽, 가볍기도 하고 학생들을 위한 책이라며 아쉽다는 반응도 비슷하게 나왔어요.

15년간 운영했던 책 모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책 모임이 있나요?

제 인생 책 『달과 6펜스』(민음사, 2000) 모임요. 교사들과 이 책을 토론했어요. 한 국어 교사의 말을 잊을 수 없어요. “주인공 스트릭랜드야말로 여기 등장하는 사람들의 달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스트릭랜드라는 달을 쫓는 이야기다.” 소름이 돋았어요. 저는 이 책을 여러 번 읽었지만 그런 관점을 갖지 못했어요. 어떻게든 해석될 수 있고, 미움과 사랑을 동시에 받는 이 작품의 힘을 느꼈던 모임이에요.

책 모임을 꾸리고 싶거나 참여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한 마디 해주신다면요?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하지 말고, 무조건 시작하세요. 혼자는 결코 읽지 않을 다양한 책과 새로운 사람을 만나요. 아주 큰 변화는 아닐지라도, 내가 어떤 생각을 하며 사는 사람인지는 명확히 알 수 있어요. 자신을 더 잘 돌보는 사람으로 살 수 있어요. 긴 코로나 상황에서 우울감에 시달리는 분이 많은데요. 책 모임이 주는 소소한 위로가 삶을 버티는 힘이 되기도 해요. 책을 다 못 읽어도, 듣기만 해도 좋은 책 모임. 함께해요!


*김민영(작가)

책 모임 중독자. 15년간 책 모임을 하며 무수한 껍데기를 깨고 나왔다. 글을 쓰고, 강의하고, 운동한다. 지은 책으로 『첫 문장의 두려움을 없애라』가 있으며, 『이젠, 함께 읽기다』, 『서평 글쓰기 특강』, 『필사 문장력 특강』, 『질문하는 독서의 힘』을 공저했다.



나는 오늘도 책 모임에 간다
나는 오늘도 책 모임에 간다
김민영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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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