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늦으리’는 92년부터 95년까지 열렸던 환경 보호를 주제로 한 슈퍼 콘서트이다.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가수들이 대거 참여한 이 공연은 티비에서도 방영되었고, 환경에 대한 캠페인과 더불어 참여 가수들이 환경 보호를 주제로 한 자작곡과 테마곡을 발표해서 매년 음반을 발매하기도 했다. 92년도의 테마송이었던 ‘더 늦기 전에’는 뮤지션 신해철이 음악감독을 맡아 완성된 곡으로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다. 그때 그 노래를 듣던 아이들이 훌쩍 자라서 다시 그만한 자녀를 갖게 될 만한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환경오염 문제가 아직까지도 우리를 걱정하게 하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더 늦기 전에’ 무엇인가 행동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은 것 같다.
그레타 툰베리 같은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젊은 활동가들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앞으로 지구 환경과 함께 생활할 시간이 더 긴 젊은 세대들은 앞으로 다가올 환경의 변화에 더욱 예민하게 촉각을 세우고 있는 것 같다. 나 역시 아이가 6살 때, ‘자동차를 산다면 전기차가 좋을 것 같다’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그에 비하면 나를 비롯한 어른들은 아직 환경문제가 그 정도로 급하지는 않다고 느끼거나 몸으로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바쁜 삶 속에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어서, 지금 관계되어 있는 구조를 포기하기 어려워서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위기의 지구, 물러설 곳 없는 인간』을 읽고 나서, 한 가지를 더 생각하게 되었다. 그것은 기성세대로서 환경오염에 대한 상식을 현재에 걸맞게 업데이트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요즘 교과서에 더 이상 ‘아밀라아제’가 나오지 않고, ‘아밀레이스’라고 표기한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는 동년배들의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듣곤 한다. 어느새 나이를 먹고 새롭게 보충하지 않은 지식들은 이제 슬슬 업데이트가 필요한 시점이다. 2000년대가 지나서도 문장을 ‘읍니다’로 마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는 결연한 마음으로 『위기의 지구, 물러설 곳 없는 인간』을 읽었다. 나름대로 환경문제에 대해서 남들만큼은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앞으로는 이렇게 될 것이다’라고 배웠던 사실들이 수십 년이 지난 후 어떻게 바뀌었고 얼마나 예상 이상으로 악화되었는지 확인하게 되니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앞으로 다가올 큰 위기라고 배웠던 세상이 바로 지금이라니, 이 시점에서 미래를 바라보는 어린이들은 얼마나 불안할까.
이 책에서는 환경문제의 많은 부분을 공학적으로 바라보기보다는, 본질적인 해결을 위해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근본적인 원인과 해결책에 대한 고민 없이 기술이 발전하면 환경문제가 해결되리라 생각하는 근거 없는 낙관이야말로 환경문제의 현실을 회피하기 위한 핑계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구 온난화라는 것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하며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 기후협약을 탈퇴했던 사건을 떠올리며, 나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부끄러웠다.
어린 시절의 기억을 돌이켜 보면, 과거에는 환경오염 하면 매연과 폐수가 떠올랐던 것 같다. ‘더 늦기 전에’의 후렴 가사인 ‘그 언젠가 아이들이 자라서 저 하늘을 바라볼 때에 하늘 가득 반짝이는 별들을 두 눈 속에 담게 해 주오’에서도 맑은 밤하늘의 밝은 별빛들을 아이들도 계속해서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느껴진다. 이제는 온난화와 기후 변화의 위기가 다가오는 것 같다(그리고 미세먼지도). 우리 세대는 다음 세대에게 어떤 것들을 물려줄 수 있을까. 또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한번 구체적으로 셈해보고 고민해 봐야 할 시간이 온 것 같다. 확실한 것은 더 공부할수록 절망적인 기분이 들겠지만 뭔가 바꿔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그나마 더 높아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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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원
뮤지션. 인디계의 국민 밴드 브로콜리너마저의 1대 리더. 브로콜리너마저의 모든 곡과 가사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