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 저 | 창비
“초등학교 시절에는 핫도그를 좋아했다.”고 말하는 시인의 시집을 펼쳤다. “중학교 시절에는 머리를 쓰는 것보다 잔머리를 굴리는 것을 좋아했다.”는데, 성인이 된 시인은 마음머리를 잘 굴리는 사람이 된 듯하다. (마음머리는 실제 있는 말은 아니다) 논술 공부를 하기도 바쁜데 청소년시집을 사주는 부모가 과연 있을까? 잔머리 굴리지 말라고 시집은커녕 서점에도 데리고 가지 않는 학부모가 대다수이지 않을까? 왜 나는 시집을 읽으면서 이런 걱정이나 하고 있을까. 왜냐면 시가 좋아서, 마음의 일에도 좀 열심을 다해보자고 권하고 싶기 때문이다. 쓸쓸하면서도 희망적인 시집이다. 외롭지만 결국에는 따뜻해지는 마음을 이야기하는 시집이다. (엄지혜)
일라이 클레어 저/전혜은, 제이 역 | 현실문화
최은영의 소설 『몫』에는 교지를 편집하는 두 친구가 집회에 나갔다가 폭력의 언어를 목도하는 장면이 나온다. ’미군 타도’를 외치며 폭력을 고발하는 사람들의 말에는 피해자 여성의 몸을 전시하고 은유로 활용하는 또 다른 폭력이 자리한다. 『망명과 자긍심』을 읽으며, 이 대목을 문득 떠올린 것은 지극히 타당해 보이는 요구를 외칠 때조차, 우리는 누군가를 배제할 수 있다는 뼈아픈 사실 때문이다. 진보 운동에서조차 장애, 퀴어 등을 배제하는 말이 만연한 상황 속에서, 일라이 클레어는 우리의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고, 그 복잡한 이야기를 마주하자고 말한다. 추천의 글에서 시인 아우로라 레빈스 모랄레스는 아버지의 말을 인용한다. “두 가지 타당한 요구가 충돌하는 것처럼 보일 때는, 둘 중 어느 쪽도 충분히 요구하지 않고 있는 거란다.” 하나를 쟁취하기 위해 다른 목소리들을 배제한다면, 그건 충분히 요구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복잡다단한 현실을 복잡하게 담아내며 나아갈 때, 우리의 몸은 더는 상처받지 않을 것이다. (김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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