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세대가 공감할 다독임의 말들 『나에게도 좋은 사람이 될게요』, 톨콩이 꼽은 ‘올 가을, 가장 아름다운 책’ 『다정한 세계가 있는 것처럼』, 반려견의 눈에 비친 작가의 모습을 그린 『작가』를 준비했습니다.
단호박의 선택
전아론 저 | 가나출판사
저자 소개를 보면 조향사, 에세이스트, 프리랜서 에디터라는 세 개의 직종이 나와 있습니다. <대학내일> 에디터로 일을 시작해서 편집장을 거쳤다고 하고요. 지금은 세 개의 직업을 가진 N잡러로 살고 있다고 소개되어 있습니다. ‘디에디트(the edit)’라는 곳의 외부 필진으로 참여하고 있고요.
사실 N잡러의 꽃말이 있다면 ‘불안함’이잖아요. 프리랜서로 글도 쓰고 향수 브랜드의 대표도 하고 있지만 계속 불안한 감이 있는 거죠. 이 에세이를 다 읽고 났더니 <김하나의 측면돌파> 허지원 작가님 편이 떠올랐는데요. 그때 허지원 작가님이 ‘괜찮은데?’라는 명언을 남기셨잖아요. 이 책은 ‘괜찮은데?’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을 밟아나가는 에세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불안한 사람들이 많잖아요. 그런데 그 불안함을 딛고 자기 자신한테 ‘괜찮은데?’라고 말할 수 있기까지, 전아론 저자도 꽤 많은 시간과 시행착오를 겪었던 모양이에요. 그 과정을 같이 읽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제가 이 에세이를 재밌게 읽었던 이유 중에 하나는, 저랑 비슷한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단은 (저자가) 에디터 경력이 있고, 콘텐츠를 만들고, 직장에서 8~10년 사이의 기간을 보냈는데 지금 제가 만으로 8년째 회사를 다니고 있거든요. 그리고 이것저것 다뤘다는 이야기도 많이 나오는데, 사실 저도 그런 면이 있죠. 그 중에 끝을 내지 못한 것도 많고요. 그런 점도 공감이 됐어요.
이 책은 ‘괜찮은데?’에 이르기까지의 여정 같은 에세이라고 했잖아요. 대부분의 경우에 ‘괜찮은데?’라고 인정하기까지의 과정이 다 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여전히 그 과정 중에 있는 사람도 있을 거고, 이미 끝나서 ‘그래, 나는 괜찮은 사람이야’라고 생각하는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는데, 그 정의까지 다다르는 과정은 다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예를 들면, 수학적 답이 하나가 있다면 그걸 증명하는 과정은 열두 가지가 될 수 있는 거죠. 에세이가 그 증명 과정을 각자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책의 마지막에 이런 문장이 있어요. “‘이대로 괜찮을까?’ 불안해지는 순간, 조바심을 잠재워주는 다독임의 말들”
톨콩(김하나)의 선택
황예지 저 | 바다출판사
황예지 작가의 사진과 글이 함께 있는 책입니다. 책 자체가 그리 두껍지 않고, 사진도 많고 글밥도 띄엄띄엄 있는 페이지들이 있어요. 그래서 정말 빨리 읽을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의 미덕은 말로 설명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저에게는 이 책을 <삼천포책방>에서 소개하는 게 하나의 도전인데요.
황예지 작가는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사진을 전공할 프로 사진작가입니다. 1993년 서울에서 태어났고요. 책을 보면 사진의 비율과 무게가 중요합니다. 글을 읽고 나서 이미지와 글과의 관계, 이미지와 이미지의 관계, 이미지와 여백의 관계를 충분히 음미하면서 보는 게 이 책을 보는 중요한 방식일 거라고 생각하고요.
서문에는 이 책이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설명이 있는데요. <김하나의 측면돌파>에 이랑 작가님이 나오셨을 때 하신 이야기 기억나세요? 이도진이라는 디자이너가 있어요. 이랑 작가님의 친구였고 병을 갖고 계셨는데 2020년 7월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 분의 병원비와 수술비, 입원비 같은 것을 대기 위해서 친구들이 만들었던 구독 서비스가 있어요. ‘앨리바바와 30인의 친구친구’라는 프로젝트였고, 거기에 황예지 작가도 소속이 되어서 글을 썼던 거죠.
머리말에 이런 부분이 있어요. 이 글을 어떻게 써야할지, 어떤 온도로 전하면 좋을지, 하는 고민은 “사진을 통해 아픔을 직시하려는 시작을 떠올리게 했습니다”라고 썼어요. 대학교 수업에서 선과 형태를 담아오라는 과제를 받았었는데 구체적인 피사체에 대한 조건에 집중했더니 언니의 몸에서 굴곡과 튼살이 떠올랐대요. 이전에는 가족에 대한 어떤 부분을 숨기고 싶었고 그것이 아픔, 슬픔이어서 들여다보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날 언니를 들여다보고 사진을 찍었어요. 동기들은 횡단보도, 콘센트, 식물 같은 사진들을 찍어왔고 갑자기 자신의 언니의 이미지가 교실 한 가운데에 세워진 거죠. 책의 표현에 따르면 “성근 말들로 사진을 설명하는데 교수님이 말씀하시더라고요. “사진에 담은 만큼 얘기해라.” 그 말 한 마디에 바보처럼 눈물이 터졌습니다“라고 합니다. 앞으로 학교에 다닐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암담했는데, 그 사진을 본 친구들이 어깨를 툭 치면서 ‘좋았다’라고 이야기해줬대요. 그러면서 어떤 것을 직시하기 시작했고, 그 작업의 연장선상에 이 책도 있어요.
그냥의 선택
다비드 칼리 글/모니카 바렌고 그림/엄혜숙 역 | 나무말미
우리나라에서 다비드 칼리의 많은 작품이 출간되어 사랑받았는데요. 『완두』, 『나는 기다립니다』, 『내 안에 공룡이 있어요』, 『안나는 고래래요』, 『나의 집』 등이 있습니다. 『작가』는 모니카 바렌고라는 그림작가와 함께 만든 책이고요. 표지에 보시면 프렌치불독이 그려져 있는데, 모니카 작가의 반려견을 모델로 만들어진 캐릭터라고 합니다.
한 마디로 이 책은 ‘작가의 반려견이 바라본 작가는 어떤 모습일까?’에 대한 이야기예요.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분들은 한 번쯤 그런 생각을 해보셨을 거예요. ‘저 아이의 눈에는 내가 어떻게 보일까?’ 작가뿐만 아니라 재택근무의 경험을 해본 분들이라면 이 책을 많이 공감하시면서 재밌게 읽으실 것 같습니다.
표지의 뒷면부터 바로 그림이 나오는데요. 반려견과 같이 살아본 사람만이 그릴 수 있는 그림이 아닐까 싶어요. 책장을 더 넘기면 탁, 탁, 탁타탁, 탁, 하는 소리가 들려오고 “내가 일어나면 그 남자는 벌써 자기 ‘탁탁이’하고 저기 있어”라고 쓰여 있어요.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모습을 보고 ‘쟤는 맨날 탁탁이랑 놀아’라고 생각하는 거죠(웃음). 그리고 방석에 앉아있는데 계속 심기가 불편해 보여요. 눈을 위로 치켜뜨기도 하고 옆으로 흘겨보기도 하면서 뒤척거려요. 하지만 작가가 관심을 주지 않고, 급기야 공을 물고 작가 앞으로 갑니다. 그래도 같이 놀아주지는 않아요. 텅 빈 밥그릇을 망연자실한 눈으로 바라보는 강아지의 모습도 보이고요. 작가가 연필을 찾아 헤매는데 강아지가 찾아주기도 합니다. 강아지가 이야기합니다. “가끔은 이 남자, 뭔가 다른 걸 해야 해.” 그래서 산책을 나가자고 보채게 되는데요. 이번 산책의 확실한 목표가 있어요. “나 혼자서 모두 다 할 수 없어. 이 남자는 누군가가 필요해. 여자친구 말이야”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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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