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나와 가장 가까운 건 나 자신인데 우리는 가깝다는 이유로 자신을 무심하고 소홀하게 대한다. 타인에게는 공감의 말도, 위로의 말도, 응원의 말도 잘하지만 자기 자신에게는 그렇지 못하다.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크게 보여 ‘나는 왜 이것밖에 안 되지, 나는 왜 이리 못났지’라며 책망과 비난의 말을 하고, ‘더 열심히 해야 해’라며 스스로를 채찍질한다. 겸손해야 한다는 생각에 자신의 성취나 성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칭찬을 들으면 “아니에요”가 자동으로 나오고, 현재 해내고 있는 멋진 일들을 찾아내기보다 ‘이대로 괜찮을까’를 습관처럼 떠올렸다는 전아론 저자는 자기 일을 시작하면서 스스로를 격려하고 다독일 줄 알아야 좌절의 순간에도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리고 어색하지만 자신을 향해 든든한 응원과 따끈한 칭찬의 말을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다른 사람을 아끼는 것처럼 자기 자신도 아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전아론 작가에게 스스로를 다독일줄 아는 사람이 되기 위해 해온 일들에 대해 자세히 들어보자.
예스24 도서 팟캐스트 <책읽아웃>의 ‘삼천포책방’에서 단호박님이 이 책을 소개하는 걸 들었어요. 단호박님은 이 책을 “’괜찮은데?’에 이르기까지의 여정 같은 에세이”라고 소개하며 자신과 너무 비슷한 점이 많아서 재미있게 읽었다고 하셨는데요. 『나에게도 좋은 사람이 될게요』는 어떤 내용을 담은 책인가요? 작가님이 직접 책을 소개해주시겠어요?
단호박님이 ‘삼천포 책방’에서 제 책을 추천하면서 그런 말을 하셨죠. 에세이는 ‘과정’을 보여주는 글이라고요. 맞아요. 사람은 누구나 더 나은 지점에 다다르고 싶어하잖아요. 불안을 해소하고 싶고, 걱정을 줄이고 싶고, 조금 더 마음이 편해지기를, 그래서 더 행복해지기를 바라죠. 목적지는 비슷할지라도 거기까지 가는 과정은 모두가 다른 것 같아요. 결국에는 스스로가 자신의 길을 찾아야 하는 것인데, 그럴 때 독자분들이 제 글에 공감하면서 좀 더 힘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에요. 스스로에게 불친절했던 제 이야기를 읽고 ‘나도 이랬는데’ 혹은 ‘나도 이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깨달을 수도 있을 테고요. 자기 자신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주려 노력하는 제 모습을 보고 ‘나도 이렇게 해봐야겠다’는 마음이 들거나 더 나은 생각이 떠오를 수도 있겠죠. ‘나 자신을 위한 다정함’의 씨앗을 심어주는 책? 『나에게도 좋은 사람이 될게요』를 그렇게 소개하고 싶네요.
저자 소개에 약 10년간 ‘대학내일’에서 일하다 지금은 ‘조향사, 에세이스트, 프리랜서 에디터’라는 세 개의 직업을 가진 N잡러로 살고 있다고 되어 있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잡지사 편집장을 오랫동안 하셨는데 갑자기 향수 브랜드를 론칭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거창한 이유나 동기가 있다면 멋지겠지만, 사실 인생의 대부분이 그렇지는 않잖아요. 자연스럽게 흘러오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저는 새로운 것에 흥미가 많고, 배우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회사 생활을 하면서도 끊임없이 무언가를 배우고 또 그만뒀죠. 조향도 처음에는 ‘궁금해서’ 시작했어요. 그런데 멈출 수가 없더라고요. 몇 년을 계속 배우고 연구하다보니 제가 만든 향을 사람들에게 선보이고 싶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싹 텄죠. ‘내가 쓴 글을 다른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비슷한 결이었던 것 같아요.
직장인으로서의 안정된 삶을 버리고 1인 회사를 시작하는 거라, 그것도 완전히 새로운 길을 가는 거라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텐데요. 혹시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좌절했던 순간이 있었나요? 그런 순간을 어떻게 버텨낼 수 있었나요?
사실 큰 결심을 하고 시작한 게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힘들고 좌절하게 되는 순간이 와도 ‘여기까지 왔으니까, 일단 이것까지는 해보자’ 하고 계속 했던 것 같아요. 대단한 목적이나 도달해야 할 목적지가 있는 게 아니라서 오히려 더 가볼 수 있겠단 생각이 든 거죠. 그러면서 깨달았어요. 스스로가 정한 만큼, 스스로가 원해서 무언가를 하는 것은 즐겁지만 굉장히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일이란 걸요. 오랫동안 회사 생활을 해왔지만 그것과는 전혀 다르더라고요. 혼자서 목표를 설정하고, 원동력을 찾고, 실패하고, 계획을 수정하고, 다시 시도하고…. 그 과정에서 힘든 것은 커다란 좌절의 순간이 아니라 조그맣지만 자꾸 쌓이는 실패들이었어요. 원인도 결과도 책임도 모조리 저에게 있는, 아무도 모르지만 저에게만은 타격감이 확실한 실패죠. 그런 건 오래 쌓아두지 않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제 내면을 자주 들여다보려 노력해요. 그리고 마음의 어두운 부분을 털어낼 수 있는 방법과 밝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하죠. 『나에게도 좋은 사람이 될게요』에 담긴 글들도 그런 고민들의 결과인 것 같아요. 물론 지금도 새로운 방법을 찾으며 연습 중이랍니다.
책 제목을 들었을 때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살짝 울컥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공감되기도 하고, 나 자신에게 미안해지는 그런 느낌도 들었다고나 할까요. 이 책 제목을 듣고 주변에서 어떤 반응들을 보이셨는지 궁금하고, 작가님은 자신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읽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고 말하는 지인들이 꽤 있었어요. 제 주변 사람들은 다들 저와 비슷한 성향인가 봐요. 하하. 책 속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인물인 엄마는 아주 기뻐하셨는데요. 최근에는 자꾸 전화하셔서 “들어봐! 글감이 있어!”로 이야기를 시작하신답니다…. 사실 책 속의 글들은 저처럼 N잡러가 아니라도, 회사 밖에서 혼자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얼마든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그래서 “저랑 비슷한 점이 많아서 공감하며 읽었어요” 하는 반응이 가장 많더라고요. 저는 공감됐다는 말이 참 좋아요. 읽는 분들이 제 이야기 안에서 자기 자신을 찾는다는 거니까요.
물론 책 서두에도 썼듯이, 저 또한 여전히 ‘스스로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 있어요. 최근에는 더 잘하자고 재촉 혹은 자책하는 저 자신과, 이만하면 괜찮다고 잘했다고 위로 또는 칭찬하는 저 자신이 자주 다투는데요. 둘 중 하나의 자아를 숨기게 되면 오히려 더 힘들어지더라고요. 그럴 땐 순서를 정해요. 위로하고 칭찬하는 자아를 먼저, 재촉하고 자책하는 자아를 나중에 마주하는 거죠. 그럼 재촉이나 자책이 ‘격려’의 뉘앙스로 바뀌는 것 같아요. 이미 스스로를 인정해줬기 때문에 ‘왜 못했어!’가 아니라 ‘조금만 더 노력해보자’로 완화되는 거죠. 마음도 덜 괴롭고요.
주변인들과의 에피소드 중에 재미있는 게 많았어요. 특히 퇴사 후 불안해할 때 엄마가 해주셨다는 “넌 지금 직장인의 때를 벗는 중인 거야”라는 말이나 스트레스로 귀가 안 들리는 친구가 해준 “내 몸이 귓구멍 하나를 잠시 막아둔 건가 봐. 나 살라고. 나 살리려고” 같은 말은 읽고 나서 뒤통수를 한대 맞은 듯 멍했어요. 작가님의 생각이나 행동에 변화를 주었던 에피소드 중 혹시 더 소개해주실 게 있나요?
제가 진행하고 있던 모임에서 멤버 중 한 분께 들었던 말인데요. 그 분은 친구들과 있을 때, 뭔가 안 좋은 상황이나 실패한 순간이 오면 다들 이렇게 말한대요. “오히려 좋아, 오히려 좋아.” 원하던 부서로 이동하려다 좌절됐어? 오히려 좋아! 이참에 원하는 회사로 이직을 준비하자. 외국어 시험을 봤는데 생각보다 점수가 안 나왔어? 오히려 좋아! 이번에 간신히 점수를 넘기느니, 더 준비해서 다음 시험에 좋은 점수를 받자. 애인과 헤어졌어? 오히려 좋아! 이제 나를 위한 시간을 갖자! 이런 식인거죠.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다들 “그게 뭐예요!”하고 깔깔 웃었어요. 그런데 나중에 저 자신에게 적용해보니 괜찮더라고요. 나쁜 일 앞에서 “오히려 좋아”를 외치면서 더 나은 방법을 찾으려는 마음가짐을 연습하고 있어요.
책 뒷면에 “’이대로 괜찮을까?’ 불안해지는 순간, 조바심을 잠재워주는 다독임의 말들”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요. 불안은 우리 삶에서 절대 떼어낼 수 없는 감정이자 누구도 불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론칭하신 향수 브랜드가 꽤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요즘 작가님을 불안하게 하는 건 무엇인가요? 그리고 그럴 때 자신에게 어떤 다독임의 말을 해주시나요?
저는 작은 것에도 불안해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그래서 자꾸 뭐라도 하려고 하고, 그러다보니 남들보다 뭔가를 많이 하고 있는 사람이 되어버린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을 종종 해요. 불안한 건 누구나 힘들죠. 그런데 무의식 속에 그런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불안이 내 원동력인 건 아닐까? 불안이 없다면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아닐까? 참… 스스로를 못 믿는 사람이었죠. 요즘에는 기쁘고 행복한 마음으로도 무언가를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자주 떠올리려 해요. 산뜻하게 가자. 기분 좋게 하자. 그런 말들을 자주 되뇌어요. 건강한 마음과 행복을 재료로 삼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게 새로운 목표에요.
책을 읽고 나서 김소영 '책발전소' 대표님이 추천사로 써주신 “작가의 수다스럽지 않은, 속 깊은 문장들에 나뿐아니라 독자들도 괜찮아질 거라는 믿음이 생긴다”라는 문장에 완전히 공감했습니다. 책을 읽고 저도 마음이 참 편안해졌는데요.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마음이 편안해지셨다니, 정말 기쁘네요. 뭔가 울컥했어요. 마음이 힘들 때 저 스스로를 더 괴롭게 만들었던 건 ‘왜 나만 이럴까’ 하는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도요. 다른 사람들은 다 괜찮은 것 같은데 나만 유별나게 우울하고, 불안하고, 유약한 것 같이 느껴질 때가 있잖아요. 그런 마음은 친구들에게 털어놓기도 쉽지 않죠. 그런 날들에, 제 책이 친구가 되어드릴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 사람도 나랑 비슷하네.’ ‘맞아, 나도 이런 마음이 들 때가 있어.’ ‘오, 이 방법 괜찮은데? 나도 해볼까?’ ‘나도 이런 순간이 오면 이렇게 받아들여봐야겠다’ 그렇게… 오래된 좋은 친구와 대화하다가 마음이 스르르 일어서는 걸 느끼는 순간처럼요.
책을 엮고 세상에 내보내고 난 후, 깨달은 게 하나 있어요. 이 글들을 쓰는 과정에서, 저 자신이 스스로에게 더 좋은 방법들을 찾는 것에 익숙해졌더라고요. 책 제목처럼요.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저에게 더 유효할 것 같은, 좋은 말들을 찾아내고요. 친구나 지인들의 좋은 면들을 내 것으로 받아들이려 노력하게 됐어요. 독자분들도 그러실 수 있으면 좋겠어요.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난 후에는, 일상에서 스스로에게 좋은 것을 찾는 일에 좀 더 익숙해지시길 바라요. 우리는 충분히 그래도 되는 사람들이니까요.
*전아론 조향사, 에세이스트, 프리랜서 에디터. 약 10년간 ‘대학내일’에서 에디터로 시작해 편집장을 거쳤고, 어쩌다 보니 지금은 세 개의 직업을 가진 N잡러로 살고 있다. 좋아하는 게 많아서 늘 마음이 바쁘지만, 평생 지속해온 건 숨쉬기와 글쓰기뿐이라 괴로웠다. 그러다 우연히 시작한 조향에 매료되어 향수 브랜드 ahro(아로)를 꾸리기에 이르렀다. 1인분을 쪼개 다양한 삶을 소화하려면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데, 스스로 인정하고 응원할 줄 몰라서 철퍼덕 주저앉는 날이 잦았다. 그동안 나 자신에게 너무 매정했음을 깨닫고, 이제는 조금 더 씩씩하고 다정하게 나와 잘 지내보려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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