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해 끝나지 않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속하다 보니 어느새 사계절을 지나 다시 겨울이 돌아오고 있다. 찬 바람이 불어오는 계절, 밖에 나가는 것보다 ‘집콕’을 선택하면 확실히 편하고 따뜻하다. 하지만 때로는 지루하고, 외롭기도 하다.
그래서 찬 바람을 피하거나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위해 집에 머무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만화책을 소개한다. 특히 낮아지는 기온에 마음마저 함께 얼어붙지 않도록 따뜻한 감성이 가득한 만화책을 추려 보았다. 이 책들은 예스24에서 총알 배송 서비스로 빠르게 받아 볼 수도 있고, E-book으로 종이책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해서 기다림 없이 바로 볼 수도 있다.
코나미 카나타 글그림 | 시리얼(학산문화사)
『치즈 스위트 홈』은 아기 고양이 ‘치’가 엄마 고양이를 놓쳐 미아가 된 후 요헤이 가족을 만나 집고양이가 되어 살아가는 일상을 담은 만화다. 총 12권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올컬러에 내용도 무겁지 않아 훌훌 읽기 좋은 책이다.
치는 처음에는 사람들이 사는 집을 낯설어하고, 우연히 길고양이를 데려오게 된 요헤이 가족들도 아기 고양이를 기르는 일이 낯설기만 하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의 행동과 언어를 조금씩 이해하며 가족이 되어간다.
아기 고양이의 시선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만큼 단순히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의 일상이 아니라는 점이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이다. 치는 원래 길에서 엄마 고양이와 함께 살던 고양이여서 가끔 엄마 고양이를 떠올리며 슬퍼하기도 하고, 바깥 구경을 나가기도 한다. 그러나 곧 ‘우리 집’을 찾아가고, 고양이를 길러본 적이 없어 조금은 서툴던 가족들과도 정을 들인다.
집에 오래 있다 보면 종종 익숙하다는 변명으로 가족의 소중함을 잊게 된다. 『치즈 스위트 홈』은 가족의 소중함을 전해주고, 읽다 보면 다소 잔잔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스토리에도 눈물이 핑 돌게 되는 따뜻한 감성을 품고 있다. 귀여운 아기 고양이 치의 순수하고 귀여운 모습에 저절로 미소가 나오기도 한다.
아직 세상은 따뜻하고, 조금은 힘든 일상이라도 그 안에서 느끼는 정은 사소해 보이더라도 때로는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사람이 가득한 출퇴근길 지하철, 학교나 직장에서 겪게 되는 사람 사이의 갈등, 혹은 가족끼리의 사소한 다툼 등으로 지친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요시노 사츠키 글그림 | 대원
『바라카몬』은 도쿄에 살다가 먼 시골 섬에 살게 된 서예가 한다와 섬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자존심 강한 서예가 한다는 자신의 글씨에 대한 혹평을 받은 후 혹평을 한 전시관 관장을 폭행해 섬에서 근신 기간을 가지게 된다. 총 18권으로 이루어져 있고, 『바라카몬』의 인기로 스핀오프인 『한다 군』도 출간되었으니 이 책이 마음에 들었다면 함께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한다는 워낙 자존심이 강해 처음에는 섬에서 서예에 집중해서 좋은 작품을 내서 빨리 떠나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말괄량이 어린이인 ‘나루’와 친구들, 그리고 여러 주민들의 따뜻한 모습에 점점 그들과 함께하는 일상에 익숙해지게 된다.
서예가 아버지의 밑에서 서예가로 자라 오로지 정석 스타일의 서예밖에 모르고 융통성이 없던 한다는 가끔은 피곤하게 굴지만 씩씩하고 자유로운 사람들의 영향으로 변화하게 된다. 내용이 진행될수록 한다 뿐만 아니라 섬에 사는 인물들의 변화도 그려지는데, 조연이라고 해서 단순히 주인공의 주변 인물인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개성과 성장 서사가 명확하다는 것이 이 만화의 매력을 살려주는 포인트다.
사람들은 누구나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 입시, 취업 준비, 사람 사이의 갈등을 비롯해 셀 수 없는 고민이 겨울에 부는 찬 바람만큼 온 세상에 가득하다. 이 만화가 모든 고민에 명쾌한 해답을 줄 수는 없지만, 자신만의 고민 속에 갇힌 이들에게 소소한 힐링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소소하고 자극적이지 않은 일상 속에서도 착실하게 인물 한 명 한 명이 성장하는 모습은 독자에게도 작지만 따뜻한 희망과 용기를 준다. 특히 변화를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강력 추천하고 싶다.
정설화 글그림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더 콩쿠르』는 제목과 표지로 짐작할 수 있듯 클래식 음악을 소재로 한 만화다. 평범한 서민 가정에서 자란 호경은 바이올린에 재능도 있고 흥미도 있지만, 집안 사정 때문에 전문적으로 바이올린을 배우지는 못한다. 하지만 친구에게 받은 바이올린을 소중하게 여기며 바이올린에 대한 애정은 잃지 않는다. 그러던 호경이 우연한 계기로 바이올린을 우승 상품으로 받을 수 있는 콩쿠르에 참가하게 된다.
왠지 모르게 겨울 감성에 참 잘 어울리는 만화라고 생각한다. 찬 바람이 불지만 거리 곳곳에 크리스마스 분위기의 전등이 달리며 하얀 입김이 올라오는, 몽글몽글한 연말 감성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스토리가 깔끔하고 현실적이면서도 인물 개개인의 매력이 조화로워서 꼭 그들과 내가 같은 상황을 공유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또 꿈에 대한 열정, 애정, 혹은 열등감 같은 감정들이 어우러져 마지막 권을 덮을 때면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 같은 기분에 사로잡힌다.
모든 이야기가 그렇지만, 특히 『더 콩쿠르』는 스포일러 없이 완결까지 보는 것을 추천한다. 완결이 주는 메시지가 정말 강력하다. 연말에는 다음 해를 기다리는 기대감과 이렇게 올해도 떠나보낸다는 아쉬움 혹은 씁쓸함도 공존하는데, 『더 콩쿠르』의 마지막이 꼭 그런 느낌이다.
꿈을 가지고 있지만 때로는 현실의 벽에 가로막힐 때가 있다. 더 콩쿠르는 그런 이들에게 따뜻한 공감과 위로를 건넨다. 올해를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고, 노다메 칸타빌레, 피아노의 숲 등 일본 음악 만화를 즐겨 봤던 사람들이라면 정말 즐겁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만화책이 유치하고 애들만 보는 책, 혹은 마니아 층만 보는 책이라고 생각하는 독자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글이 아니라 그림으로 전달할 수 있는 매력이 있고, 여기에서 소개한 만화들은 특히 글을 읽을 기운도 없을 만큼 지친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다가오는 겨울은 얼어붙은 마음도 녹여줄 만큼 따뜻한 감성이 있는 만화책과 함께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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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예스24 서포터즈 11기)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