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다른 동식물과 구별되는 가장 분명한 이유는 사람이 가진 ‘마음’이다.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마음이 통하고, 마음에 들며, 마음에 차고, 마음을 삭이는 능력은 사람만이 할 수 있다. 그렇게 마음과 마음이 맞닿을 때 사랑은 단단히 뿌리내린다. 『내가 사랑을 말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의 권미림 저자는 이러한 마음으로 자신을 스쳐 지나가는 모든 것을 향해 손을 내밀며 살아가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그 대상이 나무든, 동물이든, 사람이든, 나라든 온전히 마음에 넣고 사랑할 것임을 책 속에 다짐하고 있다. 마음속 따뜻함을 담은 이 책을 통해 소중한 것들의 본래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며, 서로의 마음에 천천히 스며들어 가기를 바란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작가님의 첫 책인 『내가 사랑을 말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의 소개 및 책을 쓰게 되신 계기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안녕하세요, 만나게 돼서 기쁘고 반갑습니다. 『내가 사랑을 말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은 세상의 다채로운 사랑을 담은 책입니다. 연인 사이의 사랑이나 가족에 대한 사랑은 물론, 동네 꼬마나 손톱만 한 거미, 비둘기 같은 사소한 것들을 향한 사랑이기도 하지요. 더불어 용서에 대한 책이기도 합니다. 용서하고 용서받음이 주는 자유가 무엇인지 담아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쓸 때 책을 읽는 모두가 사랑과 용서에 익숙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어요. 그것으로 세상이 조금 더 따듯해지고, 책을 읽는 사람들의 마음에도 여유가 생기를 바라면서요. 저 역시도 글을 쓰는 내내 마음이 너그러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목차를 보면 작가님께서 정말 많은 것들을 사랑하신다고 느껴져요. 그중에서 작가님이 지금 가장 사랑하는 더불어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서른 살이 막 되었을 때, 대학생 때 꿈꾸던 모습과 현재의 제 모습이 참 많이 달라서 좌절했었어요. 뭔가 되게 멋지고 우아하고 커리어도 탄탄한 사람이 되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정작 제 모습은 여전히 잘 넘어지고 마음도 무르고 오히려 예전보다 더 많이 우는 사람이 되었더라고요. 물론 기대한 것만큼의 커리어도 아직이었고요. 어느 날은 너무 답답해서 저의 멘토를 찾아가 이렇게 여쭈었어요. “아무래도 저, 멋진 사람이 되기에는 너무 늦은 것 같아요.” 저의 물음에 멘토는 웃으시면서 이렇게 말씀해주셨어요. “이제 서른이지? 하나도 안 늦었어. 늦은 사람은 아무도 없어.”
제가 가장 사랑하는 이야기, 가장 전하고 싶은 말씀은 이거예요. 아직 아무도 늦지 않았어요. 누구라도 나를 기다려 준다면, 잘 자라도록, 조금 더 단단해지도록 기다려 주기만 한다면요. 그게 부모님이든, 친구들이든, 교수님이든, 상사든, 아니면 뭐라 정의 내릴 수 없는 관계지만 여전히 소중한 누군가가 있다면 늦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누군가의 기다림으로 제가 아직 자라고 있는 것처럼 저도 누군가를 기다려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책에는 그런 저의 바람이 담겨 있어요.
책의 내용을 보면 몇 구절에서의 시선이 따뜻하면서도 마음이 찡한 느낌이 드는데요. 작가님이 보셨을 때 가장 마음에 남는 구절은 어디인가요?
“사랑받을 수 없고 용서받을 수 없을 것 같아 무너지던 마음이 단단히 붙잡히는 순간, 그 찬란한 용서의 순간에 ‘아, 내가 아직 살아갈 수 있겠구나’ 싶다.”
용서에는 힘이 있잖아요. 부끄럽지만 저는 용서를 베푸는 입장보다는 대부분 용서받는 입장에 많이 섰어요. 자의든 실수든, 제가 저지른 나쁜 일들이 용서받는 순간은 제게는 말 그대로 찬란한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안도감과 자유로움, 그리고 뒤잇는 기쁨과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는 결심. 그런 것들은 우리를 아직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주는 힘이 되어주고요. 지금껏 많이 용서받고 살았으니, 앞으로는 누군가를 더 많이 용서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대부분 나 자신을 사랑하기도 힘들다고 하는데, 사소하고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것에도 사랑을 드리는 작가님의 마음 법을 알고 싶습니다.
느닷없이 찾아오는 불안감이나 우울감 때문에 많이 힘들었어요. 대부분 미래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찾아오는 안 좋은 마음이었지요. 그게 아니면 ‘나’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드는 마음들이었을 거예요. 어쨌든 저는 불안감과 우울감 앞에 지지 않고 이기고 싶었어요.
이기고 싶다는 마음을 먹은 후부터는 지금껏 누려온 것에 감사하는 법을 연습했어요. 또 내 주변에 있는 하찮고 작은 것들이나 너무 당연해서 소중함을 잊고 있었던 것들을 사랑하는 법도요. 그랬더니 세상에, 불안감이나 우울감이 옅어지는 거예요. 내 마음이 편안해졌으면 좋겠다는 굉장히 이기적인 이유로 시작한 일들이 세상을 조금 더 따듯하게 만들 수 있다니, 참 멋진 일이에요. 감사하고 사랑하는 일이 모두에게 익숙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처음 책을 출간하셨는데, 혹시 그 이후에 작가님의 출간계획이나 목표가 있으신가요?
앞으로 계속 글을 쓰고 싶어요. 글이 모일 때마다 책이 지어지면 너무 행복할 것 같고요! 사실 지금은 박완서 선생님의 단편 소설인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를 모티브로 한 글들을 쓰고 있어요. 세상에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면서요. 모든 사람 안에는 바람직한 부끄러움이 무엇인지, 우리가 마땅히 가져야 할 부끄러움이 무엇인지에 대한 공통의 기준이 있다고 생각해요. 바쁘고 빠르게 지나가는 삶 위에서 그것들을 모르는 척할 수밖에 없을 뿐이지요. 지금 쓰는 글들 역시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어, 결국 이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작가님께서 생각하시는 '사랑'의 의미 그리고 '사랑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제게 ‘사랑’은 삶이 끝날 때까지 이루어내야 할 ‘임무’입니다. 임무라는 말이 딱딱하게 느껴지지만, 어쨌든 사랑은 자연스러운 일은 아니잖아요.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에는 ‘자기희생’이 포함되고, ‘의지’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사랑은 고귀한 것 같아요. 본성을 꺾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 상대방의 무거운 짐을 대신 져주는 일, 내 것을 포기하고 손해 보는 일이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이 이토록 고귀하면서도 또 굉장히 어려운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사랑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삶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엔 수많은 존재가 함께 살아가고 있고, 그 존재들은 사랑으로 지탱되고 있습니다. 저도 그렇고, 독자님들도 그렇고요.
소중한 것들의 본래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고 싶은, 이 책을 읽는 독자분들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독자님은 독자님이시기에 유독 멋져요. 또 충분히 사랑받으실 만해요. 세상에 영원히 사랑받지 못하고 용서받지 못할 사람은 없어요. 가끔은 안달이 나고, 불안하거나 우울하기도 하겠지만 그 감정이 삶의 전부는 아니라는 걸 기억해주세요. 저는 독자님이 사랑하고 용서하는 그 찬란한 자유로움의 자리로 나오시길 바랍니다. 그것으로 평안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아, 그리고. 적어도 저는 당신을 기다리겠습니다. 다 자랄 때까지, 느긋한 마음으로 기다리겠습니다. 책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권미림 대학에서 신학과 심리학을 공부했다. “세상의 작은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나의 삶에서 사랑이 완성되기를 바라고, 용서가 쉬워지기를 바라고 있어요. 그 마음으로 매일 글을 씁니다.” 인스타그램 @write.new 브런치 @kwon-moll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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