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주말에도 집에서 지내는 일상에 익숙해지셨나요? 휴식 시간은 많아졌지만 막상 무엇을 하며 보내야 할지 몰라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진 않으신가요? 넷플릭스도, 왓챠도, SNS도 지겨워질 무렵 책을 찾게 됩니다. 그리고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몰라 고민될 때 주변에 물어봅니다.
“요즘 읽을 만한 책 없어?”
서점 직원인 저는 지인에게 책을 추천해야 할 때, 제가 읽은 책을 추천하기도 하지만 정말 믿을 만한 누군가가 추천한 책을 추천하고 싶어 합니다. 오늘은 그런 책을 골라봤습니다. 세 권의 책이 모두 다른 주제의 책이지만 이분들이 추천했기에 여러분에게도 적극 추천합니다.
김영하 추천
모드 쥘리앵 저 | 복복서가
우선 이 책은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의 책입니다. 김영하 작가는 한 해외 도서 사이트에서 우연히 접한 리뷰를 보고 이 책을 읽게 되었다고 합니다. 흡입력 있는 이야기와 마음을 사로잡은 문장들에 푹 빠져 이 책을 국내에 꼭 소개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가족에 의해 세상과 단절되었으나 삶에의 의지를 잃지 않고 끝끝내 자유를 향해 나아간 자신의 삶을 담은 모드 쥘리앵의 실화입니다. 그는 고통스러운 상황을 담담하고 시적인, 강한 힘을 지닌 문장에 담아냈습니다. 숨겨진 보석 같은 책을 발견한 소설가의 안목, 세심하게 번역에 힘쓴 번역가의 노력으로 이 책이 국내 독자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어떤 출구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철저히 혼자가 되어 갇혀 있다고 느끼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김영하(소설가)
김소연 추천
『명랑한 은둔자』 캐롤라인 냅 저/김명남 역 | 바다출판사
캐럴라인 냅은 마흔 두 살의 나이에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 책은 그의 유고 에세이입니다. 캐럴라인 냅은 혼자 살고, 혼자 일했고, 가족과 친구와 개와 소중한 관계를 맺으며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삶을 살고자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일찍이 중독에 빠진 적도 있었는데 그 경험은 자신의 연약함 조차도 그대로 받아들이게 했습니다. 누구보다 용감하고 명랑하게 외로움과 맞서고 자유로웠던 그의 삶에 대해 김소연 시인은 이렇게 얘기합니다. “캐럴라인은 내 친구 같고 내 자신 같다.” 여러분도 만나게 될 것 입니다. 내 친구같은, 그리고 나와 같은 캐럴라인 냅을요.
“캐럴라인은 내 친구 같고 내 자신 같다. 아마 당신도 그럴 것 같다. 당신이 혼자 있기를 좋아하고, 수줍음이 많고, 가족에 대한 불가해한 죄책감이 어렴풋이 있고, 우정을 존중하고, 최소한의 친구들과 깊은 우정을 특히나 좋아하고, 자신의 어두운 면과 과잉된 면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그걸 잘 다스릴 수 있게 되기까지 방기와 고투를 반복해왔다면. 가끔은 자신이 정말로 미친 것은 아닐까 흠칫 놀라고, 평범함을 지극히 사랑하고, 이 세계에서 일어나는 온갖 사건들에 자기 경험을 겹쳐두고 생각해본 적이 있다면. 누가 알아주든 아니든, 자신이 명랑한 사람임을 잊지 않고 있다면. 이토록 명랑한 사람의 마지막 저서 속에서 나는 실컷 웃었다. 웃고 나서야 알았다. 캐럴라인에게 내가 강렬한 우정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누군가의 인생은 그 자체로 우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김소연(시인)
장강명 / 정세랑 / 김혼비 추천
『여행준비의 기술』 박재영 저 | 글항아리
여행에 대한 그리움이 그 어느 때 보다 큰 요즘입니다. 여행 준비의 기술. 그냥 여행 이야기를 풀어놓은 에세이겠지 했던 이 책을 먼저 눈에 띄게 했던 건 이분들의 추천 때문이었습니다. 장강명, 정세랑, 김혼비. 사실 이분들이 추천하는 책이라면 뭐든 읽고 싶은 요즘입니다. 박재영 작가는 현재 책팟캐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의사이기도 하고, 청년의사라는 언론의 편집주간이기도 하구요. 조금 특이한 이력인 듯한 그가 좋아하는 것 중에 하나가 여행준비라고 합니다. 그래서 일까요. 이 책은 일반 여행책과는 다릅니다. 저자가 소개하는 여행의 기술은 생각했던 것과는 아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장강명 소설가는 이 책을 이렇게 추천합니다. “무척 유용하다. 그리고 대단히 재미있다.” 읽다 보면 이 추천이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추천이란 걸 알게 되실 겁니다.
“제목이 점잖아서 점잖은 여행 책인 줄 알았는데 유쾌한 웃음으로 가득한 책이다. 꼭 여행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딴짓과 딴생각에 쉽게 빠지는 사람이라면 이 책의 꼭 맞는 독자다.”
정세랑(소설가)
“‘여행준비의 기술’이라니, 여행준비에 무슨 기술이 필요하단 말인가, 처음에는 그렇게 고개를 갸웃거렸더랬다. 그런데 읽으며 마음이 서서히 바뀌었다. 준비 없이 가는 여행은 음식을 맛보지 않고 삼키는 거나 마찬가지로 어리석은 일이라 믿게 됐다.”
장강명(소설가)
“여행 한 번 못 간 올해가 될 줄 알았는데, 여행 중인 올해가 되었다. 웃긴데 눈물이 나고 슬픈데 웃음이 나는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랬다.”
김혼비(에세이스트)
마지막으로 아직도 어떤 책을 읽을지 몰라 고민하는 분들을 위해 한 권을 덤으로 소개하고 싶습니다.
『실례지만, 이 책이 시급합니다』 이수은 저 | 민음사
외국문학 편집자로 20년 넘게 일해온 편집자이자 번역가, 작가인 이수은의 독서 에세이입니다. 직접 책을 만들며 열혈 독자로 읽은 수많은 책들 중 52권의 책을 소개합니다. 정말 이 책이 필요한 위급한 순간을 유머러스하게 포착하여 설명해주는데 웃지 않고 넘어갈 수가 없습니다. 고전을 딱딱한 필독서로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게 절실한 순간, 예를 들면 사표 쓰기 전에, 통장 잔고가 바닥났을 때, 금요일인데 약속이 없을 때, 다음 연애는 망하고 싶지 않을 때 읽을 책들을 아주 유익하게 골라줍니다. 지금 당장 읽지 않더라도 이런 순간에 내가 읽을 책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을 줄 겁니다.
아, 필연인지 모르겠지만 이 책도 장강명, 정세랑 소설가가 추천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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