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좋아하시나요? 유년 시절 매일 읽었던 만화가 어른이 되고 나서는 1년에 몇 권 정도로 줄어들지 않았나요? 우리가 어렸을 때 읽었던 추억의 만화도 여전히 사랑받고 있습니다. 거기에 요즘 만화들은 좀 더 다양하고 특별한 주제를 다루기도 합니다. 다양성 만화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데요.
다양성 만화는 환상과 모험의 세계로 상상을 만들었던 기존의 만화와 다르게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을 좀 더 내밀하고 세심하게 그려냅니다. 여러 문장보다 한 장의 만화 컷이 더 깊은 잔상으로 남기도 하지요.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요즘 만화를 소개합니다.
『자리』 (김소희 글그림 | 만만한책방)
자전적 성장 만화 『반달』로 주목을 받았던 김소희 작가의 신작입니다. 이번에도 자전적 느낌이 물씬 나는데요. ‘이사’를 매개로 송이와 순이라는 두 에술가 지망생 이야기를 다루는데요. 엣날에 목욕탕이었던 방부터 시작해서 무허가 방까지 그들이 살았던 ‘자리’로 등장합니다. 그리고 그 자리들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있었던 이야기들이 펼쳐지죠. 타지에서 자취를 했던 분들이라면 모두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는 만화입니다. 허름한 집을 전전하면서도 꿈만은 포기하지 않는 두 청춘의 역사가 잔잔하게 펼쳐집니다.
『진, 진』 (이동은 글/정이용 그림 | 창비)
20대의 진아, 40대의 수진이 옴니버스 형식으로 자신들의 삶을 풀어나가는 만화, 『진, 진』입니다.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며 살아가고 있는 두 여성은 각자의 고민들로 뜨겁게 오늘을 살아갑니다. 아버지의 죽음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20대 진아는 고시원에서 힘들게 살면서 고독사, 로드킬 등 갑작스러운 죽음들을 일상에서 목격합니다. 40대 수진은 청춘을 바쳐가며 어렵게 살았지만, 갑작스러운 임신과 아들의 사고를 마주하게 됩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고난 속에서도 그들의 삶이 변하진 않습니다. 다만 버틸 뿐이죠. 현실을 견디며 나아가는 두 주인공의 단단한 모습을 보며, 마음이 뭉클해집니다.
『부부소소사』 (홍연식 글그림 | 사계절)
2012년 『불편하고 행복하게』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던 만화를 기억하시나요? 이번에 『부부소소사』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옷을 갈아입어 재출간 되었습니다! 시끄럽고 복잡한 서울에 살다가, 우연한 계기로 경기도의 산속에 있는 마당 딸린 집으로 이사 가게 되는 부부. 조용하고 넓지만 그만큼 적적하고 낯선 시골 생활이 이어지죠.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를 의지하고 응원하며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소소한 기쁨들을 그려냈습니다. 귀농을 꿈꾸는 분들이라면 꼭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디담, 브장 글그림 | 교양인
2014년에 첫 공론화 되었던 만화계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가 직접 그리고 쓴 자전적 작품입니다. 만화가를 꿈꾸며 유명 웹툰 작가의 문화생으로 들어간 현지가 겪은 위계적 폭력과 법정 싸움의 기록을 담았습니다. 작가는 자신이 겪고 이겨낸 가슴 아픈 사연을 혹시 다른 피해자들의 트라우마를 자극하지 않을까 끊임없이 고민했다고 합니다. 만화를 읽으며 그 주저하는 마음이 와닿기도 해 순간순간 아팠습니다. 시간이 흐른 뒤, 그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여전히 피해자가 ‘이 자리’에 있다고 고백하는 이 만화를 뜨겁게 응원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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