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역사가 필요해』는 가깝게는 개인의 자기계발을 말하지만 멀리 보면 철학을 이야기한다. 우리가 역사 속 인물들에게서 배워야 할 것은 처세뿐 아니라 삶의 가치와 신념의 기준이다. 불확실의 시대에 왜 역사를 배워야 하는지, 바로 이 책이 가르쳐 준다. 이 책은 정치적, 이념적 갈등이 심한 사회 속에서 진정한 보수주의자 김병로의 삶을 돌아본다. 권력이든 돈이든 그 어떤 회유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신념을 지켜나가는 올곧은 삶이었다. 어떤 선택을 해도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흥선대원군이 걸어간 길을 살펴본다. 열강들의 힘이 소용돌이치는 구한말, 그의 선택은 어떤 비난을 받았고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까. 그 모습을 보며 우리는 어떤 가치를 배우고 지켜나가야 하는가.
작가님과 책 소개 부탁드립니다.
대학시절 국사를 전공했던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이 책은 제 어린 아들이 살아갈 인생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처음 쓰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저처럼 자신의 삶을 꿋꿋이 살아내고 있는 모든 분들, 특히 청년들에게 위로가 되는 역사 이야기를 가득 담은 책입니다. 위인들 하면 뭔가 대단해 보이기만 하지만, 사실 그들도 우리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살았던 사람들이었어요. 그렇기에 그들의 인생 속에는 현재의 우리에게도 조언이 될만한 팁들이 참 많습니다. 훌륭한 카운슬러인 위인들로부터 인생상담을 받을 수 있는 책입니다.
직장인이시면서 이렇게 역사 책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대학 시절 역사학자가 되고 싶었지만 가정 형편이 안 좋아지면서 취업으로 진로를 바꾸었습니다. 10년 정도 열심히 직장생활을 했지만 저에겐 항상 근원적인 두려움이 있었어요. 명예퇴직후 어려움을 겪으시던 아버지 기억이 너무 생생했거든요. 무엇을 좋아하고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결론은 역사와 글쓰기였어요. 그렇게 역사책을 써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나 같은 평범한 직장인이 감히 역사책을 쓸 수 있을까 망설였지만 멘토였던 선생님께서 ‘지금은 평범한 사람들이 책을 쓰는 시대’라며 격려해주신 덕분에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평범한 사람의 관점으로 해석한 역사책은, 저처럼 평범한 사람만 쓸 수 있는 것이니까요. 앞으로도 평범한 사람들의 고민을 역사라는 그릇에 담은 책을 많이 쓰고 싶습니다.
‘인생의 멘토로 삼고 있거나 좋아하는 역사 속 인물이 있나요?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제 첫번째 책 『조선 직장인 열전』과 이번 책 『그래서 역사가 필요해』 에 모두 등장한 딱 한 분, 김육이라는 분인데요, 말그대로 흙수저였어요. 성균관에 입학했고, 거기서도 수석을 할만큼 뛰어났죠. 지금으로 치면 서울대 전체 수석? 하지만 아무런 끈도 없고 소속 당파도 집권당이 아니었죠. 그는 과거에서 계속 떨어지는데 권력층의 인맥들은 부정합격하는 꼴을 지켜보아야 했습니다. 결국 짐을 싸고 성균관을 나와 가난한 농부로 살아갑니다. 얼마나 화가 났을까요. 저 같으면 울분으로 가득차고 화병에 걸렸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김육이 한 일은 책을 계속 읽는 것이었습니다. 낮에는 밭을 갈고, 밤에는 책을 읽어요. 12살 때 『소학(小學)』이라는 책을 읽다가 “보잘것없는 관직에 있는 선비라도 진실로 사람을 사랑하는 데 뜻을 둔다면 반드시 다른 이들을 구제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라는 구절에 감동한 적이 있대요. 현실은 비록 보잘것없는 관직조차 오르는데 실패했지만 백성을 위해 살겠다는 꿈은 잃지 않았죠. 결국 인조반정으로 광해군과 북인정권이 몰락한 후 기회가 옵니다. 농부로 살면서 백성들의 어려움을 잘 알았기에 그 유명한 ‘대동법’ 확대 시행에 큰 기여를 하고 역사에 이름을 남겨요. 끝까지 꿈을 잃지 않았던 김육, 참 멋지지 않나요?
역사라고 하면 조금은 딱딱하고,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 것 같은데요. 어떤 식으로 역사 공부를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요?
역사가 딱딱하고 재미없다고 생각하게 된 이유는 역시 주입식 교육의 부작용이 아닐까 싶어요. 동학농민운동이 몇 년도에 발생했다느니 그런 것만 줄줄 외우게 하니까 재미가 없는거죠. “옛날 옛적에~”라며 시작하는 전래동화처럼, 역사도 옛날 옛적에 있었던 재미있는 이야기라 생각하면 좀더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동학농민운동을 생각하며 그때 참여했던 농민들의 삶과 그들이 살았던 시대는 어땠을까, 만약 내가 그때 살았다면 어떤 마음이었을까 그런 상상을 해보며 공부해 본다면 역사가 훨씬 재밌게 느껴질 겁니다.
학교 다닐 때 유적지 관람을 많이 하는데 설명도 제대로 안 읽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작가님은 어떤 식으로 관람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앞에서 드린 답변과 약간 상통하는 이야기인데요, 유적지나 유물들은 그 시절을 살았던 사람들의 흔적이잖아요. 그 유적지에 살았던 사람들, 그 유물을 사용했던 사람들을 상상해 보면서 관람하면 훨씬 깊이 와닿습니다. 빗살무늬토기를 보면서 신석기시대 사람들이 열심히 모은 음식을 저장해 놓고 가족들과 나눠 먹는 장면을 상상해보세요. 삼국시대 갑옷을 보면서 그 갑옷을 입고 전쟁에 나선 군사들이 느꼈을 두려운 감정도 떠올려보세요. 그런 생각을 해보면 결국 한가지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아, 그들도 나와 다르지 않은 사람들이었겠구나 라는 것 말이죠. 역사에 대한 이해는 거기서부터 출발한다고 생각해요.
역사가 중요하다는 건 알지만, 왜 역사 공부가 필요한지, 역사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을 잘 하지 않는 것 같아요. 우리가 왜 역사를 알아야 하는지 그 효용에 대해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역사를 알아야 하는 이유는 무척 많지만 민족의 미래 같은 다소 거창한 얘기보다는, 우선 내가 인생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배워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제 책에서는 서장에 5가지로 정리를 했는데요, 그중 하나만 말씀드리면, 역사는 우리가 선택을 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입니다. 선택은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으로서 권리이자 피할 수 없는 숙명이죠. 역사속에 등장한 인물들도 수많은 선택을 해야 했고, 그 선택의 결과가 역사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그 선택과 결과를 잘 보고, 나에게 필요한 것들만 잘 간추려서 배우면 됩니다. 역사로부터 내 삶에 도움이 되는 교훈을 얻는거에요.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을 독자분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삶의 불확실성이 점점 더 커져만 가는 이 시대에 특히 돈에 더 많은 관심이 가는 건 어찌보면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은 자신의 내면에서 얻어야 합니다. 김만덕은 자신의 모든 한계를 극복하고 사업가로서 크게 성공합니다. 엄청난 부자가 되죠. 하지만 그는 성공의 기준을 돈에 두지 않았습니다. 제주도민 3분의 1이 굶어 죽는 대흉년이 들었을 때 자신의 전재산을 모두 팔아 도민들을 살리는데 쓰거든요. 그리고 마침내 금강산 유람의 꿈을 이룹니다. 그는 돈을 많이 벌었기 때문이 아니라, 금강산 유람이라는 꿈을 꾸는 사람이었고 그것을 이루었기에 성공한 인생이 된 것입니다. 여러분도 성공을 남들이 정한 기준이 아닌 자신만의 꿈을 꾸시고 마침내 이루시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신동욱 서울대학교에서 국사학과 경제학을 전공했다. 대학 시절 역사학도의 길을 심각히 고민했으나 취업으로 방향을 정했다. 삼성 입사 후 현재는 네이버 계열사에서 직장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여전히 역사를 무척 사랑하는 직장인이다. 틈틈이 역사 공부하며 깨달음을 얻고 글로 옮기는 것을 인생의 즐거움으로 삼고 있다. 《그래서 역사가 필요해》는 저자의 어린 아들이 헤쳐 나가게 될 인생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처음 구상되었다. 하지만 글을 쓰는 동안은 지금도 자신의 인생을 책임지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평범한 직장인이 평범한 눈으로 바라보고 해석한 이 역사책은, 먹고 살기도 바쁜 우리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왜 역사가 필요한지 알려주는 책이다. 역사 속 위대했던, 혹 때로는 찌질하기도 했던 인물들이 들려주는 역사 이야기는 우리의 인생을 헤쳐 나가는데 실질적이고 쓸모 있는 도움을 줄 것이다. 지은 책으로는 《조선 직장인 열전》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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