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준 “물리학으로 나의 존재를 생각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이 과학자가 될 필요도, 물리학자가 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약간의 노력만 하면 누구나 과학과 물리학을 ‘즐길’ 수 있어요.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1.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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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라면 한 번쯤 묻게 되는 질문이 있다. 밤하늘을 보다가 문득 ‘나는 누구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고, 앞날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불안한 마음에 ‘미래를 알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을까?’ 생각하기도 한다. 이토록 철학적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이번엔 물리학에서 찾아보자. 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 김범준 교수는 새 책『내가 누구인지 뉴턴에게 물었다』에서 물리학 법칙을 통해 삶의 의미를 발견한다. 우주의 크기, 원자의 특성, 에너지의 상호작용 등 과학을 탐구하다 보면 자기 자신의 가치와 삶의 의미를 조금은 깨달을 수 있다. 그동안 물리학을 ‘어렵고 복잡한 수식과 공식’이라는 틀에서 바라보며 친해지지 못했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과학이라는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는 재미있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내가 누구인지 뉴턴에게 물었다』를 집필하신 이유를 간단하게 듣고 싶습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무슨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으셨나요?

많은 분이 물리학이 우리 삶과 많이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고 싶어요. 물리학을 통해서도 내가 어떤 존재인지를, 이 광막한 우주 속 티끌같이 작은 인간의 소중함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물리학의 시선으로 바라본 나, 우리, 관계, 그리고 인간의 미래를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표지를 보니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물리학자’라는 수식어가 있던데요. 인터뷰에서 종종 ‘나는 행복한 물리학자’라고 말씀하신 기억이 납니다. 물리학을 연구하시면서 행복하고 따뜻함을 느끼는 순간이 언제인가요?

매일 행복하다고 생각해요. 물리학자뿐 아니라 많은 과학자가 마찬가지일 겁니다. TV 드라마도 간혹 재밌게 보는데요. 다음 주에도 이번 주처럼 재밌을지는 사실 미리 알 수 없잖아요. 그런데, 과학은 다음 주가 이번 주보다, 속편이 전편보다 확실히 더 재밌을 수밖에 없어요. 새로 알게 되는 것이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으니까요. 이번 시즌이 지난 시즌보다 더 재밌는 TV 드라마의 에피소드가 영원히 끝없이 이어지는 느낌이죠. 모든 것을 알게 되어 시즌이 끝나는 미래가 결코 올 수 없다는 것은 잘 알아요. 하지만, 매일 연구를 이어가면서 어제 몰랐던 것을 오늘 새로 알게 되는 기쁨을 계속 이어갈 수 있어서 무척 행복합니다. 

서문에서 ‘우리 바깥 공간의 대부분은 허공’이라고 하셨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과 우리 몸을 이루는 원자가 궁금해집니다. 

우리 인간의 몸도 결국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원자는 정말 텅텅 비어있어요. 가운데의 원자핵을 태양의 크기로 생각하면, 원자핵에서 전자까지의 거리는 명왕성보다도 훨씬 더 멀거든요. 그리고 둘 사이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는 허공입니다. 우리 몸의 밖을 봐도 마찬가지죠.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다른 별까지 가려면 인류가 만든 가장 빠른 우주선을 타고 가도 수만 년이 걸리는데, 그 사이에는 스스로 빛을 내 반짝이는 별이 하나도 없는 거죠. 우리의 밖도, 그리고 우리의 안도 모두 다 허공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죠. 허공 같은 원자가 모여 이뤄진 두 사람이 텅텅 빈 거나 다름없는 우주에서 서로 만난다고 생각하면, 정말 짜릿한 느낌입니다. 모든 만남이 정말 소중한 인연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F=ma’ 뉴턴의 운동방정식으로 서로에게 천천히 작용하는 관계의 의미를 이끌어내신 게 인상 깊었습니다. 운동방정식으로 알 수 있는 관계의 의미, 다시 한번 정리해주실 수 있을까요? 

이런 얘기가 물리학자들은 과도한 비유라고 비판할 것 같아 좀 걱정이긴 합니다. F=ma를 가지고 우리 삶에서 일어나는 일을 생각해봤어요. 지구와 사과 사이에 작용하는 힘은 양방향 똑같은 크기입니다. 그런데 지구가 사과를 향해 떨어지지 않고, 사과가 지구를 향해 떨어지는 것은 두 물체의 질량이 정말 크게 다르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이 만났을 때, 둘 중 한 사람이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것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해봤어요.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잠 못 드는 시인 같은 예민한 감수성이 우리 모두의 삶에도 중요하지 않을까요? 다른 이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도록, 마음의 질량을 줄여 작은 일에도 크게 흔들릴 수 있는 마음을 모든 이가 가진 세상을 꿈꿉니다. 

물리학자의 눈으로 보는 일상은 어떤가요?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하는 것이 있어요. 물리학자도 다 똑같은 사람입니다. 다른 모든 사람과 똑같이 파란 가을 하늘을 보며 멋진 색감에 감탄하고, 예쁘게 피어난 봄꽃 한 송이에 감격하기도 해요. 하지만, 물리학자는 세상을 보며 감탄할 수 있는 또 다른 눈도 가진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알고 보면 더 멋있고 재밌는 것이 우리 주변에 정말 많거든요. 다른 물리학자들과 와인을 마신 적이 있어요. 와인 잔을 가볍게 잡고 테이블 위에서 빙글빙글 돌리면 왜 한쪽으로 와인 잔이 회전하는지, 와인 잔을 돌리면 와인과 공기와의 접촉 면적이 어떻게 변하는지, 와인의 눈물이라는 현상은 왜 생기는지, 이런 얘기를 한두 시간 계속 재밌게 이어갔어요. 저랑 그때 자리를 함께한 물리학자들은 모두 재밌었어요. 궁금하죠? 재밌지 않나요?

우리에게 과학은 ‘넘사벽’과도 같은 존재이지요. 그중에서도 물리학은 수식과 공식의 집합처럼 느껴져 멀리하게 되는데요. 과학이 어려운 독자에게 이 책이 어떤 도움이 될까요?

저는 모든 사람이 과학자가 될 필요도, 물리학자가 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약간의 노력을 하면 과학과 물리학을 즐길 수는 있어요. 마치, 음악을 작곡하지 못하는 제가 음악을 즐기는 것처럼 말이죠. 위대한 물리학자가 작곡한 곡을 이리저리 약간 다르게 연주해보는 연주자가 저 같은 평범한 물리학자라면, 물리학자가 아닌 분들은 음악을 감상하는 분들이죠. 저는 작곡도 연주도 못 하지만 음악은 즐겨 듣습니다. 이처럼, 우리 사회의 많은 분들이 과학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어요. 곡을 연주할 수 있는 사람은 저처럼 악기를 전혀 못 다루는 저 같은 사람보다 음악을 더 즐길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마찬가지로, 과학에 관심을 가진 분이 나름의 과학적 방법으로 주변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할 수 있다면 과학을 더 즐길 수 있지 않을까요?



현대물리학은 어떤 수준까지 발전했나요?

제가 물리학 전체를 조망할 만한 입장은 아닌 것 같지만, 모든 세대의 물리학처럼, 당연히 과거보다는 더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직 모르는 것도 더 늘어난 것 같아요. 우주를 구성하는 근본 입자가 무엇인지, 그리고 이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에 대해서 과거와 비교하면 많은 것을 알고 있어요.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아주 멀죠. 여전히 암흑물질이나 암흑에너지에 대해서는 새로 알아내야 할 것이 많다고 하더군요. 제가 속한 통계물리학 분야에서는, 과거에는 어떻게 할지 도무지 몰라서 연구하지 못했던 비평형상태의 통계역학이 현재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요. 또, 많은 구성요소로 이루어진 현실의 복잡계를 이해하는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비평형 통계역학과 복잡계 연구가 한동안 통계물리학에서 연구의 주된 방향이 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김범준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물리학자.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스웨덴 우메오대학교와 아주대학교를 거쳐 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통계물리학을 전공했고,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현상에 대한 궁금증에서 출발해 현실의 빅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복잡계 과학의 다양한 방법을 적용해 설명하고 이해하는 연구를 한다. 지은 책으로는 『세상물정의 물리학』 『관계의 과학』 『김범준 선생님이 들려주는 빅데이터와 물리학』 등이 있고, 함께 쓴 책으로는 『과학 산책, 자연과학의 변주곡』 『도대체 과학』 『과학자를 울린 과학책』 『과학은 논쟁이다』 등이 있다.




내가 누구인지 뉴턴에게 물었다
내가 누구인지 뉴턴에게 물었다
김범준 저
21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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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