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운동을 시작하기에 너무 늦었다고 생각한다면, 나이가 많아서, 갱년기라서, 체중이 많이 나가서, 운동을 머뭇거리고 있다면 이 책 『이왕 시작한 거 딱, 100일만 달려 볼게요』를 보라. 50세에 받은 박사 학위, 새로운 시작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코로나는 깨알같이 채워져 있던 스케줄 표를 곧 백지로 만들어버렸다. 거기다가 닥쳐온 갱년기. 거울 속 모습은 어느새 흰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의 모습이 되어 있었다. 무작정 시작한 새벽 달리기, 이선우 저자는 어떻게 100일 동안 총 1180.95km를 달릴 수 있었을까?
안녕하세요, 작가님. 이 책은 100일 동안 매일 새벽 5시 반에 10km를 달린 경험을 담은 책인데요. 어떤 계기로 이와 같은 도전을 시작하신 건지 궁금합니다.
가장 큰 계기가 되었던 건 코로나19였습니다. 갑자기 멈춘 일상이 나를 돌아 보게 만들었지요. 바쁨을 입에 달고 살았는데 일이 없어지고 사람도 만날 수 없는 상황에서 중년의 나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태생이 부지런하고 성실한 줄 알았는데 점점 게을러지더니 무기력을 넘어 우울까지 넘나드는 시간을 보내고 있더라고요. 더 이상 아침에 일찍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은 막막함이 들었습니다. 그때 마라톤 하던 선배가 매일 새벽 달리기를 제안했습니다. 달리기를 시작한 지 1년쯤 되었으니 막 달리기에 재미를 붙이고 있던 때라 나도 해보고 싶었나 봅니다. “한번 달려 볼래요.” 그 말에 바로 대답을 했지요. 좋은 습관 하나 만들어 보자 싶은 마음에서요.
갱년기와 무릎 관절염 등, 여러 가지 악조건 속에서 100일 달리기를 해낼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절박함, 그걸 그렇게 표현해도 될지 모르지만 뭔가 앞이 보이지 않는 막막한 시간 속에서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은 거죠. 목표였던 것 같아요. 처음엔 10일이었고, 그것이 30일에서 100일로 늘어났지만 한번 해보자. 매일이 힘들었지만 달리고 나면 뭔가 내가 의미 있는 일을 해낸 것 같은 뿌듯함도 있었어요. 목표와 절박함이 있으니 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다양한 운동 중에서도 달리기만의 매력이 궁금합니다.
저도 달리면서 이 힘든 걸 왜 하나 매번 생각합니다. 그런데 힘든 걸 또 하는 걸 보면 달리기만의 매력이 존재하는 것 같아요. 달리기의 가장 큰 매력은 끝나고 났을 때의 기분입니다. 성취감이죠. 힘든 걸 해냈을 때의 성취감이 더 큰 거 아시죠. 그 성취감이 하늘을 나는 기분을 만들어 주는 것 같아요.
두 번째는 체력이 좋아진다는 거죠. 달리기는 시작하며 끝날 때까지 쉬지를 못해요. 처음엔 반환점에 가면 조금 쉬는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반환점에서도 쉬지 않고 계속 달려야 하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체력이 늘었어요. 등산이나 골프, 자전거도 가다가 힘들면 쉬고, 먹고 마시고가 자연스러운데 달리기는 목표한 거리까지는 모두 달려야 하니 자연히 체력이 좋아질 수밖에 없더라고요.
그리고 세 번째는 인생을 배운다는 거요. 달리기는 고독한 운동이라고 하잖아요. 세상 어디에서도 그런 고독을 맛볼 수 없지요. 모두 혼자 해내야 하니까요. 그러면서 인생을 배우는 것 같아요. 스스로 질문하고 대답하면서 그러다 무아의 자신을 만나기도 하면서 끝까지 내 두 발로 달려가는 것, 우리의 인생과 닮은 점이죠.
달리기를 하면서 마주한 가장 힘든 순간과 가장 기쁜 순간이 있다면요?
가장 힘든 순간은 처음 달리기 시작하는 그 순간이요. 누구는 신발 신을 때가 가장 힘들다는데 전 처음 스타트하는 그 순간이 가장 힘든 것 같아요. 몸도 안 풀리고 이걸 내가 할 수 있을까 겁도 나거든요. 그런데 한 3km 이상 달려가면 그때부터는 어떻게든 달려갈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가장 기쁜 순간은 달리고 나서 샤워하고 난 그 순간이요. 물 한 바가지 뒤집어쓰고 땀을 씻어내고 나면 세상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는 만족감을 느낍니다. 그 기분 때문에 또 달리는 것 같아요.
달리기를 시작하고 싶은 초보자들에게 줄 수 있는 팁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제가 50이 넘어 남들이 다 말리는 나이에 달리기를 시작했잖아요. 몸무게도 많이 나가고, 저도 늘 무릎이 걱정입니다. 관절염까지 앓았었으니까요. 그래서 처음 1년은 피트니스를 했어요. PT를 체계적으로 받으며 무릎이 덜 아파졌지요. 그래서 처음 시작할 때는 자신의 몸 상태를 체크해 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욕심내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선배들의 말을 들어보면 마라톤의 부상은 거의 기록을 단축하려는 욕심에서 생기는 것 같더라고요. 빨리 달리겠다는 욕심이 없다면 걷기부터 시작해 달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처음엔 걷기 시작하다가 가로등 한 칸 정도 달리고, 그게 익숙해지면 하나둘 더 늘려가는 거죠. 그리고 저처럼 클럽에 가입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추천합니다. 잘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 가면 체계적으로 배우게 되니까요.
100일 달리기 도전은 끝이 났는데요. 앞으로도 계속 달리기를 하실 건지 궁금합니다.
당연하지요. 전 달리는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 빨리 멀리가 아니더라도 건강을 위한 달리기를 하고 싶습니다. 천천히 오래도록이요.
100일 달리기 외에 또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제가 무모한 도전을 좋아하나 봅니다. 책의 말미에도 말했지만 미국 서부트레일 100마일 달리기 그곳에 한번 가보고 싶어요. 기회가 되어 달릴 수 있다면 가장 좋고요. 그도 아니면 자원봉사자로라도 가보고 싶습니다. 그런데 책이 곧 출판된다는 소리를 듣고 3월 28일에 혼자 풀코스를 달렸거든요. 그때 든 생각이 이왕 달리기 시작한 거 100km 울트라 마라톤 한번 달려보자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매년 10월에 열리는 영동 울트라 마라톤, 그곳에 가면 도마령이라는 고개가 있는데 그곳을 지나는 시간이 한밤중이래요. 그때 하늘에 별이 쏟아진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그래서 도마령에 별 보러 한번 가고 싶어요.
*이선우 20세, 남들은 대학에 들어갈 때 여군이 되었다. 5년 5개월의 군 생활을 마치고 레크리에이션 강사로 일하다가 방송통신대를 시작으로 명지대학교 평생교육학, 고려대학교 대학원 여가학 스포츠산업정보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런앤런’ 대표, 명지대학교 통합치료대학원 객원 교수, ‘행복한 사람들 웃음 봉사단’ 단장으로 활동 중이다. 이 책은 50세의 늦은 나이에 박사 학위를 받고 인생의 황금기를 보내려던 찰나, 갱년기와 코로나19라는 내적 외적 난관을 직격으로 맞은 후 좋은 습관 만들기를 위해 시작한 100일 달리기 프로젝트에 대한 글이다. 당시 저자는 40대부터 시작한 석사와 박사 학위 과정을 밟느라 체력이 고갈된 상태였던 데다 갑자기 찾아온 갱년기로 무기력, 우울함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달리기는 저자에게 무기력과 우울함을 넘어 강인한 체력과 다시 꿈꿀 수 있는 제2의 전성기를 선물했다. 이 책을 통해 운동을 통한 건강한 삶이 주는 활력과 저력, 자신에게 부여한 삶의 의미가 희망을 안겨 준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면 한다. 아울러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기를, 은퇴 후에 다가올 여가의 홍수를 대비할 수 있기를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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