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덮친 코로나19가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어쩔 수 없이 사람을 피해야 하고, 옆 사람을 감시하는 상황이 1년 넘게 이어지면서 사람들의 피로감도 늘어가고 있다. 이웃을 보듬기보단 피하게 된 거리두기 시대, 사람들은 마음속 깊이 옛 이웃들의 따뜻한 정을 그리워하고 있다.
430만 부 베스트셀러 『연탄길』 이철환 작가가 오랜 시간 끝에 세상에 내보인 소설 『어둠 속에서도 바다는 푸르다』는 이 ‘거리두기 시대’를 맞이해 잊고 있던 인간애를 되찾게 하는, 코로나 시대에 꼭 읽어야 하는 소설이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면서도 결코 포기하거나 좌절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자칫 무겁고 쓸쓸할 수 있는 이야기임에도 책을 덮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은, 담담하고 경쾌하게 그려낸 희망 때문일 것이다. ‘인간에 대한 믿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이철환 작가와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출간 전부터 소식을 궁금해하는 독자분들이 많았어요. 많은 분들이 기억하고 계실 『연탄길』의 한 장면이 이 작품의 출발점이 되었는데요, 이 이야기는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나요? 처음 작품을 구상하게 된 계기 등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연탄길』에 실린 한 꼭지로 장편소설을 써보고 싶었습니다. 유난히 마음이 가는 꼭지였습니다. 물론 그 꼭지는 이번 소설의 한 줄기일 뿐입니다. 이야기 전개도 판이하게 다르고요. 세상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습니다. 불신도 깊어지고 불안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혼돈으로 가득한 세상을 향해 인간에 대한 믿음과 희망을 노래하고 싶었습니다.
굉장히 오랜 기간을 들여 『어둠 속에서도 바다는 푸르다』를 집필하셨다고 들었어요. 혹시 집필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또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집필하셨나요?
서사로만 기억되는 소설은 진부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사와 함께 인류의 지성사를 담을 수 있다면 독자들에게 더 유익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서사와 인류의 지성사를 조화롭게 쓰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오랜 시간을 기다리며 공부해야 겨우 얻을 수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이 책을 돋보이게 하는 포인트 중 하나는 작가님이 직접 그리신 표지 그림인 것 같습니다. 이 그림으로 나타내고 싶었던 소설 속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표지 그림 제목이 ‘바다의 봄’입니다. 어둠에 잠긴 바다를 그리고 싶었습니다. 바다인 듯 아닌듯한 바다의 풍경이 독자들에게 희망이 돼주길 바랐습니다.
소설에는 부모를 잃은 남매, 시각장애인, 가정폭력에 노출된 청소년 등 다양한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모두 ‘완벽한’ 인물이 아닌 저마다의 상처와 어둠을 지닌 인물이라는 게 인상 깊었어요. 이렇게 아픔을 지닌 인물들을 통해 말씀하시고 싶었던 것이 있나요?
어둠 속에서도 빛을 찾아가는 사람들을 통해 인간의 실존과 절망과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인간에 대한 믿음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삶은 누구에게나 고단합니다. 인간을 절망하게 하는 것들은 왜 그렇게 많은지요. 세상에 믿을 사람 한 명도 없다고 누군가 말한다면, 그를 믿을 사람도 한 명도 없겠네요.
부모를 잃은 남매에게 따뜻한 온정을 베푼 영선, 서로의 아픔을 공감하고 보듬던 인하와 정인, 서연의 방황을 걱정하던 동현 등을 보며 사람과 사람의 관계, 이웃에게 관심을 가지고 보듬는 인간애를 느낄 수 있었어요. 사람을 경계해야 하는 요즘이기에 더욱 와닿는 작품입니다. 어쩔 수 없이 사람들과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거리두기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서로를 지켜줘야 할까요?
진심은 아무리 보여주고 싶어도 보여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진심은 아무리 감추어도 감춰지지 않습니다. 자주 만날 수 없어도 마음과 마음은 교감할 수 있습니다. 진심이 있다면 말입니다. 진심을 담은 문자만으로도, 진심을 담은 전화 한통만으로도 우리는 소통할 수 있습니다.
이미 수많은 작품으로 독자들을 위로해주셨지만, 앞으로는 또 어떤 작가가 되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작가로서 이루고 싶은 궁극적인 목표가 있는지, 사람들에게 어떤 글로 기억되고 싶은지 등 앞으로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인간의 영혼에 대한 깊은 안목을 가진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모순과 부조리로 가득한 세상을 향해 의미 깊은 질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보잘것없는 제 글이 시간 속에서 완성되기를 바라고, 누군가에게 위로와 희망과 방향이 돼주길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말씀해 주세요.
독자들이 길을 걷다가 문득 이 소설의 한 장면을 마주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혹여 절망 속에 머물 때 이 소설의 대사 한 줄이 희망의 빛이 돼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철환 소설과 동화를 쓰는 작가이다. 수년 동안 여러 지면에 ‘침묵의 소리’와 ‘풍경 너머의 풍경’을 주제로 그림을 연재했다. 지난 10여 년간 TV·라디오 방송과 학교, 기타 공공기관 및 기업체 등에서 1000회 이상 강연을 했으며, 풀무야학에서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작품집으로는 『연탄길(전3권)』, 『행복한 고물상』, 『위로』, 『곰보빵』, 『눈물은 힘이 세다』, 『송이의 노란 우산』, 『낙타 할아버지는 어디로 갔을까』, 『아버지의 자전거』,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자장면』 등 20종이 있다. 400만 이상 독자들이 읽은 『연탄길』은 일본과 중국, 대만에 수출되었고 『곰보빵』은 일본에, 『송이의 노란 우산』과 『낙타 할아버지는 어디로 갔을까』는 중국에 수출되었다. 『연탄길』은 뮤지컬로도 만들어져 제4회 더뮤지컬어워즈에서 ‘소극장창작뮤지컬상’을 수상했다. 작가의 작품 중 총 9편의 글이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과서에 실렸고, 〈뮤지컬 연탄길〉의 대본은 고등학교 문학교과서에 실리기도 했으며, 1편의 글이 영어로 번역돼 고등학교 영어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KBS 1TV [아침마당 목요특강], CBS TV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총 3회), KBS 2TV 특강, JTBC 특강, MBC TV 특강 등 여러 방송에서 강연했다. 2014 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홍보대사로도 활동했으며, 2000년부터 책 수익금으로 운영해온 ‘연탄길 나눔터 기금’을 통해, 낮고 그늘진 곳에 있는 이들을 후원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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