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은의 에세이 『그러라 그래』에는 양희은의 삶과 노래, 일상의 소중한 순간이 담겼다. “그러라 그래”, “그럴 수 있어”라는 말처럼, 이 책은 무심히 던진 것 같지만 애틋한 응원이다. 좋아하는 걸 하고, 좋아하는 사람을 두고 나답게 살아가는 양희은의 인생 이야기를 유튜브 ‘예스티비’ 인터뷰로 만나 보았다.
책을 내자고 했을 때 반응은?
선뜻 나서서 “좋아요! 기다리고 있었어요!” 이런 타입은 아니거든요. 극소심 A형이에요. ‘글쎄…글쎄…’ 그러고 있었는데 출판사에서 계속 이야기 해오고 미팅하고 그러다보니 어떤 사람들은 글을 쓰려면 그때부터 앉아서 써나가겠지만 나는 이미 장을 봐 놓은 게 많구나, 깨달았어요. 처음부터 원고를 써서 이것은 언젠가 책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이제까지 일기를 쓰면서 원고가 쌓여 있는 게 22년치가 있었으니까요. 출판사로부터 제안을 받고 편집 담당하시는 분께서 인터뷰도 열심히 해주시면서 책이 만들어진 것 같아요. 좋았어요, 그 시간이.
책을 쓴 이유?
누구한테 큰 교훈을 주거나 위로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책을 쓴 건 아니에요. 나도 어려울 때가 있었고 죽고 싶을 때가 있었고. 또 석 달 시한부를 선고받았던 때도 있었죠. 석 달이 지났는데 방송국에서 부르니까 그냥 나가서 일했고, 그게 81년이었으니까 이제 몇 년이야, 벌써 40년이 지났네요? 암 수술한 지 40년이 지나버렸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렇게 살고 있는데 어떤 기자들은 나한테 그때 투병 일지가 있냐고 물어봤어요. 당신 같으면 투병하겠느냐,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냥 하루하루 사는 거지. 투병이 어디있어요. 석 달 후면 어떤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데…
난 병하고 싸우진 않았던 것 같고, 그 어려운 날에 그냥 시간이 지나가 버렸어요. 그래서 지금 내가 여기 있어요. 나를 투사처럼 보지 말아줘. 그냥 평범하고 (웃음) 조금 고집스러운 젊음이었죠.
젊음으로 돌아간다면?
후회를 한다면 너무 일밖에 몰랐던 세월? 생활체육이라도 운동을 열심히 했었더라면 싶어요. 자전거도 못 타요. 자전거 탈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부러워요. 그런 걸 익히고 살았더라면 인생이 훨씬 풍요로웠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청춘이 양희은에게 묻는다!
결혼과 출산, 꼭 해야할까요?
결혼과 출산이 필수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여성들도 똑같이 공부하고 부모님이 공들여서 키웠는데 결혼하고, 경단녀 되는 것보다 어느 한 분야에 파고들고 재밌다고 하면 그대로 나갈 수도 있고, 또 부부가 의논 하게 우리는 애 낳지 말고 살자고 하면 그렇게 살 수도 있어요. 그건 정말 각자의 자유예요. 사람 사는데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가 어디 있어요. 그런 거 없어요.
멋지게 나이 드는 비결이 있을까요?
사실 어느 누가 잘 늙어간다는 정답을 줄 수 있을까요? 이러저러하게 살았더니 내가 멋있어졌다고 말할 수 있는 어른이 이 세상에 정말 있을까요? 나름의 길이 있고 나름의 호불호가 있는 거죠. 남의 말에 흔들리지 않고, 나이 들어서도 안정감 있게 나의 자긍심과 자존을 지켜나갈 수 있는 어른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사는 것 자체가 변화의 한 걸음이 될 수 있을 거예요.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취준생인데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가끔은 인생의 어느 때 즈음 동굴 속에 가서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자기를 관찰하는 시간이요. 나는 어떤 걸 할 때 즐거울까? 나는 무엇을 할 때 기운이 나나? 이런 리스트를 작성해보시길 권해요. 그런데 요즘 세상 자체가 이렇게 멋들어진 어른들의 이야기라는 게 하나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는 걸 저도 알겠어요. 결국 경제적 독립이 정서적 독립이 되기도 하니까, 꿈꾸는 직장에 들어가기까지 공부만 하기 보다는 아르바이트라도 일단 닥치고 경험해보는 걸 권하고 싶어요. 싼 임금이라도 일은 찾을 수 있고, 또 그 일 속에서 전혀 원하지 않던 방향으로도 인생이 또 풀릴 수 있어요.
양희은이 청춘에게 묻는다. 멋진 인생이란?
나도 마흔이 되면 흔들리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살았던 적이 있어요. 조금씩 자기 자신을 더 알아가면서 나는 어떠한 사람이라는 게 한 켜씩 조금씩 쌓이면서, 나를 지탱해주는 힘과 근거가 생기면서 덜 흔들렸던 것 같아요.
뒤돌아보면 사실 칠십 년도 금방 지나간 것 같고, 노래를 51년 했다고 해도 아무것도 안한 것 같은 순간이 있어요. “뭘 했지 내가? 뭘 했다는 거지?” 이렇게 스스로 물어볼 때도 있고요. 하루하루를 이왕이면 즐겁게. 이왕이면 많이 웃으면서 남의 이야기에 귀를 많이 기울이는 하루가 쌓이면 멋진 인생이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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