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오은): 오늘 주제는 ‘이토록 탁월한 기획이라니!’입니다. 광고회사 관련한 책을 좀 찾아야 되나 생각했어요.(웃음)
프랑소와 엄: 제목이 기획적으로 좋을 수도 있고, 표지나 주제 기획이 좋을 수도 있고, 만듦새의 기획이 좋다고 할 수도 있잖아요. 의외로 폭넓게 다가갈 수 있는 주제 같다고 생각했어요.
불현듯(오은)이 추천하는 책
제시카 브루더 저 / 서제인 역 | 엘리
프랜시스 맥도맨드가 주연을 맡은 영화 <노매드랜드>의 원작입니다. 책의 저자 제시카 브루더는 저널리스트고요. 저널리즘 스쿨에서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고 있기도 해요. 이 책의 스케일이 정말 크거든요. 몇 년의 취재가 담긴 책이고, 저자는 심지어 미국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닙니다. 그렇게 하나의 이야기도 흘려보내지 않고 다 기록하면서, 또 그들에게 허락을 구하면서 책으로 옮긴 게 아닌가 싶어요.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은 정말로 ‘노마드’예요. 집이 없어서 이동을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인 거죠. 다만 움직이는 집이 있고요. 그게 차예요. 차를 개조해서 집 대신 거기서 살거든요. 왜냐하면 은퇴 이후에 예전처럼 직장이 다닐 수 없으니까 일용직 노동을 많이 할 텐데, 노동을 하면서 번 돈이 크지 않으니까요. 어쩔 수 없이 이런 생활에 내몰리게 되는 거예요. 사회 시스템이 이들을 품어주지 못했기 때문에 집에서 살 수 없어 차를 선택한 겁니다. 심지어 돈이 없으니까 새 차를 구입하지 못하고 중고 시장에 나온, 타이어도 닳았고 몇십만 킬로미터 운행기록이 있는 차를 구해서 돌아다니죠.
이런 거예요. 3월에는 놀이동산에서 보름 정도 일을 해요. 그리고 일주일 운전을 해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거기서는 오렌지 따기를 해요. 때마다 웹사이트 같은 데 올라온 정보를 보고 차를 몰고 가서 일하는 생활을 하는 건데요. 이렇게 들으면 이들의 삶이 팍팍하기만 하다고 여길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이들이 일을 하기 위해 캠핑장에 모이잖아요. 거기서 만나는 사람들이 함께 일을 하다 친구로 발전하는 사이가 되기도 하고요. 여기서 새로운 결혼 생활을 하는 사람도 있어요. 관계에서 답을 얻기도 하고 관계에서 힘을 얻기도 하고요.
이 책은 사회의 작은 단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무척 흥미롭게 읽었어요. 왜 그 사람들은 유목하는 생활을 택했을까, 라는 질문에서 시작하지만 한 명 한 명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뭔가 모자이크가 촘촘히 맞춰지는 느낌도 들었고요. 정말 근사한 책을 읽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프랑소와 엄이 추천하는 책
백창화 저 | 남해의봄날
표지에 이런 카피 문구가 있어요. “좋아하는 책을 말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면 나는 천일 동안 책의 이름을 대고 기어이 살아남을 것이다.” 멋지죠? 작가님은 실제로 충북 괴산에서 10년째 북스테이이자 가정식 서점인 ‘숲속 작은 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대표님이에요. 책방이 진짜 숲속에 있고요. 들어가는 정원이 엄청 예쁘거든요. 궁금하신 분들은 유튜브나 기사를 찾아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이 책방의 특이한 점은 강매를 하신다는 겁니다.(웃음) 실제로 이렇게 소개를 하고 있어요. “숲속 작은 책방은 책을 강매하는 책방으로도 유명하다. 발을 들여놓기는 쉬워도 나가기는 쉽지 않아서 책을 한 권씩 사지 않고서는 책방지기의 싸늘한 눈초리를 온몸으로 받으며 몰래 도망가듯 책방을 나서게 된다. 나 같으면 그냥 아무거나 한 권 집어들고 당당하게 나가겠다. 먼 곳에서 차비 들여, 시간 들여 일부러 구경하러 와서 돈 만 원에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서야 그 나들이에 어떤 즐거움이 있을까 싶다.” 예전에 요조 작가님도 인터뷰에서 “독립책방들의 개성과 분위기 그런 공간을 마음껏 느끼면 좋겠는데요. 그 책방의 주인은 그 아름다운 풍경들을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으니까 만약에 이 공간이 오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든다면 열심히 도와주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신 적이 있거든요. 관람료라고 생각하고 작은 책방에 들어가면 책을 한 권 정도는 샀으면 하는 마음이 들어요.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도 서점과 도서관의 차이를 얘기하는 부분이었어요.
서점은 나의 취향을 결정하는 장소다. 도서관에서는 작은 호기심으로도 책을 빌려볼 수 있지만 내 지갑을 열어야 하는 곳에서는 좀 더 강력한 욕구가 필요하다. 잘못된 선택은 후회를 불러오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내가 돈을 들여서라도 얻고 싶은 무엇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다. 그것이 내 정체성이 될 수도 있고, 취향이며 지향점이며 나아가 나의 삶의 토대가 된다. 직접 사서 꽂아놓은 책들로 가득한 나만의 서가를 보면 내가 누구인지 확실히 알게 되는 것이다. 서점이란 그런 곳이다.
솔직하면서도 확실히 연륜도 느껴지고요. 그 연륜 안에서 배울 점도 되게 많은 책이었어요. 게다가 서점을 좋게만 포장하는 느낌의 글이 아니라서 굉장히 좋았고요. 저는 이 책의 제목과 카피, 표지까지 이어지는 이런 기획들이 참 좋았습니다.
캘리가 추천하는 책
유영규, 임주형, 이성원, 신융아, 이혜리 저 | 루아크
아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요. 2018년에 <서울신문>에 같은 제목으로 기획기사가 연재된 적이 있어요. 책은 2019년에 출간된 건데요. 신문에 연재된 내용을 묶고, 연재에 다 하지 못한 이야기를 추가해서 담았습니다. 먼저 간병 살인에 대해서 얘기를 하자면요. 소개를 준비하면서 검색을 해보니까 지난 3월에도 치매를 앓는 남편을 살해한 여성의 사건이 있었더라고요. 그만큼 간병 살인이라는 것이 현재 진행 중이고, 심각한 일인데 사회적으로 그리고 국가적으로는 관심을 많이 기울이지 않는 것 같아요. 한국은 특히 환자의 간병을 주로 가족이 하잖아요. 간병인에 대한 지원도 많지 않고요. 그러니까 환자를 간병하는 가족 구성원 한 명이 점점 지치다가 결국에는 환자를 살해하거나 혹은 동반자살하는 경우가 사건들이 생기는 거죠.
충격적인 사실인데요. <서울신문> 팀이 기획을 진행할 때 간병 살인에 관한 국가 통계가 존재하지 않았대요. 그만큼 사회가 어찌 보면 이 문제를 방조하고 있지 않나 생각도 하게 되는데요. 저자들은 실태 파악을 하기 위해 2006년부터 2018년 8월까지 발생한 간병 살인 사건 판결문 108건을 전수조사 했고요. 그 밖에도 보건복지부가 진행 중인 자살 사망자 조사라든지 중앙심리부검센터가 분석한 자살 사망자 심리 부검 사례들을 다 확인해서 간병 살인을 아주 입체적으로 조명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알아낸 간병 살인 가해자 수가 154명이라는 것을 확인한 거고요. 제목이 그렇게 탄생한 겁니다.
책을 보다 보면 간병인에게 지원되어야 할 가장 시급한 문제는 심리 돌봄 같더라고요. 저자들은 가족을 간병하고 있는 사람 325명을 대상으로 직접 설문조사도 하거든요. 결과를 보면 95.7%, 거의 대부분이 ‘간병으로 신체와 정신 모두 한계에 몰리고 있다고 느낀다’고 답했고, 10명 중 3명 꼴은 ‘살인 또는 자살 충동을 느낀다’고 했어요. 사실 이 책은 책을 펼치는 순간부터 상상하기 힘든 참담한 사건들이 나오는데요. 그 사연들을 소개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다만 꼭 알아야 될 이야기라는 얘기는 드리고 싶은데요. 이 책을 읽고 그 사연을 자세히 들여다봐야 함께 대책도 생각해보고,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 우리가 목소리를 보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알아야죠,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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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