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이 자신의 고민을 끌어안고 또 해야 할 일을 미룬 채 아가리로 살아간다. 작년, 그리고 올해는 무언가 이루지 못했어도 코로나 ‘덕분에’ 둘러대기도 참 좋다. 헬스장이 운영되지 않아서, 독서실이 폐쇄되어서, 스트레스 풀 방법이 없으니 먹는 것으로 풀어야지. 무언가 못하는 이유를 만드는 것은 식은 죽 먹기보다도 쉽다. 모두 알고 있다, 실은 ‘못’하는 게 아니라 ‘안’하는 거라는 것을.
『왜 아가리로만 할까?』에서는 입으로만 한다고 말해놓고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을 ‘아가리’라고 지칭했다. 저자 역시 아가리였다. 누군가의 마음에 근거 없는 따뜻한 위로만을 더해 마음을 다독여주는 책은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 함께 아가리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을지 조금 더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고민했다.
『왜 아가리로만 할까?』 는 어떤 책인가요?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 책은 제목처럼 ‘왜 아가리로만 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작가 3인방의 생각을 정리한 책입니다. 스스로 왜 이렇게 실천력이 부족한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된 이야기예요. 먼저 저희처럼 입으로만 “해야지, 할 거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많은 축구 선수들의 이름을 빌려 묘사해봤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실천으로 옮기지 않고 ‘아가리’로만 하게 된 원인을 저희의 시선에서 생각해봤어요. 이런 가볍고 재미있는 스토리를 통해 실천력을 늘려 ‘실천’이라는 물가로 자연스럽게 안내하는 책입니다.
따로 책의 성격을 규정하거나 틀을 정해두고 쓴 게 아니라,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생각날 때마다 모아서 정리하는 과정을 거쳐 하나의 책으로 다듬었습니다. 그래서 에세이적인 요소와 자기계발서적인 요소가 함께 들어가 있습니다. 에세이로 분류되어 있지만 자기계발서와 에세이가 합쳐진 일명 ‘자기계세이’ 책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이 책을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알람이 울리면 ‘더 자도 괜찮아’라는 마음과 ‘빨리 일어나야지!’라는 두 개의 마음이 싸우잖아요? 유혹을 이기지 못했을 때 맘을 다독거리고자 한때는 힐링북을 찾아 읽곤 했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이 책들이 해주는 달콤한 말이 우리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따뜻한 말들은 실패를 딛고 다시 도전할 용기를 주기보다 오히려 도피와 포기를 합리화하는 수단으로 쓰이고 있더라고요. 그리고 꼭 따뜻한 말만이 위로가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서 진정한 위로가 무엇일지 고민해보았어요. 그렇게 ‘시원한 위로’에 대한 내용을 담아보았고, 스스로 변화하고 싶은데 동기가 부족한 세상의 많은 분께 도움이 되길 기원합니다.
책 제목이 굉장히 파격적인데, 독자 분들의 반응이 안 좋을까 고민되지 않으셨나요?
‘아가리’ 라는 단어, 그리고 ‘왜 아가리로만 할까?’라는 문장. 저희 셋이 가지고 있던 고민이자 책을 쓰게 된 계기를 이만큼 함축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단어와 문장이 없었어요. 독자 분들께서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생각을 해보긴 했지만 걱정만 앞서서는 달라지는 게 없잖아요. 또 책에서는 겁내지 말자고 말해놓고 정작 저희가 잔뜩 졸아 있으면 저자로서 도리도 아닌 것 같았고요. 무엇보다 책 제목을 통해서 화두를 던졌을 때, 저희와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던 분들이 분명 계실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분들이 분명 반응해주시리라고 생각했습니다.
현재 각종 SNS에서 ‘뼈 때리는 책’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데, 작가 분들께서는 이렇게 화제가 될 거라고 예상하셨는지요?
SNS에서 <서점 갔다가 뼈 맞음>이라는 제목으로 저희 책 사진이 짤로 돌아다니는 걸 봤어요.
사실 SNS에서 반응이 있지 않을까 조금 기대를 하긴 했었는데요, 진짜로 저희 책을 보고 재밌어 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정말 기뻤고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책 제목이 선입견을 만들어 책 속의 내용을 가려버리지는 않을까 걱정도 들었습니다.
책 제목이 뼈를 때린다고 해서 내용까지 뼈를 때리는 책은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책의 내용은 뼈를 때리기보단 뭉친 어깨를 시원하게 주물러주는 내용이니 너무 겁먹지 않으셔도 됩니다! 게다가 작가와 독자가 극복 의지를 공유하며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책이니 부담 없이 표지도 한 번 펼쳐봐 주세요.
책을 쓰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나 신경 쓰였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일단 저희 셋 다 ‘아가리’이다보니, 책상에 앉아 글을 쓰기 시작하는 게 가장 어려웠어요. 또 어려웠던 부분은 생각의 다양함을 담아내는 일이었습니다. 같은 고민에서 출발했지만, 작가 세 명이 마주하는 일상이 서로 달라서인지 생각도 조금씩 다른 부분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책을 쓰는 도중에 의견차도 많이 있었고 논쟁도 종종 있었어요. 저희만 해도 이런데, 2030 청년 세대의 생각이 얼마나 다양할지도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좀 더 다양한 청년들의 시선을 책에 담아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저희가 아직 본격적으로 사회생활을 한 지 얼마 되지 않다 보니, 일부 독자 분들께는 책의 깊이에 있어서 충족시키지 못하고 만족스럽지 않을까봐 걱정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관록이 있는 독자 분들께서도 젊은 청년 셋의 생각을 재미있게 보고 공감해주시니 참 감사했습니다.
책 내용에는 쓰이지 않았지만, 해주시고 싶으신 이야기가 있으시나요?
책 내용과는 상관없을 수 있지만 가까운 지인들과 함께 글을 써보는 걸 추천합니다. 저희는 친구들과 함께 글을 쓰는 게 일종의 놀이처럼 느껴졌어요. 덕분에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스스로의 가치관에 대해서 좀 더 깊이 생각해볼 수 있었어요. 그리고 오래 알고 지냈기에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잘 몰랐던 부분과 서로의 생각도 더 자세히 알게 되는 계기도 되었어요. 덕분에 우정도 더 깊어진 것 같네요.
코로나로 만남도 줄어들고 개인 맞춤형 알고리즘으로 사람 간의 거리가 멀어지기 쉬워진 시기인 것 같아요. 그럴수록 주변 가족이나 친구, 애인과 글을 써본다면 서로 간의 거리를 다시 가깝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이 책이 어떤 독자들에게 어떻게 읽히길 바라시나요?
20대 30대 자녀를 둔 부모님들, MZ세대 신입 직원들과 함께 근무하는 상사 분들이 이 책을 꼭 읽었으면 좋겠어요. 간혹 요즘 청년들은 패기도 없고 용기도 없다고 손가락질 하는 어른들도 계세요. ‘라떼’는 멈춰!
옛날엔 ‘빈부 격차’라는 단어가 뉴스에 많이 등장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더 나아가 양극화가 사회 전반에서 이슈인 것 같아요. 요즘 불안과 동거하는 청년들이 참 많습니다. 저희 입장에선 지금 상황이 참 답답한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더 나아질 희망이 별로 보이질 않거든요. 술 한 잔 마시고 잊어버리기엔 그 불안감이 너무나 크기도 하고요.
청년들이 어쩌다 이렇게 맥이 빠져버렸는지, 왜 아가리로만 하게 되었는지 이 책을 읽고 공감하실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이수창 청년 실업자 수가 40만 명이 넘는 2021년. 비정규직으로 전전긍긍했으나 올해는 이마저도 쉽지 않다. 백수지만 나보다 잘나가는 친구들 앞에서도 기죽지 않는다. 더 나은 내일을 맞이하기 위해 지금을 열심히 산다. *이상목 마음 속 아가리와 약 30년째 사투 중. 동시에 생명 공학을 약 10년째 짝사랑 중이다. 초라한 오늘이지만 포기하지 않는다면 아가리와의 전쟁도, 생명공학과의 러브스토리도 성공적일 것이라 믿는다. 풍산개 한 마리와 래브라도 리트리버 한 마리를 키우며 사는 게 꿈이다. 서울 신축 아파트에서. *박정한 전 ROTC 육군 장교. 현 국가유공자(본인). 현 공기업 대리. 평생 국가를 위해 일하는 K-애국자. 락 메탈을 들으며 공상을 즐기는 방구석 음악평론가. 몇 번의 인생 고비를 넘겨 삶의 소중함을 깨닫고 의미 있게 살기 위해 노력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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