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의 뜨거운 위상에 비해 참고할 만한 지식과 정보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마땅히 따라 할 국내 성공사례도 잘 공유되어 있지 않고, 그나마 참고할 책들도 국내에 적용하기는 어려운 외서나 광고 제작 방법을 기술적으로 설명한 매뉴얼 책들이 전부다. 이런 현실에 좌절하고 있을 마케터들을 위해 유튜브 마케팅 최전방에 있는 13년 차 실무자가 나섰다. 『유튜브 마케팅 인사이트』에서는 기업 유튜브 광고를 담당하는 저자가 겪은 다양한 국내외 사례들을 소개하고, 깨지고 넘어지며 깨우친 자신만의 실전 노하우를 알려준다.
처음부터 유튜브 마케팅을 시작하신 건 아닐 것 같아요. 유튜브 마케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제가 속한 회사는 전통적으로 ATL(Above The Line, TV나 신문, 라디오 등의 전통적인 마케팅 매체) 중심의 캠페인을 진행해 왔습니다. 그러다가 7~8년 전부터 유튜브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죠. 하지만 당시 유튜브는 보조적인 수단에 불과했어요. 그러다가 ‘대답하라 1988 캠페인’이 소위 말해 대박이 났죠. 당시로서는 브랜디드 콘텐츠가 웹드라마 형식으로 큰 흥행을 한 게 상당히 드문 일이었는데요. 여러 가지가 잘 맞아떨어지며 좋은 결과가 만들어진 것 같아요.
성공 경험이 쌓이면서 회사에서도 좀 더 자신감을 갖고 유튜브에 더 많은 투자를 하게 되었고요. 그러면서 이국종 교수와 함께 ‘5G 재난안전망 캠페인’도 하고, 최근에 ‘Y드립 시네마’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눈 떠보니 브랜드 캠페인에서 유튜브가 메인이 되었죠(웃음).
‘유튜브 마케터’가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다루는 마케터라는 것은 알겠습니다. 그래도 혹시 기존 마케터와는 다른, 유튜브 마케터만의 특징이 있을까요?
유튜브 마케터는 유튜브의 매체적 특징을 잘 알고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인 것 같아요. 유튜브에서만 먹히는 문법이 분명히 존재하거든요. 예를 들어 영상 시청의 70% 이상이 모바일에서 이루어집니다. TV 콘텐츠보다 타이트한 클로즈업과 더 잦은 컷 전환이 일어나야 하는 이유죠. 그리고 개인의 취향과 시청 히스토리에 따라 개인 맞춤형 추천 알고리즘이 작동하니 그에 따라 맞춤형 타깃 광고가 가능하고요. 최근에는 수백 편의 영상 베리에이션이 가능한 디렉터 믹스라는 광고 상품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여전히 많은 브랜드가 TV 광고 영상을 유튜브에 그대로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진보한 형태라면 TV 광고는 숏버전, 유튜브 광고는 롱버전으로 만들어서 노출하는 정도죠.
이렇게 유튜브 캠페인을 진행하면 안 하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스포츠카를 구매해 놓고 동네 이마트 갈 때만 타고 마는 것과 같은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유튜브를 활용하는 마케터라면 유튜브 플랫폼의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어야겠죠.
그렇다면 유튜브 마케터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첫째,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가져야 합니다. 고객은 항상 새로운 것에 반응하거든요. 사람이란 게 그렇게 태어난 존재 같아요. 매일 보는 벽지 무늬는 뭔지 기억도 못 해요. 그런데 새로운 걸 보면 반응하죠. “이게 뭐지?” 하면서 말이에요. 그게 본인의 취향과 맞으면 재미있어하고 친구들을 불러오고 또 그렇게 여러 명이 반응하면서 세상이 조금씩 바뀌는 것 같아요. 이런 인간의 본능 때문에 새로운 상품이 나오고 문명이 여기까지 발전해 온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래서 마케터는 뭔가 새로운 걸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된다고 봐요. 뻔한 광고, 결말이 예측되는 콘텐츠, 전형적인 카피에 고객들은 반응하지 않거든요. 예측하지 못했던 전개, 신선한 표현과 새로운 조합에 반응하죠. 그런데 이 새로움이라고 하는 게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에요. 세상을 바라보는 ‘호기심’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사람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한다고 봐요. 콘텐츠 마케터는 사람을 재료로 이야기를 만드는 직업인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 알아야 하죠. 어떤 것에 웃고, 어떤 것에 감동하고, 어떤 것에 귀 기울이는지 알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건 사람들을 긴 시간 바라보고 고민하는 과정 없이는 절대로 알 수 없는 것이라고 봐요.
우리는 우리에게 뭔가를 판매하려는 사람, 무언가를 자꾸 바라는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피하게 됩니다. 자꾸 전화해서 대출해 주겠다는 사람이나 이번에 나온 보험은 특별히 암부터 상해까지 전부다 커버한다고 말하는 사람을 부담스러워하잖아요. 콘텐츠 마케터도 똑같은 것 같아요. 재미있는 콘텐츠들이 세상에 널렸는데, 자꾸 그 안에 브랜드를 녹이고 우리 상품을 자연스럽게(?) 녹이다 보면 ‘뭔가’를 바라는 사람이 됩니다. 근데 그 뭔가는 바로 고객에게 가장 소중한 시간, 돈, 관심 같은 거죠. 이런 것을 그냥 내어 주는 사람은 세상에 없습니다. 최소한의 공감대가 우선 있어야겠죠.
그러니까 애정 어린 눈으로 사람들을 바라봅시다. 그러다 보면 알게 되지 않을까요. 이 사람의 고민이 뭔지 아픔이 뭔지 소망이 뭔지 말이죠! 애정이 깃든 관심을 양분 삼아 공감은 싹틀 수 있다고 봅니다!
이국종 교수 광고, 응답하라 1988 시리즈 외전 광고, Y드립 시네마 광고 등 알만한 사람들은 아는 마케팅을 성공하셨어요. 아무리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 마케팅 경험 하나쯤은 있으시겠죠? 궁금합니다. 기억에 남는 가장 아쉬운 마케팅은 어떤 건가요?
마케팅 캠페인을 진행할 때 난이도가 점점 올라가는 상황은 바로 이해관계자가 늘어나는 경우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통신사 마케터인 저에게 스마트폰 광고는 언제나 어렵습니다. 아쉬움도 많이 남고요. 스마트폰 제조사와 협업을 통해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다 보니 제조사 측의 메시지가 들어가야 하는 것은 물론, 통신사 측의 메시지도 함께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죠. 제조사에서는 보통 새로운 기능에 대한 소개를 강조하고, 통신사에서는 구매 할인 프로그램이나 보험 등의 서비스를 강조하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메시지가 덕지덕지 붙게 되고, 스토리도 장황해지죠. 거기에 제휴카드 할인 프로그램을 등을 이야기할 때는 카드사라는 사공까지 등장합니다. 그렇게 다들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어느 순간 알게 되죠. 배가 산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요! (웃음)
사실 이건 경쟁사도 마찬가지 상황인 듯해요. 몇 년간의 고객 조사 결과를 트레킹 해보면 항상 모든 스마트폰 광고는 인지도와 호감도 측면에서 하위권에 머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어렵기 때문에 실패도 많고 아쉬움도 많이 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엔 통신사의 스마트폰 광고도 상당히 진화해 좋은 반응이 나옵니다.
대표적인 게 작년에 진행한 ‘아이폰12 캠페인’이었죠. 그 까다롭다는 애플의 검수 과정을 통과한 결과물이었는데요. 결과는 상당히 좋았습니다. 애플 CMO인 토르 마이런도 내부 회의에서 글로벌 통신사 광고 중 저희 브랜드의 광고가 최고였다는 의견을 직접 밝히기도 했죠! 아쉬운 캠페인에 대한 질문이었는데 결국 잘한 캠페인으로 마무리하게 되었네요. (웃음)
유튜브에서는 정말 기존 TV나 라디오 같은 매체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방식의 마케팅이 생겨나는 것 같습니다. 최근 눈여겨봤던 유튜브 마케팅이 있으신가요?
한국관광공사가 요즘 콘텐츠 마케팅을 가장 잘하는 것 같아요. 작년 한 해 ‘필 더 리듬 시리즈’로 아주 핫했죠. 한국적인 멋을 이렇게 트렌디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넋을 놓고 보게 되더라고요. 그 덕에 ‘이날치 밴드’나 ‘앰비규어스 컴퍼니’ 같은 출연진들도 유명세를 탔죠. 최근에는 또 ‘서산 머드 맥스’로 이슈화에 성공했고요!
물론 콘텐츠 마케팅에서 ’여행’과 ‘공공성’은 치트키의 역할을 하곤 합니다. 특히 여행을 소재로 하면 마케팅이 좀 수월해지죠. 그리고 공공의 목적을 가진 콘텐츠는 거부감이 적습니다. 그러다 보니 상업 브랜드가 만드는 콘텐츠에 비해 관광공사의 콘텐츠는 좀 더 쉬운 출발선에서 시작을 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 더 리듬 시리즈 잘 만든 콘텐츠입니다. 유리한 고지에서 시작했다고 해서 모든 캠페인이 성공하는 건 아니죠.
기억에 남는 콘텐츠를 만드는 게 쉽지 않은 일임을 실감합니다. 이슈화시켜 모르는 사람이 없도록 충분히 인지시키는 것! 여기까지 했다면 콘텐츠 마케터의 역할은 충분히 다 한 것 같아요. 특히나 공공기관에서의 의사결정 과정이 쉽지 않았을 텐데 그 모든 과정을 묵묵히 뚫고 나가 이렇게 멋진 결과물을 만들어 내다니!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어떤 분들이 이 책을 봐야 할까요?
하나, 마케팅 실무자!
저희 팀 후배가 책을 읽더니 그동안 고민했던 내용이 일목요연하게 너무 잘 정리돼 있다면서 반색하더라고요. 그리고 몇 년 동안 우리가 부딪혔던 문제들과 하나하나 답을 찾아가는 과정과 노하우가 진짜로 잘 집약돼 있다면서 팀원들이 필수로 다 읽었으면 좋겠다고 하고요. 정말 뿌듯했던 게, 이 책이 우리 팀 팀원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썼거든요. 어느 정도 목표 한 바를 이룬 것 같아요. 책 쓴 보람을 느꼈습니다. 저희 팀 팀원뿐만 아니라, 지금 마케팅 실무를 하고 있는 마케터분들은 꼭 한번 읽어 보셨으면 합니다. 유튜브 마케팅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는 마케터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라고 봅니다!
둘, 기업 임원 및 경영자!
기업 브랜딩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의사 결정권자분들이 꼭 보셨으면 해요. 사실 콘텐츠 마케팅이 최근 몇 년 사이에 급부상하면서 이제 유튜브의 중요성을 모르는 분들은 아무도 없거든요. 그러다 보니 경영진이 나서서 유튜브 마케팅을 적극 장려합니다. 문제는 유튜브 마케팅의 본질을 잘 모른 채 유튜브는 싸고 간편하게 큰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많이들 오해하십니다. 아마도 1인 유튜버들의 성공 사례가 흔하게 알려진 탓인 것 같아요. 사실 기업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은 1인 유튜버 채널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되는데 말이죠. 그렇다면 유튜브 기업 채널은 어떤 방식으로 운영해야 할지, 우리 브랜드의 색깔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캠페인 전략과 방향성은 어떻게 정립해야 할지! 그에 대한 고민을 이 책과 함께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웃음)
셋, 마케팅에 관심이 있는 마린이 여러분!
마케팅에 관심 있는 분들이 정말 많다고 느낍니다. 취업 준비생일 수도 있고요 커리어를 전환하려는 직장인분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 책을 통해 마케터들이 실제로 어떤 일을 하고, 현업에서 고민하는 이슈는 어떤 것인지 알아갈 수 있다고 봅니다. 게다가 유튜브 플랫폼에서 지금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나가는 기업 브랜드들은 과연 어떤 점을 잘해서 그런 효과를 보고 있는지 알 수 있죠. 이론서나 개념서에서 절대로 나올 수 없는 사례를 통한 구체적인 설명이 들어있습니다!
혹시 (유튜브) 마케터로서 앞으로의 꿈이 있으신가요?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팬을 가진 브랜드를 만들어 보고 싶어요. 소비자와 달리 팬은 스스로 그 브랜드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이거든요. 최근 재미있게 본 넷플릭스 드라마 중 ‘에밀리 파리에 가다’라는 작품이 있는데요. 거기서 여자 주인공인 에밀리는 파리의 향수회사에서 일합니다. 그러다 보스와 의견 충돌을 하는데요. 보스가 이런 말을 하죠.
“난 그게 맘에 안 들어요. 누구나 쉽게 가질 수 있게 온 세상에 뿌릴 생각이잖아요. 당신은 문턱을 낮추고 싶어 하지만 난 높이고 싶어요. (중략) 우리(프랑스)는 우리 향수의 디테일한 차별성을 알아봐 주고 취향을 공유할 수 있는 소수의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게 목표예요.”
물론 이런 관점이 국내 브랜드에 100% 딱 맞는 정답은 아닐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을 갖고 자신만의 취향을 분명하게 밝히는 브랜드의 애티튜드만큼은 배울 점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면 우리 브랜드를 찾고 취향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이고, 그들과 브랜드가 공감하며 진짜 팬이 될 수 있다고 저는 믿거든요. 저도 언젠가는 진짜 우리 브랜드를 알아봐 주는 ‘찐팬’과 함께 할 수 있는 마케터가 될 날을 기대합니다! (웃음)
*서양수 통신회사 브랜드 마케터이자 광고 담당자이다. 유튜브 광고라고 하면 저예산 바이럴 광고가 대부분이던 시절, ‘응답하라 1988’ 외전 시리즈로 대박을 터트렸다.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와 함께 헬기에 경비함까지 동원한 블록버스터급 브랜드 필름을 만든 적도 있다. 최근에는 이말년, 주호민 작가의 정극 연기가 돋보인 화제작 ‘Y드립 시네마’를 담당하기도 했다. 구글 브랜드 캐스트에서 담당했던 캠페인이 우수사례로 발표되기도 했고, 수차례 유튜브 광고 리더보드에 올랐다. 최근에는 유튜브 광고제인 YouTube Works Awards의 심사위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동안 크고 작은 캠페인을 진행하며 얻게 된 노하우와 현장의 지식을 이 책에 집약했다. 당신이 마케터라면 꼭 알아야 할 유튜브 광고의 성공 법칙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IT전문매체 ‘아웃스탠딩’에 마케팅에 관한 글을 연재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퇴근 후 글 쓰러 갑니다』, 『세상의 서쪽 끝, 포르투갈』, 『러시아 여행자 클럽』, 『단지 결혼을 하고 싶은 건데 이게 다 무슨 일이래요』 등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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