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황정은)의 선택
메가 마줌다르 저 / 이수영 역 | 북하우스
메가 마줌다르는 인도 출신 미국 작가입니다. 인도 서벵골주 콜카타에서 태어나서 성장을 했고요. 현재는 뉴욕에서 매거진 편집자로 일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콜카타의 세 사람』에는 세 사람이 등장합니다. 지반, 러블리, 체육 교사. 지반은 젊은 무슬림 여성이고요. 부모가 가난해서 클라바간 빈민가에 삽니다. 지반이 사는 인도 사회는 힌두교도가 대부분이고 무슬림이 소수인 사회입니다.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언제든 대중의 분노가 모이면 집단 린치의 표적이 되곤 하는 사회적 약자들인 거죠. 경찰이나 제도는 이들을 보호해 주지 않습니다.
두 번째 인물인 러블리는 히즈라입니다. 인도에서 법적으로도 여성도 남성도 아닌 제3의 성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 젠더인데요. 러블리는 히즈라 공동체에서 노래와 춤, 타인을 설득하는 기술 등을 배우고 구걸을 하러 다니면서 번 돈으로 배우 수업을 받습니다. 배우 수업의 일종이라고 생각하면서 영어를 배우기도 하는데 러블리의 영어 선생이 지반입니다.
세 번째 화자는 지반을 집안을 가르친 적이 있는 체육 선생인데요. 가난한 지반의 처지를 동정해서 먹을 것을 주기도 하고 수업 중에 격려를 하기도 하지만, 지반이 가정 형편 때문에 갑자기 사라져 버린 상황에서 지반에게 껄끄러운 감정을 가지게 된 어른이에요. 이 분은 대중 안에 있을 때 상당히 고무됩니다. 그 와중에 자신의 학생이었던 지반이 테러리스트 혐의를 받고 구속되었다는 뉴스를 접하는 거죠.
이 소설에는 세 사람 말고도 한 사건이 등장합니다. 원제를 보시면 『A Burning』인데, 소설이 시작되자마자 열차 테러 사건이 일어나요. 테러리스트들이 민간인이 탑승한 열차 문을 잠그고 폭탄을 투척해서 100명 이상이 화재로 죽는 사건이 발생하는 거죠. 지반이 그 사건을 계속 지켜보다가 자기 SNS 계정에 경찰 과 정부를 비판하는 짤막한 글을 올립니다. “경찰이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을 돕지 않는다면, 죽는 모습을 그냥 지켜만 본다면, 정부 역시 테러리스트라는 뜻 아닌가요?” 이 말들 때문에 지반은 경찰에 체포돼서 구속이 되고 테러리스트라는 혐의를 받습니다.
콜카타에서 이 열차 테러 사건 때문에 서로가 연루가 되면서 세 사람의 인 인생이 달라져요. 세 명의 화자가 등장을 하지만, 저는 이 소설의 가장 강력한 주인공은 대중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다 읽고 이렇게 적었습니다. ‘사람들은 ...을 원한다.’ 이 문장이 소설의 아주 중요한 쐐기인 것 같더라고요. 개인의 삶이 대중의 요구에 휩쓸릴 때, 어떤 사람은 자기 삶의 통제력을 완전히 상실하고 좌초하지만, 또 어떤 사람은 그 요구를 타고 흐르면서 원하는 것 이상을 얻기도 한단 말이죠. 『콜카타의 세 사람』은 이 흐름을 아주 짧고도 단순하게 교차되는 입장들을 사용해서 효과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요.
단호박의 선택
정은정 저 | 한티재
정은정 저자는 농촌 사회학자입니다. 농업이나 농촌에 대해서 꾸준히 기록을 하고 있고요. 농업을 통해서 만들어진 식품이 어떤 식으로 우리 밥상에 오르고 있는지, 이런 거에 대해서 굉장히 관심이 많은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밥과 농촌과 농업에 관한 이야기를 한 편씩 모은 에세이집인데요. 1부에서는 주로 자신의 어떤 경험에 대해서 얘기를 하고 있어요. 저자는 자기 소개를 ‘1977년 충주에서 김장의 계절에 태어남’이라고 합니다. 4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고요. 부모님은 토마토 농사를 지었다고 합니다. 집안에 대한 내용이 첫 글이에요. 농촌의 그림 같은 것이 그려지면서 이 책에 몰입을 하게 됐고요.
학교 급식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옵니다. 저자가 사회에서 어떤 식으로 농촌이 핍박을 받고 농산물이 어떤 식으로 도시에 오게 되는지 추적을 많이 하는데, 식생활의 소득 지표를 가장 잘 드러내는 게 과일이래요. 통계로 보면 월 평균 500만 원을 버는 가구는 월 평균 200만 원 이하로 버는 가구보다 과일을 2.7배 더 많이 먹습니다. 그래서 최근에 정부에서 ‘과일 급식’ 이야기를 꺼냈어요. 좋은 영양을 섭취하게 하기 위해서 급식에 과일을 포함시키겠다는 안이 나오고 실제로 적용을 하고 있는 곳도 있고요. 저자가 봤을 때 문제는 뭐냐 하면, 과일 지원까지는 안이 나왔는데 과일을 손질할 인력에 대해서는 안이 아무것도 없는 거예요. 취지는 이해하고 좋지만 인력에 대해서도 보장해 지 않으면 훌륭한 안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비판을 하기도 하고요.
이 책에서는 결식아동에 관한 이야기도 하고 있고, 아무래도 농촌을 다루고 있다 보니까 노년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옵니다. 요새는 지자체마다 경로당에 쌀을 준대요. 농촌에 독거노인들이 많아지다 보니까 대부분 경로당에 모여서 밥을 먹게 되는데, 단순히 먹을 밥이 없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혼자서 먹기가 적적한데 경로당에 가면 사람들이 있고 관계를 맺을 수 있으니까 경로당에서 먹게 되는 거죠. 지자체에서 1년에 내려오는 쌀이 140kg 정도 된다고 하는데, 30인이 한 끼를 먹으면 1년에 100끼 정도 됩니다. 나머지 200끼 정도는 어디서든지 충당을 해야 되는 상황인 거죠. 농촌 지원 사업을 하면 노인 분들이 ‘다 좋은데 고기도 자주 먹고 싶다’ 이런 얘기를 많이 하신대요.
이 에세이를 읽고 나서 밥이 정말 모든 문제를 아우르고 있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여러 가지 문제를 복합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됐던 것 같습니다. 농촌의 풍경 같은 것도 자주 나오는데 여러 가지로 새로운 해석, 시선을 보게 됐던 것 같아요.
그냥의 선택
배은희 저 | 놀
이 에세이는 국내에서 처음 소개되는 위탁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배은희 저자는 생후 11개월의 ‘은지’를 처음 만나서 7년여를 함께 살고 있습니다.
가정위탁제도는 “부모의 사정으로 가정에서의 양육이 불가능한 아이가, 시설이 아니라 가정에서 보호받고 양육되도록 돕는 제도”입니다. 지역마다 가정위탁지원센터가 마련이 되어 있다고 하는데요. 저자도 위탁지원센터에 연락을 해서 은지와 만나게 됐어요. 위탁지원센터가 위탁 가족이 필요한 아이와 신청자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는 거죠.
위탁 아동으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조건이 있는데, 보호가 필요한 18세 미만의 아동 중 가정위탁으로 보호 조치된 아동인 경우에 가능하고요. 부모의 질병, 가출, 실직, 수감, 사망 등으로 보호가 필요한 아동도 대상으로 선정될 수 있습니다. 아동 학대 및 방임 등 분리 보호가 필요한 아동도 위탁 가정으로 가고요. 독립적인 가구를 구성하면서 생활하고 있는 미성년의 소년소녀가정세대도 위탁 가정에 머무를 수 있습니다.
위탁가정이 되기 위해서는 아동을 양육하기에 적합한 수준의 소득이 있어야 하고요. 25세 이상이어야 돼요. 만약에 부부가 위탁 가족으로 아이를 맞으려고 하면 부부가 모두 스물다섯 살 이상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위탁 아동과의 나이 차이가 60세 미만 이어야 한다고 해요. 그리고 자녀가 없거나 자녀(18세 미만)의 수가 위탁 아동을 포함해서 4명 이내여야 됩니다. 또한 가정의 성범죄, 가정폭력, 아동학대, 정신질환 등 전력이 있는 사람이 없어야 하고요. 위탁 가정이 되기 위해서는 사전에 교육도 받아야 하고 중간에도 교육을 받아야 하고, 가정위탁지원센터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받아야 합니다.
위탁 아동과 이 아이와 함께 살기로 결심한 가족이 계약을 맺으면 동거가 시작되는데, 2년만 머무르는 아이도 있고 5년간 머무르는 아이도 있습니다. 계약 기간이 끝나면 계약을 연장할 수도 있어요. 언제든 친부모가 아이와 함께 살고 싶다고 하면 계약은 끝납니다.
입양과 위탁 가정에 큰 차이가 뭐냐 하면, 입양은 가족관계증명서에 ‘자’로 등재가 되는데 위탁 가정의 경우에는 동거인일 뿐이에요. 위탁 가정 안에 있는 보호자가 법적 보호자의 지위를 누리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위탁 아동이 아파서 수술을 받아야 한다든지 통장을 개설해야 한다든지 휴대폰을 개통해야 할 때는 친부모에게 연락을 취해야 합니다.
이 책을 읽어보니까, 우리가 위탁 가정에 대해 몰라서 무례함을 저지를 때가 많더라고요. 위탁가정에 대한 제도적 지원도 더 확충될 필요가 분명히 있어 보이고요. 그러려면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이것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할 것 같아요. 그래야 요구의 목소리도 나오고, 어떤 정책안이 나왔을 때도 통과될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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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