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만화 『퀀텀』 로랑 셰페르 저자 인터뷰
"'대중화'는 '단순화'와 거의 같아요. 과학적인 진술을 최대한 왜곡하지 않으면서 일반적인 생각으로 옮겨 적어야 하죠. 또 수많은 실험 해석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해요. 이때 뭘 선택할 것인가, 그게 제가 제일 신경 쓰는 일이에요."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1.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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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랑 셰페르 저자

일반인에게 양자역학이 만만할 리 없다. 기자 출신의 작가 로랑 셰페르에게도 도전의 영역. 작가는 ‘대중에게 읽히는 물리학 만화’를 목표로 물리학자들과 3년을 함께 공부한다. 그 결과 프랑스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리고 ‘밀도 있는 과학만화책’으로 과학자들의 찬사를 받게 되는데..! 설마 내가 상대성이론을 이해한 건가?! 이 정도면 양자역학에도 도전해볼 만하지 않은가 독자들을 착각에 빠지게 만드는 책! 한국 독자의 격한 반응에 기쁨을 감추지 못한 『퀀텀』 작가가 직접 인터뷰를 자청했다.



작가가 되기 전에 저널리스트였다고 들었어요. 과학에 빠지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지난 15년 동안 과학책을 많이 읽었어요. 그 전에는 다른 평범한 사람들과 비슷했어요. 과학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죠. 그랬던 저에게 상대성 이론과 양자 법칙은 하나의 큰 발견이었어요. 시간은 일정하지 않고, 입자는 동시에 두 곳에 있을 수 없다… 음, 잠깐만요.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죠?

전문 과학자가 아니라서 사전에 공부를 더 많이 하실 것 같은데요. 집필을 위해 어떻게 공부하시나요?

저는 몇 년 동안 언론사 기자였어요. 그래서 기자가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조사하는 것처럼 기자정신으로 책을 준비했어요. 오로지 여기에만 매달렸는데도 3년이나 걸렸죠. 책을 쓸 때 중요한 건 학생이 어떤 학문적 주제에 매달릴 때처럼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고 진지한 자료를 최대한 많이 쌓는 거라 생각해요.



아무래도 전문가의 도움을 많이 받아야 할 것 같은데, 주로 어떤 분들과 의견을 나누고 정보를 얻으시나요?

책을 쓰기 전부터 저는 ‘진짜 과학자들’의 지원을 받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여러 명의 과학자들에게 연락했는데, 처음 연락이 닿은 사람이 물리학자이자 수학자인 클로드알랭 피예 교수였어요. 그는 지금 프랑스 툴롱대학교 이론물리센터에서 일하고 있죠. 피예 교수는 우연히 제 프로젝트를 발견하고 바로 관심을 보였어요. 그리고 아주 친절하게 제 프로젝트 전반을 검증해주겠다고 나섰죠. ‘양자 얽힘’ 연구의 선구자인 니콜라스 지셍과 ‘루프 양자 중력 이론’의 공동창시자인 카를로 로벨리도 제 프로젝트를 여러모로 도와줬습니다.

『퀀텀』을 집필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은 일은 뭔가요?

만화를 창작하는 일을 저는 ‘예술’이라고 부르는데 그건 그 자체로 매우 긴 과정이에요. 여기에 과학을 추가하면 좀 더 어려운 작업이 되죠. 예를 들면 ‘벨의 정리(물리학자 존 스튜어트 벨이 증명한 이론)’를 설명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어요. 과학만화를 창작하는 작업은 마치 동굴 탐험이랑 비슷해요. 들어가서 올바른 길을 찾기까지 시간이 꽤 걸리죠.

과학 대중화를 위해 애쓰신다고 하셨는데, 그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아요. 과학 대중화에 있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뭔가요?

‘대중화’는 ‘단순화’와 거의 같아요. 단순화하는 과정의 대가는 정확성을 조금 잃는다는 것이죠. 저는 과학적인 진술을 최대한 왜곡하지 않으면서 일반적인 생각으로 옮겨 적어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또 하나의 장애물이 있어요. 과학자들이 일반적으로 실험에 동의한다고 해서 실험 해석에도 모두 동의하는 건 아니거든요. 결국 저는 여러 학설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그게 제가 제일 신경 쓰는 일이에요.



“세상에 양자물리학을 완벽하게 이해한 사람은 아직 없다”는 말이 있어요. 양자물리학이 우리 같은 보통 사람에게는 어떤 쓸모가 있을까요?

맞아요. 리처드 파인만이 그런 말을 했죠. 하지만 과학자들은 사실 양자 현상을 매우 정확하게 측정하고 설명할 수 있어요. 문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그리고 왜 그런 일이 일어나는가’에 있죠. ‘양자 얽힘’을 예로 들어볼까요? 서로 매우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두 개의 얽힌 입자는 즉각적으로 자신들의 행동을 동기화할 수 있어요. 우리는 그걸 측정할 수 있죠. 하지만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나는가’에 대해서는 아는 게 거의 없어요. ‘왜 그런 일이 일어나는가’에 대해서는 말하는 사람도 없고요.

우리 인간은 수십억 개의 입자로 이루어져 있어요. 문자 그대로 매분 매초 소용돌이치는 양자 욕조에서 헤엄을 치고 있는 거예요. 양자물리학과 상대성이론은 우리 일상의 장막 뒤에 숨겨진 현실을 드러내 줍니다. 그리고 아주 근본적인 철학의 질문을 던지죠. “우리는 누구인가? 현실이란 무엇인가?” 저는 이런 점 때문에 우리에게 양자물리학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퀀텀』 작가의 차기작을 궁금해하는 독자들이 많아요. 어떤 주제를 생각하고 계시나요?

곧 『Infinix』라는 제목의 두 번째 책이 나옵니다. 제가 다루는 캐릭터들이 우주 무한에서 양자 무한으로 갈아타는 내용의 책이죠. 『퀀텀』의 후속작이지만 독립된 성격을 갖고 있어요. 책을 관통하는 기본 아이디어는 『퀀텀』과 동일하고요. 가볍고 재미있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지식과 과학을 전달할 예정입니다. 한국 독자들과 곧 책으로 만나길 기대합니다!




* 로랑 셰페르(Laurent Schafer) 

언론사 기자로 일하면서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도 활동했다. 과학을 열렬히 좋아하는 그는 이 만화책의 시나리오를 쓰고 그림을 그리면서 과학 대중화 저술가로 첫발을 내디뎠다. 『퀀텀』은 과학에 매료된 작가가 과학 대중화를 위해 각본을 쓰고 그림을 그린 첫 만화책이다.



퀀텀
퀀텀
로랑 셰페르 글그림 | 이정은 역
한빛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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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