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그 아이는 무엇을 못해서 죽었을까
책을 다 읽고 나면 이 노트를 보면서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아이는 무엇을 못했을까. 뭘 못해서 죽었을까.
글ㆍ사진 임나리
2021.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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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호박의 선택 

『기후위기 과학특강 : “도와줘요, 기후 박사!”』

김해동 저 | 한티재



서울환경운동연합에서 ‘도와줘요 쓰레기 박사’라는 이름으로 유튜브 영상을 제작한 일이 있었어요. ‘쓰레기 박사’라는 분이 어떻게 하면 분리수거를 잘 하는 것인가, 아니면 현재 한국의 쓰레기 상황은 어떠한가, 이런 걸 되게 잘 전달해 주신 적이 있었거든요. 저도 그걸 자주 봤었는데, 이 책을 읽어 보니까 같은 곳에서 만든 같은 강의 시리즈였습니다. 그 영상 내용을 가지고 책도 나왔고요. 제가 요새 기후 위기, 기후 재앙, 지구 온난화에 꽂혀 있어서 이것저것 찾아보게 되는데요. 인문, 사회정치 분야의 책은 봤지만 과학 책을 실제로 본 적은 별로 없는 것 같아서 가져와 봤습니다.

혹시 기후가 어떤 뜻인지 아시나요? ‘오랜 기간 동안의 평균적인 날씨’라는 뜻이래요. 평균적인 날씨라는 게 대기에 따라서 결정이 되잖아요. 대기가 저희가 딛고 있는 땅에서 위로 100km 내외 정도의 구간에 있다고 해요. 지구의 반지름이 6400km라고 하는데, 지구라는 커다란 공이 있고 그 공을 얇게 덮고 있는 게 대기라는 뜻이겠죠. 그 얇은 막 때문에 모든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는 거라고 합니다. 이 대기의 78%가 질소라고 하고요. 21%가 산소라고 해요. 나머지 1% 중에서 0.1% 정도가 우리가 온실가스라고 부르는 기체들이래요. 이산화탄소라든가 매탄이라든가. 그런 기체들 때문에 점점 더워지고 있다는 위기가 발생하고 있는 거고요. 만약에 이 0.1% 정도의 가스가 없으면 지구의 평균 기온이 -18도가 될 거라고 추정을 한 대요. 그런데 이 가스들이 조금 더 많아지면 기후 위기가 옵니다.

우리는 기후가 계속 반복된다고 생각을 하는데, 역사적으로 보면 그건 아니래요. 빙하기 같은 것도 있었고, 공룡들이 살아가던 시절에는 지금 평균 기온보다 6도 정도가 높았다고 해요. 우리 생각보다 기후가 아주 급진적으로 많이 바뀌던 시기가 있었던 건데요. ‘그러면 지구 온난화는 문제가 아닌 것 아니냐’라는 의견이 있을 수 있는데, 저자가 짚은 바에 의하면, 기후가 매번 바뀌는 건 맞고 당연한데 그 변화가 정말 너무 빠르대요. 향후 10년간 지구가 어떻게 변할지 모를 정도로 빠른 속도라서 인간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이기 때문에 이것을 위기라고 부른다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과학의 결과물로 이루어진 책이기 때문에 다른 인문 서적보다 더 암울한 느낌이 들고 조금 어려운 내용도 있고 더 머리가 아파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다 읽고 나서 여전히 풀린 건 없지만, 어쨌든 한 번이라도 더 기후 위기가 심각하다는 주제를 곱씹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냥의 선택

『그냥 하지 말라』

송길영 저 | 북스톤



표지를 보면, 언뜻 보면 규칙 없이 나열된 알파벳들 같은데 그 사이에 노란색 동그라미가 쳐진 부분을 읽으면 문장이 완성돼요. ‘DON'T JUST DO IT! YOUR EVERY MOVE IS THE MESSAGE’라고 되어 있는데, 빅데이터 분석 전문가라는 송길영 저자의 아이덴티티를 굉장히 잘 보여주는 디자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무질서해 보이는 어떤 것들 사이에서 맥락, 메시지, 의미를 찾아내는 작업을 하는 분이 아닌가 생각되는데요. 저자 자신은 스스로를 ‘마인드 마이너, 마음을 캐는 사람’이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사람들이 남긴 흔적을 그러모아서 그 속에 담긴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거죠.

저자가 빅데이터 분석 전문가로 활동한지 이십 년 정도 됐다고 해요. 그 시간을 돌이켜 보니까, 자신이 동료들과 함께 연구하고 분석하면서 발견했던 징후들이나 현상들이 그대로 현실화되어 있는 걸 발견했다고 합니다. 그때는 잠깐 나타나는 일부분의 무언가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까 이게 거대한 흐름으로 이어져서 현실을 변화시켰다는 걸 알게 된 거죠. 특히 코로나로 인해서 그 속도가 굉장히 빨라졌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그런 현상을 자주 목도를 하면서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는 생각을 하게 됐대요. 그 일이라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이고 욕망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일어난다는 건데요.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 것 같으냐, 그리고 우리는 거기에서 어떻게 적응해야 하느냐, 이런 얘기를 하고 있는 책이에요.

책을 읽으면서 송길영 저자의 강연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문체도 구어체로 되어 있어서 생각보다 읽기 쉬워요. 전문적이고 어려운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되게 술술 읽히고요. 강연처럼 정말 많은 예시들이 나옵니다. 빅데이터를 통해서 관찰하고 포착한 것들에 대한 다양한 예시가 나옵니다.



한자(황정은)의 선택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은유 저 / 임진실 사진 | 돌베개



이 책이 출간된 해에 <어떤, 책임>에서 캘리 님이 소개를 하셨어요. 또 최근에 ‘혼밥 생활자의 책장’에서도 소개하셨더라고요. 그렇지만 제가 이번에 최진영 작가님의 방송을 준비하면서 다시 읽었고, 읽고 보니까 지금 이 책 말고 다른 책은 도저히 소개할 수가 없어서 ‘도저히 안 되겠다, 이 책과 관련된 이야기 말고는 다른 얘기가 나올 수가 없겠다’ 싶어서 가지고 왔습니다.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은 김동준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하는 두 개의 부로 나뉘어 있습니다. 1부는 ‘김동준’ 2부는 ‘김동준들’이라는 제목으로 묶여 있고요. CJ제일제당 현장 실습생으로 일하다가 2014년 봄에 사망한 고3 학생 김동준 군의 죽음을 중심으로 특성화고 학생들이 겪고 있는 노동현장과 그 노동 조건 때문에 사망한 학생들, 그리고 그들의 죽음을 겪고 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기록한 현장 실습생 르포집입니다.

“고통보다 오래 가는 것은 이 무심한 세계의 지속이다”라는 문장으로 시작이 되는데요. “우리가 먹고 마시고 이용하는 모든 일상 영역에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의 흔적이 남아 있다”라고 은유 작가님은 씁니다. 이런 죽음이 가능한 조건들은 책에서 이렇게 서술이 되는데요. 사회 초년생인 실습생들이 적응 시스템도 없이 현장에 투입되었고 기본적인 노동 조건이 지켜지지 않았고 어른들도 꺼려하는 일이 조직의 최약자인 실습생들에게 할당된 거죠. 그래서 이런 죽음들이 자꾸 일어납니다.

현장 실습생으로 일하는 특성화고 학생들이란 상업고등학교, 공업고등학교를 다니다가 졸업과 취업을 준비하느라고 현장에 실습을 나간 학생들인데요. 막상 실습 배정을 받고 보면 현장의 업무가 자기들이 배운 기술과는 거의 상관이 없는 일일 때가 많고, 맡겨지는 일들도 베테랑 기술자들의 일인 경우가 많은데, 이 학생들이 어른에 대한 예의만 배우고 현장에 나가는 거예요. 그래서 학교, 일터, 가정, 그 어느 곳에서도 자신의 고통을 공적으로 문제 삼는 법을 배우지 못해서 ‘이 일이 부당합니다’ 혹은 ‘위험해서 하기 싫습니다’라는 말을 하지 못하고 다치고 죽는다는 거죠. 저는 이게 사고 원인의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른들이 이 학생들을 마구 부려먹어도 되는 값싼 노동력으로 취급을 하는 거죠. 그리고 현장에 있는 어른들이 이들을 보호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들이 이런 어른들을 겪고, 또 그렇게 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 사회 구조를 겪고, 아주 피폐해진 상태로 사고를 당하거나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경우가 있는 것입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표지를 다시 보게 되는데요. 핑크색으로 ‘Be Happy’라고 적힌 김동준 군의 노트가 이 책의 표지입니다. 제목인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이라는 글자들이 세로로 적혀 있는데 ‘알지’라는 글자가 노트의 바깥으로 나가 있어요. ‘못하는 아이의 죽음’이라는 글자가 김동준 군의 노트에 남아 있는 거죠. 책을 다 읽고 나면 이 노트를 보면서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아이는 무엇을 못했을까. 뭘 못해서 죽었을까. 부자인 부모를 가지지 ‘못하는 아이’, 공부할 환경이 되지 않아 공부를 ‘못하는 아이’, 어른의 부당한 작업 명령에 저항하지 ‘못하는 아이’, 어른의 욕설에 항의하지 ‘못하는 아이’, 자기 고통을 문제 삼는 법을 배우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인 거예요. 이번 주에 출연한 최진영 작가님의 단편 「일요일」은 “나는 지금 겁에 질렸다. 왜냐하면”으로 시작하는 이야기였는데요. 그 단편의 최종장에서 아이는 멈춰버린 기계 앞에 섭니다. 그 아이가 왜 겁에 질렸는지, 왜 그 아이가 일요일에 이야기를 시작했는가는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을 함께 읽어야 완성이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저는 이 책이 2019년에 나왔지만 어른과 청소년 모두한테 일종의 교과서처럼 읽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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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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