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는 한국 드라마 시장의 게임 체인저인가? 파괴자인가?
"현재 한국 드라마 시장은 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5년 전만 해도 수많은 드라마를 토대로 나라별로 한류가 일어났다면 지금은 한류 자체가 넷플릭스에 의존하는 경향이 생겨났습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1.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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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건식 저자

2021년 9월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대성공은 국내에서도 넷플릭스의 명과 암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넷플릭스는 편성, 제작, 유통, 소비 등 모든 면에서 한국의 드라마 시장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 책은 넷플릭스가 국내 드라마 제작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는 최신 보고서다.



이 책을 쓰시게 된 동기가 궁금합니다.

<오징어 게임>과 <지옥>이 세계적인 인기를 얻기 전부터 넷플릭스에서는 <킹덤>과 <미스터 션샤인> 등이 빅 히트를 쳤습니다. 저는 지상파 방송사에서 <성균관 스캔들> 등 드라마를 제작하고, 드라마와 OTT(Over The Top: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연구하는 사람입니다. 넷플릭스가 한국 드라마 시장의 지형을 바꾸는 상황에서 넷플릭스 드라마 제작자들은 넷플릭스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연구한 내용을 널리 알리고자 이 책을 쓰게 되었지요. 

개인적으로 넷플릭스를 알게 된 것은 10년쯤 됩니다. 2011년 연수차 떠난 미국 UCLA에서 프로듀싱을 공부할 때였어요. 수업 과제를 하려면 일주일에 두 편씩 영화를 봐야 했는데 주변에 딱히 볼 만한 곳이 없는 겁니다. 그때 넷플릭스라는 회사를 알게 되었습니다. 보려는 영화 DVD를 주문하면 빨간 봉투에 담아 보내주더군요. 한때 DVD 배송업체로 알았던 회사가 10년이 지나고 나서 한국 드라마 시장에 게임 체인저로 나타났으니 솔직히 이게 뭔가 싶었지요.

일반 독자분들은 넷플릭스를 영화·드라마 구독 서비스 정도로 알고 있을 텐데요. 작가님의 책을 보니 콘텐츠의 편성, 제작, 유통, 소비 등 모든 단계에 관여하는 회사 같습니다. 넷플릭스는 어떤 회사인지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넷플릭스는 1998년 사업을 시작했는데 영화 DVD를 우편으로 배송하는 일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창업 10년을 맞은 2007년에 DVD 배송업의 미래가 어둡다고 느끼고 비즈니스 모델을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로 점차 바꾸었지요. 또 2012년부터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라고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전 세계 190개 국가에서 2억 1400만 명에게 동시에 콘텐츠를 유통하고 있습니다. 방송계의 아카데미상이라는 미국 에미상에서 2021년 44개의 수상작을 낼 정도(전통의 강호 HBO는 25개)로 훌륭한 작품을 많이 만드는 회사입니다.

<킹덤>, <오징어 게임>, <지옥> 등 넷플릭스가 제작비를 부담한 K-드라마가 연일 세계적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가 투자하고 한국 제작진이 만든 드라마가 주목받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먼저 한국 드라마는 인간의 감정을 잘 묘사합니다. 2017년 <굿닥터>가 미국에서 리메이크되어 방송되었을 때예요. 할리우드 잡지 《버라이어티》가 보도하기를 에는 ‘온실 목욕 효과’가 있다고 했지요. 한국 드라마에는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고 심신을 편안하게 해주는 스토리의 힘이 있다는 분석이었습니다. 

또 한국 드라마를 보면 외국 드라마에서는 보기 힘든 ‘섬싱 뉴’, 즉 독창성이 강합니다. 이는 일찍부터 한류를 주목하라고 이야기해 온 사회학자 샘 리처드(펜실베이니아 주립대) 교수도 동의한 부분이지요. 

그리고 가성비가 좋은 점도 중요합니다. 한국 제작진은 미국의 10분의 1로 더 좋은 퀄리티의 드라마를 만들고 있습니다. 가령 미국 드라마 <더 클로저(The closer)>는 회당 281억 원으로 제작비가 가장 많이 든 사례인데, 한국에서 고액의 제작비로 화제가 된 <스위트홈>이 회당 30억 원입니다.

책에는 국내 드라마 작가, 연출, PD, 제작사 대표 등 여러 현장 전문가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담겨 있습니다. 제작 현장에서는 넷플릭스의 과감한 투자를 어떻게 보고 있나요?

제작 현장에서는 넷플릭스의 투자를 매우 고맙게 여기고 있습니다. 한국의 드라마 시장만으로는 규모의 경제가 안 되기에 넷플릭스의 투자가 필수이기는 합니다. 이들의 투자 덕분에 다양한 스토리의 작품과 블록버스터 제작이 가능해졌습니다. 그런데 넷플릭스가 들어오면서 국내 제작비가 급격하게 올라갔어요. 이제는 넷플릭스의 선택을 받지 못한 드라마는 제작이 쉽지 않아졌습니다. 또한 넷플릭스가 저작권을 독점하는 것에 불만이 있습니다.

그렇게 넷플릭스의 투자에 의존하다 보면 국내 드라마 산업이 해외 자본에 종속될 우려는 없을까요? 말씀하신 대로 넷플릭스가 제작비를 넉넉히 주는 대신 저작권을 완전히 가져간다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지금처럼 넷플릭스가 한국 드라마 시장을 장악해 간다면 국내 드라마 산업은 글로벌 OTT인 넷플릭스에 종속될 우려가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은 국내 기업과 상생하기보다 파괴적으로 행동할 수 있습니다. 항상 이를 주의해야 할 것입니다. 

넷플릭스만이 아니라 할리우드의 글로벌 미디어 기업은 저작권을 100% 소유하려는 게 기본 방침입니다. 그런데 넷플릭스의 투자를 받은 한국 드라마는 주문자(넷플릭스)가 설계하고 우리는 제작만 맡는 OEM 방식이 아닙니다. 한국의 드라마 제작사가 기획과 제작을 모두 맡는 ODM(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 방식이기에 넷플릭스 측에서 저작권을 다 가져가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적어도 지금 미국에서 시행하는 것처럼 재방송되거나 해외에 판매되거나 스트리밍 서비스에 판매되면 작가와 감독에게 일정액을 지급하는 저작인접권료(residuals) 계약을 한국에도 적용해야 할 것입니다.


유건식 저자

작가님은 국내 지상파 방송사 소속이십니다. 어찌 보면 넷플릭스는 경쟁자이기도 한데요. 국내 방송사들은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나요?

국내 방송사들은 제작 측면에서 넷플릭스를 매우 위협적인 상대라고 생각합니다. 막대한 자본을 무기로 국내 제작사들을 줄 세운 뒤부터 국내 방송사로는 우수한 기획안이 잘 들어오지 않고 있습니다. 

더구나 방송 3사는 ‘웨이브’를 운영하고 있는 만큼 넷플릭스는 국내 시청자층을 놓고 직접 경쟁하는 적대적인 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러면서도 방송사들도 넷플릭스의 자본이 필요한 건 또 사실이에요. 그래서 <동백꽃 필 무렵>이나 <연모>처럼 방송사별로 1년에 드라마 한두 개 정도는 넷플릭스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한국 드라마 시장의 발전 방향에 대해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면서 올드미디어는 지고 뉴미디어가 뜨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올드미디어에게도 존재 가치는 분명히 있습니다. “오래되었다고 유행에 뒤처지는 것은 아니다(Old doesn’t mean out of style)”라는 격언이 이를 잘 드러냅니다. 넷플릭스에게 장르물적인 성향이 강한 것처럼 한국 드라마도 나름의 강점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입니다. 

현재 한국 드라마 시장은 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5년 전만 해도 수많은 드라마를 토대로 나라별로 한류가 일어났다면 지금은 한류 자체가 넷플릭스에 의존하는 경향이 생겨났습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균형도 고려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제작비 수준이 한국의 시장 규모를 넘어선 만큼 적정 제작비로 드라마를 만들려는 노력과 함께 글로벌로 진출해 수익을 확보하려는 양면 전략이 요구됩니다. 




*유건식

현재 KBS 공영미디어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2007년 KBS BM 1호로 선발되어 <성균관 스캔들>(2010) 등을 프로듀싱했으며 <학교2013>을 공동 제작했다. KBS 아메리카 대표(2015~2017)로 재직할 때 한국 드라마 사상 최초로 <굿닥터>를 미국 ABC의 2017/2018 시즌으로 리메이크시켰다. 미국판 <굿닥터>는 시즌5가 2021년 9월부터 방영하는 중이다.

2011년 UCLA 익스텐션(Extension)에서 ‘프로듀싱’과 ‘엔터테인먼트 매니지먼트’ 자격을 취득하고, 2015년 광운대학교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넷플릭스와 관련해 『넷플릭소노믹스』(2019, 2019년 방송학회 저술상)를 쓰고, 『넷플릭스 효과』(2020)를 옮겼다.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시장을 바꾸다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시장을 바꾸다
유건식 저
한울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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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