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데코의 사적인 안주 교실』은 술 취해도 만들 수 있는 히데코식 초간단 안주 50가지를 담고 있다. 고추장아찌 파스타부터 그리스식 도미구이까지, 어느 술에나 어울리고 언제 먹어도 맛있는 히데코의 매일 안주만을 그러모았다. 한식, 일식, 스페인식 등 딱 가를 수도 없고, 교과서적인 정통 레시피라고도 할 수 없다. 식사인지 안주인지, 안주인지 해장요리인지 분간도 어렵다. ‘토마토 팍시’에 대해서는, “커피랑 탄산수랑 먹으면 식사고, 와인이랑 먹으면 안주고, 뭐 그런거 아니겠어요?”, ‘히데코 스타일의 반세오’를 말할 땐, “여행 가고 싶은데 못 갈 때는 괜히 외국 술안주로 느낌만 내요. 반세오가 그런 음식이죠. 술도 그 나라 것으로 곁들여서...”, 화이트와인 버섯밥을 낼 땐, “와인을 좀 마셨으니 와인 육수로 밥을 지었어요. 맛의 흐름은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탄수화물로 든든하게 마무리되는 느낌일 거예요.”라고 설명하는 이가 바로 히데코다.
늘 분주히 집필하시는 것 같아요. 더구나 술안주 책은 이미 여러 권 출간하신 걸로 아는데, 이번에 또 술안주를 엮었네요?
맞아요. 또 술안주 책이에요. 제가 가장 자신 있는 분야거든요. 다만 이전 책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책 제목에도 드러냈지만 지극히 사적인 안주를 담았다는 점이에요. 책을 쓰고 메뉴를 개발할 때면 늘 요리연구가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일종의 중압감 같은 게 있어요. 정통 레시피이거나, 혹은 전에 없던 새로운 레시피이거나. 이것도 충분히 가치 있는 결과물이지만, 저도 그냥 사람이고, 아내고, 엄마다보니 집에서 늘 그렇게 제대로 요리하지는 않거든요. 이번 책은 최대한 힘을 뺐어요. 요리 선생 히데코를 잠시 내려놓고, 친근한 수자 언니가 되어 독자들과 만나려 해요. 제 한국 이름이 ‘중천수자’라, 지인들이 수자 언니라 부르거든요. 이들과 숱한 밤 나눈 술과 안주, 이야기를 담은 소탈한 책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제자나 지인들 사이에서 소문난 애주가라고 들었어요. 술을 어느 정도 좋아하세요?
술을 상당히 즐깁니다. 저는 어떤 음식을 먹더라도 ‘이 음식과는 어느 술이 어울릴까?’ 생각하고 조합해보는 걸 아주 좋아해요. 물론 맛있는 술을 마주해도 곁들일 음식부터 생각하고요. 술이 없이 훌륭한 음식을 먹는다는 건, 적어도 저한테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얼마 전에 누가 재미있는 질문을 했는데, 미슐랭가이드 최고 등급을 받은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서 술 없이 최고의 정찬을 먹는 것과, 집에서 정어리 통조림에 딱 한 잔의 맛있는 와인을 곁들이는 것, 둘 중 무엇을 택하겠냐고요. 저는 단연코 후자입니다. 술 없이는 그 어떤 산해진미도 완전한 맛을 낼 수 없다고 생각해요.
요즘 홈술, 또 혼술이 대세예요. 시대상이 엿보이기도 하고요. 홈술, 하세요? 혼술은요?
홈술은 매우 즐기지만 혼술은 절대 하지 않아요. 그저 제 취향이죠. 예전에는 10명 안팎의 사람들과 모여 소위 파티 즐기는 걸 좋아했는데, 요즘은 주로 4인 모임을 갖다 보니, ‘홈술을 즐기기에 4인이 참 좋은 구성이구나’ 생각하게 돼요. 더 많이 눈을 맞출 수 있고, 상대의 얘기에 더 귀 기울이게 되고요. 사실 이 책은 이러한 소규모 모임에서 제가 주로 만들어 낸 안주들을 담고 있어요. 술 마시며 한창 떠들다 보면 배는 살짝 고픈데 이야기의 흐름은 끊고 싶지 않을 때 있잖아요. 그때 살짝 일어나서 물 떠오듯 후다닥 먹을거리를 하나 마련해 오죠. 짧으면 5분, 길어야 10분! 그래도 맛과 품격은 히데코스러워야죠. 아, 그리고 혼술, 전 혼술을 하지 않아요. 그렇다고 매일 사람들과 어울릴 수도 없고. 그래서 늘 제게 최고의 술 친구가 되어주는 건 남편이랍니다.
그럼 애주가 히데코가 가장 선호하는 주종은요? 그리고 가장 즐겨먹는 안주, 절대 먹지 않는 안주도 궁금해요.
와인을 가장 좋아해요. 2~30대에 유럽에서 보낸 시간들이 여전히 저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죠. 화이트와인, 특히 부르고뉴 지역의 화이트와인을 즐깁니다. 그 다음은 샴페인, 칵테일, 위스키, 사케, 맥주, 막걸리 순으로 정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참, 한국 전통주 중에 증류 소주는 참 좋아해요.
저의 최애 안주를 많이들 궁금해 하시는데,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양질의 한우 몇 점을 기름 없이 구워서 시어머니가 짜 주신 참기름과 소금만 찍어 먹는 걸 가장 좋아해요. 가끔은 냉장고 속 채소를 꺼내서 가볍게 겉절이를 만들어 곁들이기도 하고요. 너무 간단한가요?
한국 음식은 대체로 다 좋아하는데 삭힌 홍어는 아직도 적응 불가 메뉴예요. 20년 전 쯤, 회식 자리에서 홍어삼합집을 간 적이 있는데, 가히 충격적이었죠. 소주의 화학적인 맛도 여운이 그리 좋지 않았는데, 그보다 더 강한 홍어의 맛과 향, 그리고 그 식감은 제 입안에서 절대 융화되지 않는 조합이었답니다.
술안주용으로 가장 좋아하는 식재료는 뭔가요? 그리고 집에 쟁여두면 유용한 술안주 아이템 몇 가지만 추천해주세요.
안주든 식사든, 물론 저는 경계가 없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식재료는 올리브오일과 각종 허브예요. 특히 질 좋은 올리브오일은 세상 어떤 음식도 다 맛있게 만들어주거든요. 무조건 비싸다고 좋은 건 아니니 다양한 올리브오일을 경험해보고 자신의 입맛에 꼭 맞는 걸 찾아보세요.
상비 재료는 정어리 통조림, 튜브 명란, 피데기를 꼽을게요. 스페인에 있을 때 자주 먹었던 정어리 통조림인데, 요즘은 국내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거든요. 캔을 따서 그냥 그대로 와인 안주로 즐길 수 있고, 빵이나 비스킷에 올려서 먹기도 해요. 책 속 메뉴인 정어리 모차렐라구이도 이 통조림 하나 뜯어서 피자치즈를 올려 구워낸 초간단 요리입니다.
튜브 타입의 명란도 활용도가 정말 높아요. 생명란을 매번 손질하는 것도 사실 번거롭거든요. 튜브 명란 제품을 사두면 달걀찜이나 달걀말이, 파스타, 샐러드 등에 손쉽게 활용할 수 있죠. 오징어, 문어, 한치 등을 반만 말린 피데기도 냉동실에 저장해두기 좋아요. 해동해서 그냥 먹어도 되고, 버터에 살짝 굽기만 해도 풍미 좋은 술안주가 된답니다.
책 속에 소개된 5분컷 술안주 한 가지만 소개해주세요.
‘이걸 요리라 할 수 있을까’ 싶은 메뉴가 꽤 있어요. 정작 맛보면 완전히 매료되고, 레시피를 알고 나면 당장 따라하게 되는 메뉴거든요. 허브 두부 카나페가 대표적이죠.
두부를 굽거나 데치지 않고 그대로 썰어 각종 허브를 취향껏 얹어낸 요리인데, 이래봬도 제 술안주반 수강생들이 가장 극찬한 메뉴랍니다. 책에는 딜 토핑, 방아 토핑, 대파 토핑만 등장하는데, 집에 있는 허브들을 다양하게 활용해보세요. 대파 대신 쪽파나 부추 같은 흔한 식재료도 좋고, 고수도 아주 매력 있죠. 서양 식재료는 올리브오일에, 우리 식재료는 참기름에 버무리면 한 접시 안에서도 각종 오일들의 풍미에 정신없이 취하게 될 거예요. 소금을 넉넉히 넣는 것도 중요해요. 심심한 두부의 간을 잡아줘야 하거든요.
이밖에 올리브볶음, 옥수수 간장 버터볶음, 부추 베이컨 달걀볶음, 닭모래집 로즈메리볶음 등 볶음 요리들이 요리 초보자들도 쉽게 따라해 볼 수 있는 초간단 안주들이랍니다.
술이 거나하게 취할수록 은근히 출출해지더라고요. 가벼운 샐러드도, 묵직한 고기 요리도 충분히 즐겼다면 그 다음엔 어떤 메뉴가 좋을까요?
이럴 땐 뭐니 뭐니 해도 탄수화물이죠. 책 속에 화이트와인 버섯밥이라는 메뉴가 있어요. 조금 과장을 하자면, 저는 이걸 만들어 먹고 싶어서 가을을 기다릴 정도죠. 갖가지 버섯으로 솥밥을 짓는데, 여기에 와인을 넣어서 밥 양념을 해요. 보통은 멸치육수나 가다랑어육수를 쓰잖아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와인을 어느 정도 마신 상태에서 와인 육수로 밥을 하면 맛의 흐름은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탄수화물로 든든하게 마무리되는 느낌이 들어요. 꼭 경험해보세요.
그리고 술을 거하게 마신 날에는 마지막 즈음에 반드시 해장을 위한 메뉴를 꼭 챙겨 먹는 스타일이에요. 조개탕은 저의 최애 해장 메뉴이자 안주죠. 최대한 깔끔하게 끓이되, 청양고추는 꼭 넣어야 제 맛이 나요. 술 다 마시고 나서 마지막에 입가심으로 이 조개탕을 한 그릇씩 마시면 다음 날 확실히 속이 편안하다는 걸 느낄 수 있답니다.
*나카가와 히데코 일본에서 태어나 프렌치 요리사 아버지 밑에서 자란 그녀는 어릴 적 독일, 스페인 등에서 살았고 언어학, 국제관계학 등을 공부했지만 결국 아버지 뜻대로 요리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20여 년 전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한국으로 귀화, 두 아들 을 두고 있으며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얻은 수많은 레시피를 바탕으로 연희동에서 요리 교실을 운영 중입니다. 『셰프의 딸』, 『맛보다 이야기』, 『지중해 샐러드』, 『지중해 요리』, 『히데코의 연희동 요리 교실』 등 요리와 에세이를 넘나드는 책을 썼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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