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힘들게 하는 일은 어쩌면 이렇게 다양한지, 매일 다른 괴로움과 짜증과 분노가 찾아옵니다. 그리고 그날그날의 기쁨이 또 그것을 씻어주지요. 아프고 싫은 일이 백만 가지쯤 되어도 하나의 행복한 일이 순식간에 전부를 치유하기도 해요. 하나씩 꼽아보면 그 모든 것은 결국 ‘아름다움’으로 향하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의 아름다움은 어디에서 오나요? 최근의 저는, 대부분은 자연에서 얻고요, 드물게는 사람의 빛으로부터 발견하고, 역시 가장 가까이에 두고 찾는 것은 좋은 노래와 그림, 영상과 문장입니다. 여기, 나누고 싶은 아름다움을 가져왔습니다. 부디 언젠가 이것이 당신의 세상을, 오늘을 구하기를 기대하면서요.
김보영 저 | 아작
김보영 소설가의 초기작 10편을 모은 작품집입니다. 그는 한국 SF 작가로는 처음으로 전미도서상 후보에 올랐고요, 봉준호 감독이 보낸, “김보영의 소설은 이미 그 자체로 숨막히게 아름다운 한 편의 영화다.”라는 찬사의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설명이 길었습니다만, 다 떼고, 이 소설들은 아름답습니다. 읽으면 납득하실 거예요. 수록 순서대로 보시면 「지구의 하늘에는 별이 빛나고 있다」를 처음으로 만나실 텐데요, 읽으면서 아름답다는 말을 육성으로 불쑥 하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다음 소설들을 이어 읽을 수밖에 없게 됩니다. 세상의 앞면과 뒷면, 익숙함과 낯섦의 경계에서 독자의 세계를 확장시키는 이 빛나는 이야기들을 만나보세요.
그리고 그들은 하늘에서 별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손가락으로 짚으며 별 하나하나를 헤아릴 수도 있을 것이다. 별 하나하나의 색깔과 크기와 밝기를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천문학자가 아닌 사람들도 별들에 이름을 붙일 것이다. 별의 위치를 기억하고, 별과 별을 이어 그림을 그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 그림을 보며 다시 이야기를 붙일 것이다. 지구에서는 별 하나하나가 신의 이름을 가질 것이다. 하늘의 별만큼이나 다양한 신들이 있을 것이다.
_『다섯 번째 감각』, 「지구의 하늘에는 별이 빛나고 있다」 중에서
권누리 저 | 봄날의책
『한여름 손잡기』는 권누리 시인의 첫 시집입니다. 저는 이 시들을 곳곳에 숨은 생의 빛을 찾아내는 문장들로 읽었습니다. 위에서 내리꽂는 쨍한 빛보다는 그늘 옆 바닥에 조용히 내려앉은 빛, 무언가에 부딪혀 제 색은 조금 잃고 대신 그것의 색을 덧입은 빛이요. 유리알 같은 시어들이 그동안 쌓아왔던 마음의 찌꺼기들을 정화합니다. 이렇게 발견되는 슬픔이며 방황이며 사랑이라니, 안심합니다. 표지의 그림과도 분위기가 아주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시집입니다.
아직도 생의 무한한 나선계단을 돌아내려가고 있다니
납작한 지구 위에 더 납작하게 엎드려 회전을 인내하는 마음, 언니는 알까?
나 더 위협적으로 굴려고
투명한 바닥 위에서 쿵쿵 뛸 거야
_『한여름 손잡기』, 「내비게이션 미래」 부분
루이스 캐럴 저 / 살바도르 달리 그림 / 이순영 역 | 문예출판사
받아 드는 순간 이미 눈을 사로잡는 책이지요. 문예출판사와 예스24가 『돈키호테』에 이어 두 번째로 선보이는 살바도르 달리 에디션입니다. 환상 문학의 효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초현실주의 거장 살바도르 달리의 만남,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살바도르 달리 에디션』을 국내 최초로 번역 출간했어요. 책에는 살바도르 달리의 컬러 삽화 12점 외 다수의 스케치와 작품을 수록했고요, 독서의 깊이를 더할 서문 두 편도 함께 실었습니다. 앨리스와 달리, 그야말로 환상적인 이 만남이 당신을 다시 원더랜드로 초대합니다!
앨리스! 너의 보드라운 손으로
이 천진난만한 이야기를 가져다
어린 시절의 꿈들이
추억이라는 신비한 끈으로 엮인 곳에 놓아두렴,
머나먼 땅에서 꺾어 온
순례자의 시든 꽃다발처럼.
_『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살바도르 달리 에디션』 중에서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박형욱(도서 PD)
책을 읽고 고르고 사고 팝니다. 아직은 ‘역시’ 보다는 ‘정말?’을 많이 듣고 싶은데 이번 생에는 글렀습니다. 그것대로의 좋은 점을 찾으며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