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오은) : 오늘 주제는 ‘‘일명 ‘뼈살책’, 우리의 뼈와 살이 되는 책”입니다.
캘리 : 저는 중간에 책을 한 번 바꿨어요. 이번에는 고민이 많이 되더라고요.
프랑소와 엄 : 저는 저의 뼈를 때렸고, 읽다 보니까 결국 그게 살이 된 책을 가지고 왔습니다.
캘리가 추천하는 책
루이스 세풀베다 글 / 이억배 그림 / 유왕무 역 | 바다출판사
<옹기종기>에 정혜윤 작가님 나오셨을 때 이 작가님을 열정적으로 영업해주셨죠. 바로 그 루이스 세풀베다의 동화입니다. 먼저 갈매기 ‘켕가’의 이야기를 시작해야 돼요. 켕가는 비행하면서도 저 바다 아래에 정박되어 있는 선박에 꽂혀 있는 깃발 관찰하는 걸 좋아하는, 그 깃발 하나 하나가 다른 언어로 되어 있다는 것도 자각하는 지적인 암컷 갈매기예요. 켕가는 곧 있을 전 세계 갈매기들의 회합을 아주 기대하고 있어요. 켕가의 무리도 그 회합 장소로 가는 중인데요. 가는 데까지 한참이라 배를 채워야 되잖아요. 마침 청어떼를 발견하고, 켕가는 무리들과 아주 기세 좋게 사냥을 하면서 배를 채우죠. 실패도 없어요. 백발백중입니다. 네 번째 사냥을 위해 물속으로 잠수를 했는데요. 그때 갑자기 피하라는 긴박한 위험 신호가 퍼져요. 하지만 켕가는 잠수를 했기 때문에 그 소리를 못 들었죠. 켕가가 물 밖으로 머리를 올렸을 때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어요.
놀란 켕가가 빨리 무리를 따라 날아가려고 하는데 날개가 안 펼쳐지는 거예요. 알고 보니 켕가의 온몸에 선박에서 흘러나온 기름이 뒤덮여 있었어요. 하지만 이 지적이고 의지 강한 켕가는 여기서 이렇게 죽을 수는 없다, 날아야겠다, 하는 생각으로 계속 날갯짓을 해요. 조금 날았다 바다로 추락하기를 반복하다 마침내 조금 날아 바다를 벗어나는데요. 안타깝게도 기력을 완전히 소진해서 결국은 다시 추락을 하죠. 추락한 곳이 멋쟁이 고양이 ‘소르바스’가 사는 발코니였어요. 소르바스는 느긋하고 다정한 고양이거든요. 켕가가 기진맥진한 목소리로 자기는 곧 죽을 거니까 내가 낳을 알을 먹지 말고, 태어날 때까지 보호해달라고, 그리고 새끼 갈매기한테 나는 법을 가르쳐준다고 약속해달라고 하죠.
소르바스는 사실 이 불쌍한 갈매기가 완전히 미쳤다고 속으로는 생각해요. 그래도 약속을 하는데요. 소르바스는 약속을 지키는 고양이였어요. 그리고 소르바스가 사는 항구 도시의 고양이들은 모두가 새끼 갈매기의 보호자가 되는 거예요. 행운아라는 의미의 ‘아포르뚜나다’라는 이름을 붙여주면서 말이에요. 사실 제목이 스포죠. 근데 결말을 짐작하고 읽는데도 엄청난 감동이 있더라고요. 힘든 상황 안에서도 어떻게든 희망을 만들어낸다는 것, 그리고 서로에게 뼈와 살이 되는 경험을 주고받는다는 것이 너무 소중하게 느껴지는 작품이었어요.
너는 살아가면서 많은 것들 때문에 행복을 느낄 거야. 어떤 때는 물이라고 하는 것이, 어떤 때는 바람이라는 것이, 또 어떤 때는 태양이라고 부르는 것이 바로 그런 것들이란다.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은 비가 내린 다음에 찾아오는 것들이지. 일종의 보상처럼 말이야. 그러니 자, 이제 비를 온몸으로 느껴봐. 날개를 쫙 펴고서 말이야.
불현듯(오은)이 추천하는 책
이혜미 저 | 창비
코로나 상황이 길어지면서 의외로 요리에 관심을 붙인 분들이 많이 계신 것 같아요. 이 책은 말 그대로 뼈와 살이 되게 하는 책이에요. 식재료에서 시작해 요리로 완성되는 책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고요. 이혜미 작가님의 프로필이 인상적이라 소개하고 싶어요. 단정하게 딱 세 줄로 쓰였습니다. ‘시인. 옥탑에서 식물들과 함께 산다. 시집 『보라의 바깥』, 『뜻밖의 바닐라』, 『빛의 자격을 얻어』가 있다.’ 시인도 시인이지만 중요한 부분은 ‘옥탑에서 식물들과 함께 산다’는 부분 같아요. 이 책을 다 읽으면 한 계절이 아니라 1년 내내 한 시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이제 혼자 껴안고 있던 솥을 내려놓고 함께 마주할 식탁을 향해 걸어온 것 같아요. 요리를 통해 조금 더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주어진 순간들을 공들여 매만져 하나의 최선을 만들어내는 기쁨으로. 그래서 저에게 그릇에 음식을 담는 행위와 종이에 글씨를 올리는 일은 때로 구별되지 않습니다. 요리는 접시에 쓴 시, 시는 종이에 담아낸 요리 같습니다.
시인의 예리하고 따뜻한 시선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마주하는 식재료들을 다르게 바라보게 해주는 것 같아요. 첫 번째 꼭지가 ‘아보카도’인데요. 아보카도에 대해서 쓴 두 줄의 문장이 어떻게 이런지 모르겠어요. “이제 막 열리기를 기다리는 사건이 있다. 손 안에서 함부로 뭉개지는 작정들이 있다.” 당근을 이야기할 때도 이렇게 이야기를 해요. “슬픔에 빠져 주위가 암담할 때 당근을 생각한다. 자신이 화려한 색을 지닌 것도 모른 채 땅 속에 잠겨 있는 형광빛의 근채류 식물.” 이런 묘사가 엄청나게 많아서 죽어 있던 신경이 깨어난 느낌을 가져다주고요. 그 사이 사이 어떤 요리를 만들 것인지 고민하고, 오늘 찾아오기로 한 사람의 이야기를 해주기도 하고, 그것들이 시인의 일상과 결합되면서 묘한 어떤 여운을 남겨주는 책이에요.
사실 식재료를 탐구하는 마음은 무수히 많은 어떤 것들 사이에서 무언가를 헤아리는 마음 같아요. 저는 시를 쓰는 것도 엄청나게 시끄럽고, 볼 것도 많고, 들을 것도 많은 이 세상에서 남들이 알아봐 주지 않는, 보잘것없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헤아리는 마음 같거든요. 그래서 시인이 쓴 에세이가 좋은 것이 아닐까 싶고요. 뼈처럼 단단한 문장, 살처럼 부드러운 문장, 피처럼 순환하는 문장이 한가득인 책이니까요. 봄에 읽으시면 좋을 것 같아요. 흔히 ‘끼니를 때운다’는 표현을 하지만 이 책은 나를 위해서 정찬을 차려서 스스로를 대접하고 싶어지게 하는 책이었거든요. 이 책을 읽고 우리 다 스스로를 환대하는 마음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프랑소와 엄이 추천하는 책
조기현 저 | 이매진
최근에 돌봄에 관련된 원고를 요청 받았는데요. 너무 좋은 기획이었지만 일정상 거절을 해야 했어요. 관련해서 참고 도서가 여러 권이 있었거든요. 다른 책들은 제가 알거나 이미 읽었던 책인데 이 책은 처음 알았어요. 그래서 바로 읽게 됐습니다. 진짜 너무 슬프게 읽었고요. 너무 몰입해서 읽었어요. 정말 제 뼈를 때리는 듯한 느낌이 진심으로 들었는데요. 그러면서도 마지막 장까지 읽었을 때는 그래도 내가 이제 단단해질 수 있겠다, 생각이 들면서 살이 붙는 느낌도 들었어요. 요즘 고단백 음식을 먹으려고 굉장히 노력하는데 이 책은 비건도 먹을 수 있는 단백질 같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목의 의미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설명해드리면 ‘매우 젊다’는 뜻의 ‘새파랗다’가 우선 있고요. ‘새로운 물결’을 뜻하는 ‘새 파란’으로 해석할 수도 있어요. 그런 의미를 담아 제목을 지었다고 합니다. 혹시 ‘영 케어러(Young Carer)’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으실지 모르겠어요. 만성적 질병, 장애, 정신적 문제, 알코올이나 약물 의존 등을 겪는 가족을 돌보는 18세 미만의 아동이나 젊은 사람을 부르는 말이거든요. 저자 조기현 작가님도 영 케어러신데요. 영화 감독, 댄서, 작가를 꿈꾸던 작가님이 20살 때 아버지가 쓰러지시면서 치매가 시작된 아버지를 10년 넘게 돌보고 있는 중이세요. 첫 책이 『아빠의 아빠가 됐다』고, 이번이 두 번째 책입니다. 작가님은 이 책에서 아픈 가족을 돌본 경험이 있는 영 케어러 7명을 만나죠. 돌봄하는 시민의 자격으로, 돌봄 노동과 돌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책을 통해 기록을 하고 있는 거예요.
돌봄을, 가족을 사랑해서 당연히 해야 된다고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환경에 놓인 사람도 있잖아요. 너무 어려운 사람도 있고요. 국가에서 보장되고 있는 부분들도 있지만 이것도 저것도 받을 수 없는, 지원의 공백에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는 제도가 과연 있는지 많이 생각했고요. 돌봄을 너무 사적 영역으로만 생각하면 자신의 생애 과업이나 이런 걸 포기하고 들어가야 되잖아요. 때문에 사회적 자원이 너무너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당장 특별한 질병을 겪고 있는 가족이 없을 수도 있고, 돌봄에 특별한 관심이 없으실 수도 있지만 상황은 정말 순식간에 찾아오고, 내 삶이 갑자기 달라질 수 있거든요. 때문에 돌봄이라는 것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아요. 학교에서도 초등학교 때부터 돌봄에 대한 교육을 해야겠고요. 당분간 이 책은 잊지 못할 것 같은데요. 의료계에 종사하시는 분들이나 사회복지 하시는 분들 공무원 분들이 꼭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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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선
읽고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