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훈 교수는 학부에서는 철학, 석사는 방송, 박사는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했다. 융복합의 실천적 삶을 즐기는 광운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사용자 경험(UX)을 분석함으로써 마케팅과 정책에 대한 실행 프로젝트를 제안하는 것을 주요한 연구 분야로 삼고, 『가상현실 개념사전』, 『스마트 시티, 유토피아의 시작』 등의 책과 함께 ‘메타버스, 인공지능, 미디어’ 등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주제로 '너 때는 말이야 시리즈'를 집필했다. 가장 최근에 출간된 해당 시리즈의 도서는 『로봇, 너 때는 말이야』이다.
『너 때는 말이야』는 어떻게 시작된 시리즈일까요?
2019년에 제가 쓴 『스마트 시티, 유토피아의 시작』이라는 책이 출간됐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가 사는 공간과 그 공간에서 우리의 삶이 어떻게 변화할지를 그린 책이었죠. 그런데 생각해보니, 막상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인공이 될 우리 MZ 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책은 많지 않은 것을 발견했어요. 그래서 MZ 세대를 위한 청소년판, '스마트 시티' 책을 내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그 아이디어를 구체화해서 ‘미디어’, ‘메타버스’, ‘인공지능’, ‘로봇’, ‘모빌리티’라는 다섯 개의 주제로 나누기로 했죠. 이 다섯 개의 주제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표하는 키워드면서도, 우리 MZ 세대 친구들이 관심을 둔 주제라고 생각했거든요.
작가님께서는 줄곧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주제를 책과 연구로 다루시는 것 같은데요, 이 분야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제가 공부한 전공들에는 일관성이 없습니다.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다 보니까 그렇게 됐는데요.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과정을 되돌아보니까, 제가 좋아하고, 잘하면서도, 미래에 대한 관심을 잘 접목한 것 같아요. 영화를 보더라도 공상과학 영화를 좋아하다 보니 미래 사회를 많이 생각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언가를 사용하다가 ‘결국 제일 중요한 것은 사용자구나’라는 생각으로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을 연구했어요.
기존에 있는 것을 어떻게든 바꿔보려는 시도가 테크놀로지에 대한 관심을 촉발했고요. 결국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추상적인 미래의 무언가가 아니라, 내가 지금 생활하고 있는 모든 것에 테크놀로지를 담아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점에서 호기심과 탐구, 직접 행동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향이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책을 쓰게 된 원동력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너 때는 말이야』 시리즈 다음 도서의 소재로 생각해두신 게 있을까요? 있다면 몇 가지 소개해주시고 그 이유도 들려주세요.
계속해서 『너 때는 말이야』 시리즈를 쓰고 싶어요. 블록체인, 플랫폼, 공유경제 등의 주제는 기술의 중요성뿐만 아니라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서 생각할 점을 많이 던져 줍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 MZ세대 친구들에게 단지 지식만이 아니라, 태도의 전환을 불러일으키고 싶습니다. 제게 아주 뜻깊은 경험이 있는데요. 영상을 전공하고 싶어 하던 고등학생, 대학생 친구들이 『너 때는 말이야』 시리즈를 보고 인공지능과 게임엔진을 공부하는 것으로 방향을 전환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전하곤 합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되, 테크놀로지의 발전과 산업의 흐름을 고려해서 새로운 길을 찾은 거죠. MZ세대 친구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작은 도움이라도 주는 게 제가 글을 쓰는 유일한 목적입니다.
학사는 철학, 석사는 방송, 박사는 HCI, 이후에는 컴퓨터사이언스를 전공한 조금 특별한 이력을 지니셨는데요, 어떤 전공이 가장 흥미로웠는지, 최근 연구와 관심사에 도움이 되는 전공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여러분은 ‘사용자’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저는 ‘사용자’라는 단어가 고귀한 가치를 품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 어떤 것이든지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고, 이들을 위해서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처럼 숭고한 것이 있을까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사람에 대한 이해가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철학이든 심리학이든, 커뮤니케이션학이든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접근법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여러분이 관심 있는 기술을 적용하면 되는 것이죠. 즉, 사람을 이해하고 기술을 이해한다면 여러분은 어떤 분야에서 무슨 임무든지 잘 수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 외에도 사람을 이해하는 게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기본 조건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작가님의 유튜브 채널인 <너 때는 말이야!>를 보면 ‘불수능 풀이’ ‘줌 수업 때 싫어하는 학생’ ‘이세계 아이돌’ 등 MZ세대 극 공감 콘텐츠가 많은데, 이런 콘텐츠는 어떻게 기획되고 만들어지는지요.
『너 때는 말이야』 시리즈를 쓴 동기가 우리 MZ세대 친구들에게 ‘나 때’가 아닌 ‘너 때’ 즉 다가올 미래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인데요. 생각해보니 우리 MZ세대 친구들은 책보다는 영상이 더 익숙하잖아요. 그래서 책도 좋지만, 영상세대인 MZ세대 친구들에게 유튜브로 다가가 보자고 생각했어요. 유튜브 채널의 기본적인 원칙은 각 분야의 전문가를 모셔서 이야기를 듣는 것이지만, 주말에 업로드되는 영상은 MZ세대 친구들을 이해하자는 생각으로 가벼운 체험 시리즈물을 만들게 됐어요. 그래서 나온 첫 번째 영상이 ‘불수능 풀이’였는데 이 영상이 큰 사랑을 받았죠. 사용자 경험의 핵심은 공감입니다. 공감을 바탕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노력합니다.
작가님의 책과 유튜브 콘텐츠 중 청소년 독자들이 가장 많이 호응하는 주제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최근에 가장 인기 있는 주제는 역시 메타버스인 것 같습니다. 가상현실이라고 말해도 좋고요. 우리 친구들은 콘텐츠에 관심이 많습니다. 게임이든 유튜브든, 넷플릭스든 우리의 일상생활을 보면 일할 때와 공부할 때를 제외하고 가장 자주 그리고 오랜 시간 접하는 게 바로 콘텐츠죠. 콘텐츠는 시대를 반영합니다. 20세기 초 무성영화를 시작으로 흑백TV, 컬러TV, 아이맥스, OTT 등 기술의 발달은 새로운 콘텐츠를 소개하죠. 현재 우리 친구들이 가장 친근하게 접하는 것은 유튜브나 트위치, 게임이지만, 5G 네트워크의 확장과 디바이스의 발전 등에 힘입어 새로운 콘텐츠 양식인 메타버스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우리가 기성세대보다 젊은 친구들의 관심사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들이 바로 미래를 만들어 나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지금 MZ세대 친구들이 메타버스에 관심을 두는 것은 앞으로 콘텐츠의 흐름이 가상성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예상하게 합니다. 디지털 휴먼인 로지나 래아, 이세돌과 이터니티도 모두 가상성의 존재죠. 이러한 가상성이 정말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확장되는지 눈여겨볼 일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게 될 청소년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공상과학 영화를 좋아하거나, 스마트폰 같은 테크놀로지에 관심이 있다면, 또는 게임과 같은 콘텐츠를 좋아한다면 이것이 모두 4차 산업혁명과 관련이 있는 것이죠. 다만, 한 가지만 더 생각해주세요. 사용자에 머물지 말고, 생산자가 되어 보십시오. 게임을 좋아하면 게임을 즐기는 것에 만족하지 말고, 게임을 한 번 만들어 보세요. 유튜브 보는 것을 좋아하면, 유튜브 채널을 직접 만들어보고요. 넷플릭스의 추천 시스템이 신기하면, 추천 시스템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원리를, 로켓 배송이 어떻게 가능한지 궁금하면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의 관계를 공부해보세요.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는 것은 무언가 전혀 새로운 것을 찾는 게 아니라, 여러분이 가장 하고 싶은 일에 테크놀로지를 접목하는 것입니다. 앞서 말했듯 인간에 대한 이해는 가장 기본이면서 핵심이겠고요.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마음껏 펼치고, 궁금한 것을 직접 찾아 나간다면 어느새 여러분은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있을 겁니다. 여러분의 꿈을 응원합니다!
*정동훈 광운대학교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Comm. & Tech. Lab 소장. 학부는 철학, 석사는 방송, 박사는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연구년에는 컴퓨터 사이언스를 공부하며 융복합의 실천적 삶을 즐긴다. 아칸사 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과 조교수, 컬럼비아 대학교 컴퓨터사이언스학과 방문학자를 역임했고, 미국의 소프트웨어사에서 사용성 평가 소프트웨어 개발과 마케팅을 담당하기도 했다. 사용자 경험(UX)을 분석함으로써 마케팅과 정책에 대한 실행 프로젝트를 제안하는 것을 주요한 연구 분야로 삼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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