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이탈리아 복원사의 교양 미술 안내서
『인간을 탐구하는 미술관』은 이탈리아 미술품 복원사이자 공인 문화해설사인 저자 이다가 르네상스 시대 명화의 감동을 되살려낸 미술 교양서이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2.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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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 저자

그림은 빛과 산소 때문에 색이 바래고 미생물에 의해 썩기도 한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노화 과정을 겪고, 불의의 사고나 재해로 손상되기도 한다. 그럴 때 훼손된 그림을 치료해 원래 모습으로 되살리는 사람이 있다. 바로 미술품 복원사다. 『인간을 탐구하는 미술관』은 이탈리아 미술품 복원사이자 공인 문화해설사인 저자 이다가 르네상스 시대 명화의 감동을 되살려낸 미술 교양서이다. 신 중심의 중세 시대에서 인간 중심의 합리적 사고로 변화한 르네상스 시대에 지성와 이성, 영혼, 사랑, 죽음 등 인간 존재에 대해 깊이 탐구했던 화가들의 작품과 통찰을 만나볼 수 있다. 

저자는 시간과 함께 지워져간 명화 속 휴머니즘을 되살려낸다. 그리고 독자에게 말을 건넨다. 당신은 그림에서 무엇을 보았느냐고, 당신은 어떤 명화로 영원히 남고 싶으냐고. 저자의 섬세하고 다정한 안내를 따라가다 보면 인간 내면의 가치를 느끼는 감동적인 순간들을 마주하게 된다.



이탈리아 복원사가 들려주는 교양 미술서는 국내 최초라 많은 독자가 궁금해할 것 같습니다. ‘복원사’라고 하니까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의 준세이가 떠오르고 낭만적인 느낌도 들어요, 어떻게 복원사가 되신 건지, 복원사의 매력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직업을 결정하는 일은 계획적이고 신중하게 접근한다고들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실 즉흥적인 생각으로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는 경우도 있죠. 저 역시 그랬습니다.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를 보면서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 그것이었다는 걸 깨달았고 그래서 무작정 이탈리아로 떠났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대학 동기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어요. “너 학교 다닐 때, 피렌체라는 도시가 있는데 거기서 복원사가 될 수 있다고, 그걸 하고 싶다고 했어” 그러는 거예요. 나는 30대에 복원사를 처음 알았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20대에도 복원사를 알고 있었다는 거죠. 운명은 한 번 비껴가도 언젠가 다시 돌아와 또 내 앞에 그 길을 놓고 손짓하는 것 같아요. 저에게 복원사가 되는 건 운명이었던 것 같습니다. 

복원사의 매력이요? 엄청난 가격의 그림을 손으로 만질 수 있고 그림의 속을 파 볼 수 있다는 사실이죠. 현미경으로 작가의 붓 자국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작가와 사귀는 것 같아요. 미술관에서 그림을 바라만 보는 관계를 넘어 작가와 좀 더 가까워진 관계가 되는 것 같아서 작품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집니다. 작품 제작 과정을 이해하는 시간을 만나기 때문에 작가에 대한 이해도 달라지죠.

복원사의 시선으로 미술을 감상하면 새로운 매력을 더 많이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인간을 탐구하는 미술관』이 지금까지 나온 미술 교양서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복원은 작품 상태를 진단하고 작품의 역사를 조사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사용된 재료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제작 기법을 이해하고 작가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죠. 한 작품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것만으로는 좋은 복원을 할 수 없기에 인문학적인 관점으로 이해함으로써 복원의 완성도를 높이죠. 『인간을 탐구하는 미술관』은 인문학적인 관점으로 작품을 보는 시각을 담고 있습니다. 복원 작품 하나를 완성하는 데 몇 년의 과정이 걸리는 것처럼 작품 하나를 이해하는데 역사적인 사실과 제작 과정, 작가의 에피소드가 담겨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감상하는 길을 제시합니다. 

그래서 하나의 작품에 대한 다양한 분석을 담았습니다. 작품의 해석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어떤 재료를 선택하느냐를 통해 작가의 성격을 이해할 수 있다는 시각 같은 것이죠. 미술 작품에는 작가의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복원 과정은 작가를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작가의 생각과 성격, 시대의 화두와 욕망을 연구한 역사적인 사실과 복원 과정에서 밝혀진 사실을 토대로 천천히 한 작품을 음미하는 미술 안내서입니다.



책에는 지성, 영혼, 사랑 등 인간에 관한 13가지 주제를 다룬 르네상스 작품들이 담겨 있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작품을 접하고 공부하셨을 텐데 그중에서 르네상스 시대의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미술은 인간의 생각과 성격을 시각 언어로 기록한 그림책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런 인문학적인 관점을 가진 미술은 르네상스 미술에서 출발했습니다. 르네상스 미술, 특히 제가 공부한 회화 분야에 있어서는 중세 화가 조토가 화면 구성에 질서를 부여한 이래로 그림을 구성하는 회화의 기본 요소들이 르네상스 미술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인간을 이해하려는 호기심과 열정으로 지성을 표현하는 노력이나, 작가의 따뜻한 시선으로 사람들이 느끼는 감동의 순간을 눈물로 표현하는 작품을 분석하면서 인문학의 기본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 나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은 시대를 초월해 우리들의 삶의 가장 큰 관심사인 것 같습니다. 르네상스 미술에는 그런 인간에 대한 성찰이 가장 성실하게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원칙도 담겨 있죠. 

르네상스 미술은 인간을 성실하게 성찰하고 미술을 통한 표현 방식을 정착한 시대의 미술입니다. 인간이라는 주제와 표현 방식을 이해하면 우리 시대의 미술인 현대 미술을 이해하는 방식도 풀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잘 몰랐던 화가들의 에피소드도 많이 담겨 있을 것 같아요. 재미있는 에피소드 하나만 소개해주세요. 

책을 쓰면서 다양한 연구서를 읽다 보니 르네상스 시대가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가령, <비너스의 탄생>을 그린 보티첼리의 뮤즈라고 불리는 여인, 시모네타 베스푸치가 화가가 세 들어 있는 화실의 건물주 며느리라는 사실 같은 것이죠. 화가의 단순한 뮤즈로 미모를 흠모한 것이 아니라 건물주 며느리였기 때문에 살아 있을 때는 그녀를 그리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면 보티첼리가 처한 현실이 웃프기도 합니다. 

천재인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저녁에는 식당 알바를 했다는 사실과 그걸 계기로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되어 <최후의 만찬>에도 자신이 자신 있게 요리할 수 있는 메뉴를 그려 넣었다는 이야기를 보며 빙그레 웃었습니다.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천재나 화가들도 현실에서는 우리와 똑같은 일상을 살았다는 사실에, 뭐랄까요, 예전보다는 더 친근하고 인간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책에 실린 작품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으신가요? 위로를 받았거나 삶의 전환점을 만들어준 특별한 작품이 있다면 이야기해주세요.

제가 미술에 빠진 이유는 모든 작품이 다 이야기가 있고 아름답기 때문이었죠. 그런데 작품을 분석하면서 그 깊이가 무한하다는 것에 놀라기도 했습니다. 가령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가 그린 <브레라 제단화>는 별 의미 없어 보이는 제단화이지만 실제로는 완벽한 수학의 결정체일 뿐 아니라 입체도형에 대한 분석, 수직수평선 교차를 통한 기하학에 대한 연구로 가득한 작품이라는 것이죠. 그뿐 아니라 빛과 그림자를 통해 만들어진 공간 표현이 작가의 시적인 표현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소름이 끼칠 정도입니다. 미술이 시적 영감을 형상화했다는 보티첼리의 <봄>의 해석이 <브레라 제단화>의 공간을 더욱 이해하게 해주었습니다. 

이렇듯 미술 작품을 분석하면서 느낀 무한의 깊이가 저에게 미술의 매력에 빠지게 했습니다. 얼마나 더 공부해야 미술을 이해하고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는지 그 시간을 가늠할 수 없다는 사실과, 인내심을 갖고 그 작품들을 복원하는 복원사들의 진지한 태도에서 제 삶의 자세를 고치게 되었으니까요. 이젠 느리게 가도 되니 제대로 알고 그 깊이를 통해 감동받는 순간을 조금이라도 더 느끼고 싶습니다.

책 본문에서 이탈리아 사람들의 감상법을 두고 “작품을 마치 인간처럼 대했습니다. 복원할 때도, 감상할 때도 작품에게 휴식할 시간을 주었습니다”라고 설명하신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이탈리아의 미술 감상법은 어떻게 다른지 더 자세히 듣고 싶어요. 

서양 미술의 기원을 찬란한 문화유산으로 꽃피워 세계적인 수준의 미술 작품들이 즐비한 이탈리아에는 도시마다 아름다운 작품들이 넘쳐나는 미술관으로 가득합니다. 그런 문화유산과 조상들을 둔 이탈리아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저도 궁금해서 복원하는 친구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그들은 “우리 거니까”라고 하더군요. 생각보다 시시한 대답을 듣고 당황했는데, 공원에 가서 노는 강아지들을 보고 깨달았습니다. 반려견의 역사도 몇 백 년이나 되는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강아지는 그냥 가족입니다. 나와 다르게 돌봐줘야 할 객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미술 감상법도 그런 것 같습니다. 그들이 지켜야 할 유산이며 가족처럼 늘 함께 있는 것이라서 자연스럽게 만나는 것 같았습니다. 좋은 전시회가 열리면 평일 저녁에도 퇴근 후에 청바지를 입은 아버지가 어린 딸과 손잡고 그림을 보고, 할머니들도 마실 나가듯 전시회를 갑니다. 그림 보고 차 마시고 이야기하는 평범한 할머니들을 쉽게 볼 수 있죠. 강아지를 가족처럼 대하는 것이나 미술을 인간처럼 대하는 것이나 같은 맥락으로 보입니다. 늘 그들 곁에 있고 기쁨을 주는 것들이니 사랑으로 대하고 지키려고 노력하고 자주 찾아보는 것이죠. 전 연령이 고르게 미술을 즐기는 모습이 저에게도 어느새 자연스러운 풍경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미술 감상을 어려워하는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세요.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에서 취재를 하다가 사람들이 많이 보지 않는 그림 앞에 오래 서 있는 남자를 인터뷰한 적이 있습니다. “이 그림을 좀 설명해 줄 수 있겠니?”라고 물으니 그는 5분 동안 내게 설명을 하더군요. “그럼 이 그림이 왜 좋니?” 하니 자신은 이 그림에 감추어둔 절망과 분노의 표현이 끌린다고 합니다. 20대로 보이는 그 이탈리아 청년은 미술전공자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림을 감상하고 누군가에게 설명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도 말할 수 있었죠. 이탈리아에서는 학생 때 체계적으로 미술 교육을 받는데, 그들의 미술 교과서를 보면 우리나라 동아백과가 생각날 정도로 방대한 지식이 담겨 있습니다. 

물론 그런 교육을 잘 받으면, 자유롭게 미술 감상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교육을 받지 않았더라도 미술 감상을 즐기는 사람들의 공통된 태도가 하나 있는데, 미술을 고상한 취미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것이죠. 다른 언어로 표현한 인간의 이야기, 자연의 이야기를 눈으로 관찰하고 생각하며 감상할 뿐이니까요. 사람마다 미술에 대한 이미지가 다르기 때문에 한 가지로 주제넘게 제안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친구 대하듯, 오랫동안 자주 만나고 천천히 눈으로 색과 형태, 구성을 들여다보는 방법이 미술과의 거리를 좁히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눈으로 관찰하는 훈련은 미술을 그린 화가의 생각을 읽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다(윤성희)

이탈리아 미술품 복원사이자 공인 문화해설사. 미술의 본고장 이탈리아에서 14년 동안 그림 복원과 미술사학을 공부했다. 로마 투샤(Tuscia) 대학교 문화재 복원·보존기술학과, 피렌체 CER 복원 학교 회화복원과를 졸업하고 우르비노 국립 복원 대학원 석사 과정 입학 후 피렌체 국립 대학원 미술사학과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피렌체의 복원 공방에서 회화 전문 복원사로 일했고, 로마 바티칸 미술관,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 밀라노 브레라 미술관 등에서 미술 전문 문화해설사로 활동했다. 국내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미술 투어 등을 진행했다. 현재 미술사 강의 전문 회사 ‘이다 아트 스쿠올라’의 대표로, 국내에서 미술 강연을 통해 대중과 다양하게 소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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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