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우보이 모자를 좋아하는 영국의 만화가 앤디 라일리는 『자살토끼』 시리즈로 유명하다. 『빤쓰왕』 시리즈 역시 특유의 발랄하고 독특한 상상력으로 마치 모든 인물을 살아 숨쉬듯 개성 있고 톡톡 튀게 표현했다. 지금까지의 빤쓰왕 시리즈에서도 그랬지만, 제5권 『빤쓰왕과 공포의 눈폭탄』의 모험은 단연코 최고로 역동적이고도 기상천외하다. 앤디 라일리 작가를 서면으로 만났다.
다섯 권에 걸친 『빤쓰왕』 시리즈, 그 마지막 이야기가 드디어 세상에 나왔습니다. 페이지마다 큰 웃음을 선사해서 어른들도 사랑합니다. 깊은 메시지를 담은 이 이야기의 완간 감회가 어떠신지요?
음, 빤쓰왕은 다섯 권의 책을 통해 변화해온 것 같아요. 좀 성장한 것 같죠? 제가 꼭 그렇게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어요. 저는 빤쓰왕이 다 컸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래서 아직도 많은 이야기를 마음속에 가지고 있어요. 다만 지금은 새로운 작품에 집중하느라 새 캐릭터에 몰두하고 있답니다.
맨 처음에 『빤쓰왕』 시리즈의 특별한 집필 동기가 있었는지 궁금해요.
처음에 빤쓰왕을 생각해낸 건, 우리 사회의 리더들, 옛날로 치면 임금들이죠. 이런 리더들이 재미난 존재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에요. 저는 요즘 제가 집필한 영화 작품이 제작되는 촬영장에 가 있곤 하는데요. 그 이야기는 가출한 여왕에 대한 이야기예요. 단지 부모가 누구였는가 또는 출신이 무엇인가와 같은 이유로 한 사람의 인생이 정해져 버리는 것 즉, 임금은 다른 선택권 없이 백성을 다스려야만 한다는 점이 저는 좀 우습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꼬마 임금 에드윈은 일종의 소원 성취 캐릭터예요. 제가 7살이었을 때 제가 원했던 그 모든 것! 바로 그 라이프 스타일이 빤쓰왕에게 실제로 펼쳐집니다.
아홉 살 빤쓰왕은 순수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진정한 리더십이 무엇인지를 생생히 보여주고, 질 장관은 어른들이 하는 일을 잘 처리하면서도 어린이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데, 이런 생생한 캐릭터를 만들어 내는 작가님만의 비결이 있으신가요? 특히 제5권 『빤쓰왕과 공포의 눈폭탄』에서는 빤쓰왕의 엄청난 내적 변화도 볼 수 있습니다. 보통 결말까지 정해 놓고 쓰나요? 아니면 써 가면서 이야기가 창조되나요?
일단 캐릭터들이 생생하다고 느껴줘서 너무 기쁘네요. 이야기를 만들 때는 1-2개 정도의 극단적인 캐릭터를 일단 만들어야 해요. 에드윈과 너비슨이죠. 그리고 나머지 등장인물들이 주인공들의 극단적인 성격과 어우러지려면 각자의 독특한 개성이 있어야 해요. 에드윈은 친근하게 이기적이고, 너비슨은 비열하게 이기적이죠. 하지만 작가는 둘 다 똑같이 사랑해요. 사실, 제1권을 시작할 때는 5권까지 이야기를 전부 다 구상한 건 아니었어요. 3-4권을 진행하며 에드윈과 너비슨이 끊임없이 대결하는 과정을 통해 결국 5권까지의 이야기를 차차로 찾아나가게 된 것 같아요. 참고로, 빤쓰왕은 저의 모습에서 영감을 받은 캐릭터이기도 해요. 제가 7살이었을 때를 생각해보면 에드윈같이 인기가 많진 않았어요. 그래서 작품에선 좀 더 멋지게 제 자신을 만들어내는 기분이 들죠.
빤쓰왕의 어이없는 행동이나 말, 그의 상상을 들여다보고 있자면 정말 실재하는 어린이처럼 느껴집니다. 이렇게 어린이의 마음을 잘 알고, 동심을 잃지 않는 비법이 있으신가요?
저는 아직도 제가 그 나이의 아이라고 느껴질 때가 많아요. 몸만 이렇게 커졌지 아직도 다섯 살? 열 살? 글을 쓸 때는 그때의 기분 그 상태로 돌아가요. 어린이들은 항상 무언가를 상상하고 있죠.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쓰고, 놀죠. 모든 그 노는 순간들이 상상의 시간이에요. 그런데 우리들 대부분은 열 살쯤 되면 그 상상놀이를 일제히 멈추게 됩니다. 저는 남들과 달리 그걸 멈추지 않고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는 거예요. 그리고 운이 좋게도 그걸 멈추지 않은 결과가 저의 작품 경력으로 쌓이게 됐어요. 저는 사실 빤쓰왕이 영원히 9살로 남아서 어른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어떤 독자들은 작가님의 『자살토끼』나 『욕심돼지』와 같은 글이 없는 그림책에 상당히 무거운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생각하기도 해요. 실제로 작가님께서 가끔 사회 비판의 목소리를 내시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는데요. 실제로 어떤 무거운 사회적 메시지를 담으려는 의도가 있으신가요?
꼭 그렇진 않아요. 이상하게도 저 자신은 『자살토끼』 작품에 무거운 메시지를 담으려고 의도하진 않았어요. 제목은 그렇지만 사실 슬픔이나 우울함, 자살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에요. 그런데 작품 그 자체가 담고 있는 상상력과 독창성이 독자들 각자에게 전달되고 나면 그다음에는 제가 의도하지 않은 이야기가 끝없이 창조되는 것 같아요. 즉, 책 속에서 토끼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싶어 하거나 미친 행동을 하는 내용 자체는 사실 별로 중요한 게 아닐 수도 있어요. 어린이 문학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어떤 내용이 더 좋은 콘텐츠이다, 이런 걸 규정하는 게 맞는 건지 저는 잘 모르겠어요. 어린이들에게 뭔가를 교육하거나 향상시키게 유도하는 내용을 반드시 담아내야만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보다는 어린이가 작품을 즐기는 그 자체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한국은 교육열이 높고 학교 수업 시간이 길기로 유명합니다. 따라서 한국의 어린이들에게는 『빤쓰왕』 시리즈와 같이 만화적인 유머가 가득 담긴, 그러면서도 문학적 가치를 담은 책이 매우 귀한 즐거움입니다. 특별히 작가님을 사랑하는 한국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한국의 모든 독자들에게 “안녕”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저의 아내 폴리가 한국 드라마의 열렬한 팬이랍니다. 그래서 늘 한국 드라마가 텔레비전에 나오고 있다 보니 저는 사실 이미 한국에서 한국 사람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처럼 느끼곤 해요. 한국 드라마를 워낙 많이 보다 보니 수백명의 유명 주인공들을 매일 만나면서 “음, 빤쓰왕도 한국의 저기 어디쯤 가 있겠군.” 이런 생각을 해요. 그리고 참고로, 내년쯤 한국에 방문할지도 몰라요. 그때 한국 독자들과 꼭 만남을 가지고 싶습니다.
앞으로의 작업 계획이 궁금합니다. 어떤 이야기인지 한국 독자들에게만 살짝 힌트를 주실 수 있을까요?
하하. 물론입니다. 아직 확정된 제목은 아니지만 '액션두드ACTION DOOD' 새 작품 시리즈를 창작하고 있어요. 첫 번째 책이 곧 영국에서 출시될 예정에 있습니다. 그럼 아마도 한국 파랑새에서 곧 저의 새 작품을 만나볼 수 있겠죠? 꼭 그렇게 되길 소망합니다. 빤쓰왕을 사랑해주시는 한국 독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YES24에서만 받을 수 있는 이번 완간 기념 선물을 꼭 챙기세요!
*앤디 라일리(Andy Riley) 영국의 크리에이터입니다. 카우보이 모자를 좋아하는 영국을 대표하는 만화가 앤디 라일리는 『자살토끼』 시리즈로 유명해졌어요. 언제나 멋진 목소리로 너비슨 황제처럼 ‘우후후후’ 웃곤 해요. 영화와 텔레비전에 재미있는 작품들을 썼고 그 능력을 인정받아 에미상과 영국 영화 및 텔레비전 예술상을 수상했어요. 텔레비전 작품으로는 데이비드 윌리엄과 공동으로 대본을 쓴 『불량 두목 할머니』와 『원피스 입은 소년』, 『순록 로비』 등이 있고, 영화 대본으로는 『노미오와 줄리엣』, 『해적들!』, 『과학자들과 떠나는 모험 이야기』 등이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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