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재주가 하나 있다. 눈앞의 사물에서 음식을 읽어내는 재주. 무언가를 보고 어떤 음식을 연상해내는 것. 처음에는 저 벽이 왜 그에게는 달걀말이로 보이지 않는지 의아했지만, 그냥 내가 가진 하나의 재능으로 여기고 나니 그도 나도 편안해졌다. 대신 그는 귀신 같은 길 찾기 능력 보유자다. 난생처음 가는 곳에서도 지도 없이 단서 하나 없이도 본능적으로 맞는 길을 고른다. 많은 이들이 하나씩은 곁에 두었을 것 같은 인간 내비게이션 같은 친구다.(이건 정말 진지하게 능력이긴 하다) 다른 지인 하나는 인간에게서 채소를 찾아내는 기술을 가졌다. 모 배우를 보며 가지 얘기를 했는데, 왜 나는 그동안 알아채지 못했나 싶을 만큼 꼭 닮아서 그 뒤로는 그를 보면 계속 가지가 떠오른다는, 가지가지 하는 이야기다.
‘습관이 있다’, ‘버릇이 있다’를 ‘능력이 있다’, ‘특기가 있다’로 바꾸면 말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말의 느낌도 변한다. 기분의 문제이기도 하겠지만, 의미가 달라지는 듯하다. 무언가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거나 얕게 해석할 여지가 조금은 줄어드는 것 같다. 뭐 저런 걸 특기라고 하지, 생각할 수 있지만, 반대로 이게 특기가 아닐 건 또 뭐란 말인가. 우리는 더 많은 특기를 가져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보다 내세울 게 더 많은 사람들 아닐까. 스스로를 더 자랑해도 좋지 않을까.
이 이야기를 먼저 읽은 친한 지인이 말했다. 김성곤이 가진 초능력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뭔가를 시도하는 지점에 있다고. 맞는 말이다. 그런데 나는 우리 모두에게 그런 초능력이 숨어 있다고 믿는 편이다. 어차피 우린 자신만의 힘으로 일어서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다른 사람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는 전제 위에 서 있다면, 당신의 애씀은 언제나 아름답고 가치가 있다.
_손원평, 『튜브』 272-273쪽 「작가의 말」 중에서
때로는 무용한 것이 가장 유용하다. 무용함은 무용하기 때문에, 바로 그 무용함에서 유용성을 획득한다.
간식은 몸에는 필요 없는 것일지도 모릅니다만, 간식이 있어서 인생이 풍요로워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간식은 마음의 영양, 인생의 포상이라고 생각합니다.
_오가와 이토, 『라이온의 간식』 295쪽
달콤하고 부드러운 푸딩 같은, 살얼음 동동 식혜 같은, 오독오독 고소한 아몬드 같은, 마음에 영양을 주는 특기 하나쯤, 찾아보면 다들 분명 가지고 있을 거다. 영 없는 것 같다면, 남의 특기를 찾아내는 능력을 길러보면 어떨까. 재주도 하나 더 늘고, 상대를 깊이 관찰하다 보면 내가 보이기도 하니까.
작고 소중한 능력들의 큰 가치는 누군가를 웃게 하는 것, 마음을 쉬게 하는 것, 딴생각 하게 하는 것, 잠시 숨 돌리게 하는 것. 그 누군가는 타인이 될 수도, 내가 될 수도, 내년이나 십 년 후의 우리가 될 수도 있겠다. 그리고 거기에는 적이 없다. 적이 필요 없다. 당신의 무적의 능력은 무엇인가. 떠올려보면서 모두 오늘도 일순의 무용함을 누리기를. 그래서 유용한 기쁨을 맛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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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욱(도서 PD)
책을 읽고 고르고 사고 팝니다. 아직은 ‘역시’ 보다는 ‘정말?’을 많이 듣고 싶은데 이번 생에는 글렀습니다. 그것대로의 좋은 점을 찾으며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