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과 불안은 다양한 모양으로 찾아오지만 많은 사람이 자신이 우울한지 불안한지 몰라 방치한다. 우울과 불안은 여러 불쾌한 감정이 섞인 복합 감정이기 때문이다. 우울과 불안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느끼는 가장 흔한 감정의 모습으로 찾아온다. 달리 말하면 우울과 불안을 이해하면 그 안에 내재한 여러 부정적인 감정을 다스릴 수 있다는 뜻이다.
임상심리학자이자 심리상담가인 『과거가 남긴 우울 미래가 보낸 불안』의 김아라 저자는 “상담소를 찾아오는 사람들의 호소 문제 90% 이상이 우울과 불안으로 설명된다”면서 우울과 불안을 다루어야 하는 이유와 해결법을 말한다.
첫 책 『과거가 남긴 우울 미래가 보낸 불안』의 집필 동기가 궁금합니다.
평소 일상에서 스쳐 지나가는 생각들을 글로 남기는 것을 좋아합니다. 심리 상담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이나 살면서 순간순간 드는 생각들을 SNS에 종종 공유했는데, 내담자분들이 이런 글들을 모아 책으로 내도 좋겠다고 하던 차에 출간 제의를 받았어요.
막상 책을 쓴다면 SNS에 올렸던 에세이 형식의 글보다는 제가 잘 전달할 수 있는 내용을 적고 싶었어요. 이왕이면 제가 잘 알고, 상담 현장에서 자주 다루는 우울과 불안에 대한 전문적인 이야기를 쉽게 전달하려 했지요. 더 많은 분이 자기 마음을 살피는 방법을 알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거든요. 자신의 마음을 알고 상담이나 검사를 받으러 오는 분은 많지 않아요. 책에 우울과 불안 관리법을 담으면 더 많은 사람이 자신을 돌보는 방법을 알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요.
책 제목이 인상적인데 좀 더 풀어서 설명해주시겠어요?
『과거가 남긴 우울 미래가 보낸 불안』은 우리가 우울과 불안을 경험하는 이유를 담고 있습니다. “우울하면 과거에 사는 것이고, 불안하면 미래에 사는 것이고, 편안하면 이 순간에 사는 것이다”라는 노자의 말로 설명할 수 있지요. 심리학적으로 설명하면 우리의 시선이 과거, 현재, 미래 중 어디에 향하는지에 따라 우울과 불안을 경험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우울은 바꿀 수 없는 과거에 시선이 머물러 이를 반추하고 되돌아보는 마음이에요. 반면, 불안은 오지 않은 미래에 시선이 머물러 이를 걱정하는 마음이지요. 우리가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고 과거에 매인다면 우울할 수 있고, 미래에 묶인다면 불안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우울과 불안에서 자유롭기 위해서는 '지금 이 순간'에 시선을 두어야 하지요. 이 책은 우울과 불안에서 벗어나 지금 이 순간에서 평온을 느낄 수 있도록 마음 근육 단련법을 제시합니다.
사람에게는 27가지 감정이 있다고 하는데 우울과 불안에 주목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우울과 불안을 동시에 다룬 이유도 궁금합니다.
우울과 불안은 우리가 익숙하고 흔하게 느끼는 감정입니다. 일상에서 쉽게 겪는 감정이지요. 그런데 우울과 불안은 일상적인 감정에 그치지 않고 정신 장애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어요. 2021년 보건 복지부의 〈정신 건강 실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중 평생 한 번이라도 우울과 불안 장애를 경험하는 사람이 100명 중 7~10명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우울 장애와 불안 장애가 흔한 정신 장애라는 뜻이지요. 실제 상담 현장에서도 내담자들이 호소하는 문제의 90% 이상은 우울과 불안 증상이에요.
그런데 사람들은 보통 우울과 불안에 대해 잘 모릅니다. 불편한 감정을 느껴도 우울인지 불안인지 구분하지 못하고 불쾌한 감정으로 뭉뚱그려 생각하지요. 그렇기에 우울과 불안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제가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해요. 우울과 불안을 다스리려면 각각을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지요.
우울과 불안은 다른 개념이지만 헷갈리기 쉽습니다. 일부 같은 증상을 공유하고 함께 찾아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에요. 비슷하면서도 다르고, 다르면서도 비슷한 미묘한 관계지요. 그래서 우울과 불안을 동시에 다루어 둘의 차이점과 공통점, 각각의 증상과 더 효과적인 관리법, 두 가지 모두를 관리하는 마음 단련법까지 정리하려 했습니다.
우울감과 우울 장애, 불안과 불안 장애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우울감은 슬프거나 나쁜 일을 겪으면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감정입니다. 보통은 시간이 흐르거나 우울감을 유발했던 문제가 해결되면 나아지지요. 반면, 우울 장애는 우울감이 더 짙어져 여러 증상으로 발현되는 질병이에요. 우울감의 강도와 빈도가 훨씬 강해지고 다양한 증상이 함께 나타나며, 이로 인해 크게 고통스럽거나 일상 기능이 손실될 때, 즉 일상생활에 영향을 끼칠 때 우울 장애로 진단합니다.
불안과 불안 장애의 차이도 마찬가지입니다. 불안은 위험할 것으로 예상하는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이에요. 인간의 생존과 안전에 반드시 필요한 감정이지요. 반면, 불안 장애는 그 정도와 빈도가 더 심해지고 다양한 증상이 함께 나타나며, 이로 인해 주관적으로 느끼는 고통감이 크거나 일상 기능이 손상될 때 불안 장애로 진단합니다.
『과거가 남긴 우울 미래가 보낸 불안』에 나오는 ‘나의 변화는 곧 모든 것의 변화를 만들어낸다’는 문장이 인상적인데 어떤 의미인지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우리에게는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을 바꾸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내 곁의 사람들을 변화시키려 하고 과거나 미래, 심지어 이 세상을 바꾸려 하지요.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에게는 이러한 것들을 바꿀 힘이 많지 않아요. 아무리 애를 써도 내가 원하는 대로 변하지 않아 실망한 경험이 모두에게 있을 테지요. 그래도 저는 우리에게 살면서 경험하는 크고 작은 일들을 바꿀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힘이란 바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에요. 내가 변하면 나를 대하는 주변의 역동이 바뀝니다. 내 기준이나 생각을 달리하면 주변 사람들의 말과 행동뿐 아니라 내 경험까지도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는 뜻이지요. 또, 힘들었던 과거를 바라보는 내 시선이 긍정적으로 변하면 어제의 실수에 붙잡히지 않고 현재를 바꿀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그래서 내가 변화하면 모든 것이 바뀐다는 것이지요.
책에서 '마음 근육'을 키우기 위한 방법을 제시하셨는데 몇 가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마음 근육'은 사람에게 주어진 가장 단단한 근육으로, 우리의 마음이 현재에 머무르도록 돕습니다. 또, 우리의 시선을 현재에 둘수록 더 튼튼해지지요. 책에 소개한 마음 근육 키우기의 16단계는 지금 여기에서 할 수 있는 일들에 집중하기 위한 방법들입니다.
주요한 몇 가지를 알려드리면, 가장 기초는 역시 잘 먹고 잘 자며 잘 움직이는 것입니다. 몸의 근육을 기르면 마음의 근육을 기르기도 쉽습니다. 몸과 마음의 건강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니까요.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오늘을 살려면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수용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살다 보면 부정적인 일도 발생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지요. 그래야 부정적인 사건에 매몰되지 않고 지금 이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할 수 있습니다.
지금 내가 가진 문제를 바꾸어 달라지고 싶다면 나를 처벌하는 채찍보다 나에게 상을 주는 당근만이 효과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스스로와 타인에게 채찍을 사용하는 데 익숙합니다. 하지만 채찍을 사용하면 지칠 뿐 문제는 커지기만 하지요. 마음 근육을 단단하게 기르려면 나에게 싱싱한 당근, 즉 칭찬을 계속해서 제공해야 합니다.
내가 내 감정을 알고 나를 위로하는 '정신화(mentalizing)' 과정도 현재에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나 자신이 어떤 상황에서든 나를 믿어 주고 지탱해 주는 애착 대상이자 안전 기지가 된다면 지금 이 순간에 스스로 오롯이 설 수 있기 때문이지요.
『과거가 남긴 우울 미래가 보낸 불안』을 통해 독자분들께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우리가 우울하고 불안한 감정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온보다는 우울과 불안을 주는 슬픈 세상에 살고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저는 스스로 더 좋은 내가 되고, 이 세상이 더 좋은 세상이 되고, 우리에게 더 좋은 미래가 오리라는 희망을 계속해서 품습니다.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에 집중하면서 말이지요. 여러분도 과거가 남긴 우울과 미래가 보낸 불안에서 벗어나 현재를 평안히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마음 근육을 단단히 키워 과거와 미래에 휩쓸리지 않고 지금, 여기에 중심을 잡고 단단히 서기를 바랍니다.
*김아라 한국임상심리학회 공인 임상심리전문가이자 보건 복지부 공인 정신건강임상심리사로, 심리 평가부터 심리 상담까지 모두 다룬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발달심리학과 발달임상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임상심리 수련 과정을 마친 뒤 삼성서울병원 미래의학 연구소에서 임상심리전문가 및 정신건강임상심리사로 일했다. 석사 과정에서는 아동과 청소년을, 병원에서는 아동부터 성인 및 노인까지 만나며 전 생애 발달 과정에 대해 모두 훈련받았다. 이후 정신 건강 서비스에 더 많은 사람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찻집을 겸한 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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