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학자가 들려주는 쉽고 친절한 정치 교양 강의
정치 현장에서 치열한 정치 비평과 진단 작업을 활발하게 해 온 강원택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시민들을 위한 쉽고 친절한 정치 원리 교양서 『의외로 사람들이 잘 모르는 정치』를 출간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2.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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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택 교수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정치학자로 칼럼과 강연, 저술 활동을 비롯해 정치 현장에서 치열한 정치 비평과 진단 작업을 활발하게 해 온 강원택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시민들을 위한 쉽고 친절한 정치 원리 교양서 『의외로 사람들이 잘 모르는 정치』를 출간했다. 정치의 탄생부터 권력자가 정치권력의 정당성을 획득하는 방식, 국왕의 권력이 국민으로 넘어오는 과정과 국민이 권력을 행사하는 '선거'라는 제도를 정착시키기까지 수많은 이들이 어떤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는지 등 정치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것을 살펴본다.



대한민국 국민은 대개 정치에 관심은 많지만 의외로 정치에 대해 잘 모르거나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왜 이렇게 정치에 대한 불신이 높을까요?

우리 국민이 정치에 대한 불신이 높고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지만, 흥미로운 사실은 외부 평가는 그렇지 않다는 점입니다. 세계 각국의 민주주의 수준을 평가하는 기관이 여러 곳 있는데, 예컨대 영국 <이코노미스트>에서 매년 측정하는 '민주주의 지수(Democracy Index)'에서나 스웨덴 예테보리 대학 정치학과에서 매년 발표하는 'V-Dem'이라는 프로젝트에서도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상위권입니다. 이 결과가 뜻밖이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겠지만 실상이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국민의 정치 불신이나 불만족감은 매우 높지요.

이런 괴리가 발생하는 이유는 선거의 공정성, 정치 참여의 자유, 언론의 자유와 같은 제도적 측면의 민주주의는 안정적으로 확립되었지만, 우리나라 정당이나 정치인이 정치가 담당해야 할 마땅한 역할을 제대로 못 하기 때문입니다. 사회적으로 제기되는 다양한 이해관계나 요구가 제대로 대표되지 못하고 있고, 사회 갈등과 대립을 정치가 제대로 해결해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의외로 사람들이 잘 모르는 정치』에서 다루는 정치의 역할과 기능을 살펴보면, 지금 우리나라 정치가 어떤 점에서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지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동안 학계와 정치 현장에서 깊이 있는 분석과 비평, 연구 작업을 주로 하셨는데, 이번에 대중들에게 더욱 친숙하고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의외로 사람들이 잘 모르는 정치』와 같은 정치 교양서적을 내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정치를 쉽게 설명하는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했습니다. 사람들이 정치를 너무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는 것 같아서,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예를 들면 '정치는 싸우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그런 속성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정치가 갖는 근본적인 역할이나 의미는 무시한 채 부정적인 모습으로만 비춰지는 게 아쉬웠습니다. 그런 부정적인 인식은 정치 불신, 그리고 다시 정치 혐오로 이어지고 정치를 외면하는 데까지 나아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로 인한 결과는 시민이 고스란히 담당해야 할 몫입니다. 건강한 민주주의가 되려면 시민들이 정치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기능을 하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정치를 제대로 안 가르치거나 딱딱하고 이론적인 내용만 다루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의외로 사람들이 잘 모르는 정치』에서는 나의 삶 주변에 정치가 있고, 그 정치가 나에게 중요한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알려 주고 싶었습니다.

『의외로 사람들이 잘 모르는 정치』에서는 대의 민주주의의 두 가지 방식으로 '다수제 민주주의'와 '합의제 민주주의'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두 방식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다수제 민주주의' 이외에 '합의제 민주주의'가 있다는 사실이 좀 특별하게 들리시는 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서는 민주주의가 다수결 원칙이라고 가르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열 명 중에 여섯 명이 결정하면 그대로 따라야 된다는 거죠. 다수결이 결정 방식 중 하나이기는 하지만, 민주주의가 다수결로만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되면 소수파가 된 네 명의 생각과 이해관계, 요구나 주장은 묵살됩니다. 그들은 소외감을 느끼거나 불만을 가질 가능성이 크겠지요. 우리나라는 대통령 선거도, 국회의원 선거도 모두 다수결로 결정합니다. 그리고 이긴 사람이 모든 것을 갖는 승자독식 구조입니다. 경쟁이 매우 치열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합의제 민주주의'라면 연립 정부든 공동 정부든 권력의 공유가 이뤄질 수 있고, 비례 대표제라든지 혹은 중앙과 지방의 권력 분산 같은 다양한 방식으로 소수파라고 해도 참여하거나 대표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민주화된 정치 환경 이후 빠르게 다변화되어가는 정치·사회 환경에서 미래의 대통령제는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까요?

우리 사회가 발전해 오면서 민간 영역이 훨씬 더 효율적이고 미래의 혁신을 끌고 나갈 원동력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강한 대통령을 정점으로 국가가 끌고 갔던 과거의 시스템에서 이제는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권력이 분산되어야 하고, 민간 영역의 자율성도 커져야 합니다.



한국의 정치 환경을 고려할 때 양원제도 고려해 볼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덧붙여 한국 정당 정치에서 다당제가 가능하려면 어떤 제도적 장치나 정치 환경이 뒷받침되면 좋을까요?

저는 '의원 내각제'가 현행 대통령제를 대체할 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의원 내각제'에서는 정당이 통치의 주체가 됩니다. 대통령이라는 한 개인이 아닌, 정당이라는 집단이 함께 국정을 담당합니다. 대통령 혼자 결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내각 회의에서 장관들 간 토의와 협의를 거쳐 정책이 만들어질 겁니다. 그 과정에서 더 신중한 결정이 이뤄지고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습니다. 내각제에서는 '불신임'이라는 제도가 있는 만큼, 국민 여론의 향배에도 민감해질 겁니다.

우리나라는 기존의 병립형 비례 대표제에서 2020년 21대 총선부터는 준연동형 비례 대표제를 채택해 실시하고 있습니다. 연동형 비례 대표제는 득표를 의석으로 전환하는 방식이 매우 복잡합니다. 왜 이 제도를 채택했을까요?

'연동형 비례 대표제'는 외형상 현행 우리나라의 투표 방식과 비슷합니다. 지역구에 한 표, 정당 투표로 한 표를 택하는 방식입니다. 그렇지만 지역구에서 얻은 의석과 비례 의석을 단순 합산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 투표로 정당이 가져갈 의석을 먼저 정하고 지역구에서 얻은 의석을 뺀 수만큼 비례 대표 의석으로 가져가는 방식입니다. 비례성이 더 크지요. 

독일에서 이런 연동형 비례 대표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그냥 우리나라와 비슷한 형태인데 비례성이 큰 제도이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비례 대표제라서 소수당도 의석을 얻을 가능성이 커지고 국회는 다당적인 구도가 될 것입니다. 과반 의석을 얻은 한 정당이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 간 타협과 협상의 정치가 이뤄질 수 있을 겁니다.

한반도의 분단 상황이 길어지면서 한국과 북한 정치, 사회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되었습니다. 만약 통일이 된다면, 정부와 의회를 현실적으로 어떤 형태로 꾸려야 큰 갈등 없이 사회를 통합할 수 있을까요?

오랫동안 우리는 통일을 규범적으로만 이야기해 왔던 것 같습니다. 정치학자로서 제가 의아하게 생각했던 것은 정말 통일이 되고 나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구호로서의 통일은 말하고 있지만 다가올 미래로서의 통일에 대한 고민은 없다는 겁니다. 간단히 말하면 통일이 되면 어떻게 같이 살 거냐 이겁니다. 이제 북한과 우리는 서로 이질적인 사회가 됐습니다. 이질적인 사회를 하나로 합칠 때 어떤 제도를 채택해야 차이를 극복하고 사회적 통합을 이루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느냐 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합니다. 『의외로 사람들이 잘 모르는 정치』에서도 그와 관련된 제안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점점 인종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인구와 노동 문제로 이민자도 점점 늘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데, 다양한 계층 사람들의 생각이 정치적으로 잘 반영되는 사회가 되려면 어떤 제도와 인식 변화가 필요할까요?

인종적, 문화적 다양화와 관련해서는 제도도 중요하지만 사실 더 중요한 것은 인식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자유 민주주의 체제는 '다원주의'를 전제로 합니다. 그러니까 '다원주의'는 '너와 내가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이념이나 종교를 갖지만, 우리는 그러한 차이를 인정한다'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와는 다른 너의 생각, 이념, 신념, 종교를 존중하고 배려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인식이 가능할 때 서로 다른 것들이 함께 공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사회가 인종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다양해지고 있다면, '다원성'에 대한 인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 사회의 시민으로서 정치에 대한 불신감을 낮추고 애정을 가지려면 어떤 태도와 마음가짐으로 한국 정치를 대하면 좋을까요? 덧붙여 『의외로 사람들이 잘 모르는 정치』처럼, 정치에 관해 대중들에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쓰시고 싶은 다른  책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민주주의가 건강하려면 시민의 역할이 제일 중요합니다. 시민이 정치에 관심과 애정을 갖고 지켜보고 참여해야 합니다. 내가 정치를 외면하고 무관심하더라도 정치는 나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그러려면 정치에 대해서도 좀 알아야 되겠죠. 정치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책도 그래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시간이 되면 여행을 다니면서 세계 각국에서 만나게 되는 흥미로운 사례를 중심으로 정치를 더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그런 책을 쓰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강원택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 서울대학교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수료했다. 이후 영국 런던정치경제대(LSE)에서 정치학 박사를 취득하였다. 한국정치학회장, 한국정당학회장을 역임했고 2010년부터 서울대학교에서 한국의 정치, 정당, 선거 등을 연구하고 가르치고 있다.




의외로 사람들이 잘 모르는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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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택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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