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코때 찜질방』은 '찜질방'을 즐거운 상상 놀이로 시원 뜨끈하게 담은 그림책이다. 서코 작가는 목욕탕 덕후다. 어렸을 때 목욕탕에 모인 사람들과 목욕탕에 다녀온 가족들의 얼굴에 밴 미소가 너무 맑고 밝아서, 어른이 되어서도 목욕탕과 관련된 이야기를 오래오래 쓰고 그리고 싶었다고 한다. 당장 찜질방에 몸을 맡기고 싶지만 선뜻 갈 수 없는 이들이 있다면, 『서코때 찜질방』으로 유쾌, 상쾌한 힐링 타임을 보내 보자!
첫 그림책이 나왔습니다. 목욕탕 일러스트레이터 꾸준히 활동하셨는데 이번 그림책 작업은 많이 생소했을 것 같아요. 『서코때 찜질방』을 책으로 만났을 때 어떠했는지,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일러스트 작업을 주로 했던 저는 '그림책' 장르를 잘 몰랐습니다. 그림책이라 하면 '아이들을 위해 그림으로 만든 책'으로 알고 있어서 내용이나 그림이 한정적일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당연히 제 작품이 그림책에는 어울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고맙게도 한 출판사에서 뜻밖의 제안을 해 주셨고, 그동안 그린 작품을 새롭게 그림책 작가로서 첫 걸음을 떼었습니다.
『서코때 찜질방』 책을 받아 봤을 땐 제 그림으로 그림책이 나왔다는 게 신기했습니다. 하루는 책장을 여러 번 넘겨서 보기도 하고 하루는 표지만 계속 보기도 했습니다. 볼 때마다 자꾸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아이들은 왜 그림책을 볼까? 아마 이런 몽글몽글한 기분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목욕탕, 찜질방 덕후라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목욕'이라는 주제에 주목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목욕탕, 찜질방을 좋아하게 된 배경도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습니다.
목욕탕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어린 시절 자주 갔던 목욕탕 때문인 것 같습니다. 어린 나이였지만 벌거벗으면 부끄럽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목욕탕이라는 공간이 신기하게 다가왔습니다. 분명 옷을 다 벗고 있으면 부끄러워야 하는데 목욕탕에 있는 사람들은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남이 벗고 있든 입고 있든 신경 쓰지 않고 자신들의 일에 몰두하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부모님도 집에 있을 때에는 근심이 있는 표정이 목욕탕에 갔을 때만큼은 미소가 입에 베여 있었어요. 그 모습이 좋았고 자꾸자꾸 보고 싶어서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찜질방은 목욕탕과 조금 다른 의미인데 찜질방에 가면 항상 목욕탕이 딸려 있었어요. 처음에는 목욕탕을 가려고 갔던 건데 같이 있는 찜질방이라는 공간이 궁금했었습니다. 그래서 목욕을 하는 겸 겸사겸사 찜질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넓고 할 수 있는 게 많아졌습니다. 없는 거 빼고 다 있는 보물 창고, 하루 종일 놀 수 있는 놀이동산 같다고나 할까요? 가족, 친구들과 찜질방을 가거나 특히나 일상이 밋밋할 때 찜질방에 가면 심심할 겨를이 없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찜질방도 좋아하게 되었답니다.
이 책에서 여러 개의 찜질방이 나옵니다. 자수정방, 황토방, 얼음방, 불가마방, 수면방 등 작가님이 가장 자주 이용하는 방은 어떤 방인가요? 책에서 나온 서코처럼 찜질방에서 양 머리도 하시나요? 찜질방에서의 작가님 일상을 이야기해 주세요.
아무래도 오리지널 황토방이 제일 좋아요. 황토방에 들어가면 약간의 황토 냄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게 느껴지고 따뜻한 수증기가 코로 들어가는 걸 느끼며 누워 있으면 누군가의 따뜻한 품으로 가있는 것만 같더라고요. 그렇게 황토방을 즐기고 나왔을 때 시원함도 이루 말할 수 없고요.
찜질방의 상징 중 하나는 당연 양머리라고 생각합니다. 대학생 때까지만 해도 양머리를 하는 게 좋아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양머리를 하는 게 어린아이 같기도 하고 조금 부끄럽더라고요. 누군가와 같이 가면 하는 편이고 혼자 가면 안 할 때가 많은 것 같아요. 그렇다고 혼자 갔을 때 아예 안 하는 건 아니고 한쪽 구석에서 몰래 만들어서 써 보기는 합니다.(웃음) 양머리는 찜질방의 상징이니까요.
캐릭터와 배경 곳곳에 작가님의 기발한 아이디어를 만나볼 수 있었는데요.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 그리면서 가장 좋았던 장면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저는 땀방울, 삶은 계란, 식혜 친구를 만나서 다 같이 양머리를 한 찜질방 가마로 향하는 장면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닫혀 있는 가마의 문 위에 무슨 일이 펼쳐질지를 아니까, 빨리 다음 내용을 소개해 주고 싶더라고요. 아마도 곧 엄청나게 재미있는 일들이 펼쳐질 거라는 미리 알고 있는 행복감 때문인 것 같아요. 여러분도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신가요? 그렇다면 얼른 찜질방 친구들과 함께 가마 속으로 떠나 보시죠.
그라폴리오에 게재된 일러스트에서도 진지함과 유머를 찾아볼 수 있더라고요. 작가님이 추구하는 삶의 철학이 작품에 담겨 있다고 보면 될까요?
그저 좋아하는 목욕탕과 찜질방을 담으려고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제 마음속의 생각들을 그려가고 있었습니다.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우울하고 심각한 생각들을 많이 해 보았는데, 그런 생각들은 하면 할수록 사람이 부정적이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공간에서는 조금 재미있고 유쾌한 모습이 되고 싶어서 그리다 보니 지금의 작품 스타일이 되었습니다. 그리다 보니 철학이 생긴 것 같아요. '모든 일을 조금이라도 유쾌하고 좋게, 담백하게 바라보자'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채우고 있답니다.
시각 디자인을 전공하셨는데 졸업 작품도 목욕탕을 소재로 작업했다고 들었습니다. 굿즈도 다양하게 만들었다고 들었는데요. 가장 기억에 남은 에피소드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제가 졸업 전시를 했을 때 졸업 작품 굿즈로 목욕탕 티켓을 만들었습니다. 졸업을 기념하는 행사인 만큼 학교 선후배나 주변 동네 주민분들이 많이 구경하러 오시고 축하도 해주셨는데요. 부모님이랑 같이 온 아이들도 많았습니다. 아이들이 부스에서 진짜 목욕탕 같다고 샤워기를 들고 목욕하는 시늉을 보이기도 하고, 전시되어 있는 때 타월로 서로 때를 미는 시늉도 했는데요. 그때 제 속마음은 아이들이 귀엽기는 하지만, 작품들이 망가질까 봐 계속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그래서 전시 티켓을 들고 말했습니다.
"얘들아 이 목욕탕은 티켓이 있어야 들어올 수 있어. 혹시 목욕탕 티켓 있니?"
"아니요."
"그럼 이 목욕탕을 이용하기 힘들겠는데?"
"아저씨 그 목욕탕 티켓은 어디서 구하는데요?"
"음... 이건 신기한 목욕탕 티켓이어서..."
하고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 아이들 부모님들이 오시더라고요. 작품을 함부로 만져서 죄송하다고 말씀하시고는 아이들을 데리고 가셨는데, 생각해 보니 재미있게 놀고 있는 아이들에게 괜히 못 놀게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어차피 한 번 하는 졸업 전시 좀 망가지면 뭐 어때?'하는 생각에 아이들을 다시 불렀어요. 그러고는 가지고 있던 티켓을 나눠 줬는데, 그 아이들만 왔던 게 아니었더라고요. 아이들은 전시장에 있던 다른 아이들을 불러 모았고 만들었던 티켓은 매진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제 작품을 가지고 재밌게 노는 모습을 보았고 그 모습을 보았을 때 저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결국, 작품은 처음처럼 온전한 상태로 유지할 수 없었지만 특별하고도 소중한, 잊지 못할 졸업 전시가 되었습니다.
뒷 면지까지 다 보고 나서 무릎을 탁 치며 이 책이 왜 즐거운 상상 놀이였는지를 알 수 있었는데요. 독자들이 『서코때 찜질방』을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요?
책 마지막에 보면 '아 이게 다 서코의 상상이구나' 하는 걸 알 수 있는데요. 처음에 쓱 읽으면서 상상이라는 걸 깨닫고 한 번 더 읽으면서 서코처럼 찜질방을 상상하면서 읽으면 재미가 배가 될 것 같습니다. 서코와 함께 찜질방을 향해 걷고, 찜질복으로 변신을 하고, 맥반석 계란과 식혜와 함께 다양한 찜질방들을 체험하면서 일상의 힘듦을 잠시 잊고 행복한 찜질방을 즐기는 겁니다. 그렇게 찜질방의 따뜻함과 목욕탕의 개운함을 즐기고 나면 정말로 개운함을 느꼈을 수도 있고 옛 추억이 떠오를 수도 있을 거예요. 천천히 음미해 가면서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독자분들도 독자분들만의 따뜻한 찜질방에 도착해 있을 거예요.
*서코때 (글·그림) 어릴 적 목욕탕의 온기와 정을 못 잊어 목욕탕을 좋아하게 된 목욕탕 덕후. 시각 디자인을 전공해서 졸업 작품까지 목욕탕 콘셉트로 작업한 서코는 시도 때도 없이 목욕탕 생각을 쓰고 목욕탕 그림 그리기를 즐긴다. '목욕탕' 그리고 '찜질방'이라는 공간이 사라지지 않고 오래오래 남아 있기를, '목욕탕의 좋음'이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기를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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